뻗어나가려는 의지
김상수 사진 산문집 <파리의 투안 두옹>

 

 

 

 

 

 

 

<김상수사진 산문집 파리의 투안 우옹>(이하 <파리의 투안 두옹>)은 연극 연출가 김상수와 파리에 사는 베트남계 젊은 여성 투안 두옹이 사진을 매개로 나누는 일종의 심미적인 대화다. 연극연출, 극작, 영화 시나리오 다큐멘터리와 설치, 조형 미술, 사진 등에 걸쳐 활동하는 전방위 예쑬가 김상수는 열여덟 살의 파리 소녀 투안 두오을 알게 된 후 그녀가 스무 살 때와 스물다섯 살 때 집중 적으로 파리와 파리 근교를 배경으로 그녀가 걷고 웃고 뛰고 서 있는 사진들을 찍었다. 사진들의 편린 들 속에 김상수가 쓴 단상들이 섞여 있지만 그 글들은 꼭 투안 두옹의 초상과 관계된 것은 아니다. 문필가이자 사진 작가인 존 버거의 작업을 떠올리게 하지만 물론 김상수는 이론가가 아니다. 그의 사진과 글은 정해진 심미적 논리의 궤적을 따라 정연하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닥치는 대로 찍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적는다.
<파리의 투안 두옹>은 뭔가를 토해낸 것 같은 작품이다. 저자 김상수의 말에 따르자면, ㄱ것의 정체는 ‘투안 두옹이라는 한 여성이 희망과 사랑과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스스로의 자유에 전율하며 그녀의 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기록하는 데서 나온다. 자유는 이 책의 열쇠말이다. 베트남 출신이지만 유색인의 육체 외에는 뇌세포와 신경세포에 베트남의 흔적이 다 사라진 이 베트남계 3세 프랑스 여성에게서 김상ㅅ는 점점 성장하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본다. 이 책의 1부는 1995년과 1996에 파리에 체류하면서 찍은 사진을 중심으로 1998년 5월에 출판한 것을 다시 실은 것이다. 2부는 2002년 7월과 8월 중에 파리에 체재하면서 다시 투안 두옹의 사진을 찍고 이후 글을 쓴 것들을 묶었다. 김상수는 말한다. “7년 동안 이따금 미술 전시를 하러 파리를 들를 때마다 그녀를 만났고 그녀의 성장을 볼 수 있었다. 투안은 여전히 젊은의 자유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자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인가. 투안은 그것의 의미를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삶에 대한 사랑과 무엇을 위해서 인간이 자유로워야 하는지를 아는 것만이 내가 받아들인 유일한 미신이다.”
투안 두옹이 파리 곳곳을 뛰어다니며 그녀의 육체와 영혼을 전시하는 동안 김상수는 그녀의 사진을 매개로 현대 예술의 조건과 문명의 궤적, 그리고 그 안에서 씨름하는 인간의 자유 의지에 관한 생각들을 비체계적으로 여과 없이 풀어놓는다. <파리의 투안 두옹>을 읽고 보는 것은 뭔가 지식을 얻어내는 체험이 아니라 속절없이 파고드는 상대의 뻗어나가려는 의지를 몸으로 받는 체험이다.
이 책에 실린 투안 두옹의 이미지는 종종 흐릿하고 초점이 불분명한 사진들에 박혀 있다. 그것들만으로는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는 듯이 보인다. 사진은 ‘현재에 부재하는 것을 가리킴으로써 우우르이 정조를 띤다’로 롤랑 바르트는 말했다. 김상수의 사진은 외형적인 모습의 기록에서 벗어나 카메라 그 자체가 투안 두옹의 밝고 깨끗하고 성장하는 영혼의 상태를 모방하려 애쓴다는 느낌을 준다. 사진속의 그녀는 대개 티 없이 맑은 얼굴을 하고 있으며 아마도 실제의 그녀도 그러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를 찍은 사진은 예민하고 불안정하며 역동적이다. 아마도 그것은 투안 두옹이 몸에 간직하고 있는 여러 문화적 매개들이 얽혀 있는 흔적의 지표이기도 할 것이다. 투안 두옹에게는 식민지의 기억이 없다. 그녀는 완벽한 파리 시민이지만 여하튼 베트남계 처녀이기도 하며 이제 막 세상의 벽들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할 것이고, 그녀 자신의 지성과 감성으로 그것들을 견뎌내고 이겨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뻗어나가려는 젊음의 기운과 아직 채워지지 않은 미숙의 자취가 공존하는 듯한 투안 두옹의 아름다운 모습에서 멈춘 <파리의 투안 두옹>의 이미지가 강렬한 것은 그때문이다.
김상수는 직관적인 예술가이며 그 직관을 밀어붙여 놀라울 만큼 왕성한 생산성을 자랑한다. <안개기둥>과 <학생부군신위>로 대종상 각본상을 받은 경력도 있는 그는 연행 예술과 이미지 예술의 경계를 쉽게 넘나들며 세상에 대해 자신이 본 것을 쏟아놓는다. <파리의 투안 두옹>은 이 시대의 한 특이 체질 예술가의 삶이 얼마나 흥미로운 지점까지 나아갈 수 있는 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