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국 소녀와의 ‘마음 속 친교’

김 재 환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


사진작가 김상수, 베트남계 프랑스 소녀 통해 파리의 문화 성찰

1995년 프랑스 파리 교외의 불로뉴 숲. 한 소녀가 숲을 가로질러 달린다. 카메라 렌즈에 눈을 고정시킨 한 사내가 소녀의 그림자를 따라간다. 작고 깨끗한 야생짐승 같은 한 베트남계 프랑스 소녀 투안 두옹과 그녀를 쫓는 유달리 예민하고 실험적 감성을 지닌 사진작가 김상수.

1995년 파리의 한 지하철 역에서 투안을 우연히 만난 김상수씨는 그녀의 싱싱함에 매료됐다.김씨는 자신의 미술전시작품 중 비디오 아트에 그녀를 출연시켰고, 그들의 인연은 그 뒤 7년여 동안 계속됐다.


‘파리의 투안 두옹’은 이런 두 사람의 인연에서 탄생한 책이다. 투안이라는 동양계 여인을 등장시켜 그녀와 파리, 프랑스 문화에 대한 김씨의 에세이를 뒤섞은 독특한 사진산문집이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18세의 앳된 소녀였던 투안은 이제 20대 중반의 의사가 됐다. 이국에서 만난 한 소녀가 10대를 거쳐 20대의 성숙한 여인으로 변모하는 과정과, 그녀의 삶을 에워싸고 있는 프랑스 문화에 대한 성찰을 사진과 글로 담았다. 프랑스에서 만난 미술가들과의 대담, 한국 문화계를 향한 김씨의 독설도 포함돼 있다.


김상수씨는 영화 ‘학생부군신위’의 시나리오 작가로 대종상을 받기도 했으며, 직접 희곡을 쓰고 무대에 올리는 연출가로도 유명하다. 소설을 발표했는가 하면 설치미술과 사진작가 노릇도 하고 있는 전방위 문화게릴라다. 어떤 에콜에도 속하지 않은 채 고집스럽게 자기 세계만을 고수해온 문화계의 이단자다. 이 책도 스스로 출판사를 세워 자신이 직접 디자인해낸 끝에 만들어냈다. 그의 책은 주류 문화계와 결별한 채 독자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방외인’(方外人)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김씨가 담아낸 투안의 이미지는 젊은 여성을 담아낸 많은 사진들처럼 ‘성적인’것은 아니다. 그의 사진은 20대의 젊음이 가진 생기발랄함과 순수한 열정을 투명하게 담아낸다. 투안의 사진에는 미묘한 슬픔의 흔적이 촉촉히 배어 있다. 그같은 인물의 ‘아우라’는 파리의 거리들과 적절히 뒤섞여 절묘한 엑조티시즘(exoticism)의 향기를 뿜어낸다. 인물을 그저 한 피사체로만 여겼다면 이같은 존재감은 실감나게 표현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을 ‘사진산문집’이라는 흔한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그다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에세이의 원래 의미가 ‘세계와 삶에 대한 시론(試論)적 글쓰기’라면, 이 책은 사진과 글을 통한 인물과 문화에 대한 에세이라고 하는 게 옳을 듯하다. 한 인물의 표면을 통해 내면을 읽어내고, 그가 속한 문화의 본질에까지 육박하는 ‘에세이’ 말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두 사람의 ‘마음의 친교’를 들여다보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다.

 

2003.08.21 11:02입력 1995년 프랑스 파리 교외의 불로뉴 숲. 한 소녀가 숲을 가로질러 달린다. 카메라 렌즈에 눈을 고정시킨 한 사내가 소녀의 그림자를 따라간다. 작고 깨끗한 야생짐승 같은 한 베트남계 프랑스 소녀 투안 두옹과 그녀를 쫓는 유달리 예민하고 실험적 감성을 지닌 사진작가 김상수. 1995년 파리의 한 지하철 역에서 투안을 우연히 만난 김상수씨는 그녀의 싱싱함에 매료됐다. 김씨는 자신의 미술전시작품 중 비디오 아트에 그녀를 출연시켰고, 그들의 인연은 그 뒤 7년여 동안 계속됐다.


‘파리의 투안 두옹’은 이런 두 사람의 인연에서 탄생한 책이다. 투안이라는 동양계 여인을 등장시켜 그녀와 파리, 프랑스 문화에 대한 김씨의 에세이를 뒤섞은 독특한 사진산문집이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18세의 앳된 소녀였던 투안은 이제 20대 중반의 의사가 됐다. 이국에서 만난 한 소녀가 10대를 거쳐 20대의 성숙한 여인으로 변모하는 과정과, 그녀의 삶을 에워싸고 있는 프랑스 문화에 대한 성찰을 사진과 글로 담았다. 프랑스에서 만난 미술가들과의 대담, 한국 문화계를 향한 김씨의 독설도 포함돼 있다.

김상수씨는 영화 ‘학생부군신위’의 시나리오 작가로 대종상을 받기도 했으며, 직접 희곡을 쓰고 무대에 올리는 연출가로도 유명하다. 소설을 발표했는가 하면 설치미술과 사진작가 노릇도 하고 있는 전방위 문화게릴라다. 어떤 에콜에도 속하지 않은 채 고집스럽게 자기 세계만을 고수해온 문화계의 이단자다.
이 책도 스스로 출판사를 세워 자신이 직접 디자인해낸 끝에 만들어냈다. 그의 책은 주류 문화계와 결별한 채 독자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방외인’(方外人)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김씨가 담아낸 투안의 이미지는 젊은 여성을 담아낸 많은 사진들처럼 ‘성적인’것은 아니다. 그의 사진은 20대의 젊음이 가진 생기발랄함과 순수한 열정을 투명하게 담아낸다. 투안의 사진에는 미묘한 슬픔의 흔적이 촉촉히 배어 있다. 그같은 인물의 ‘아우라’는 파리의 거리들과 적절히 뒤섞여 절묘한 엑조티시즘(exoticism)의 향기를 뿜어낸다. 인물을 그저 한 피사체로만 여겼다면 이같은 존재감은 실감나게 표현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을 ‘사진산문집’이라는 흔한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그다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에세이의 원래 의미가 ‘세계와 삶에 대한 시론(試論)적 글쓰기’라면, 이 책은 사진과 글을 통한 인물과 문화에 대한 에세이라고 하는 게 옳을 듯하다. 한 인물의 표면을 통해 내면을 읽어내고, 그가 속한 문화의 본질에까지 육박하는 ‘에세이’ 말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두 사람의 ‘마음의 친교’를 들여다보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다.

 

2003.08.21 11:02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