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을 통해 본 문화와 삶에 대한 기록
김상수 사진산문집 <파리의 투안 두옹>에서 알 수 있는 것들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수현 기자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누드 열풍이 대단하다.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 등 상업적 매체 채널이 다양화될수록 수익 모델 찾기에 혈안이 돼 누드 프로젝트는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여성의 신체에 대한 상업화와 획일화 작업이 끊임없이 기획되고 소비돼 심지어 핸드폰에까지 여성의 벗은 몸은 노골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이렇게 맹목적인 물질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 젊은 여성의 당당한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운 에너지를 찍어 낸 김상수의 사진 산문집 <파리의 투안 두옹>은 더 깊은 의미를 지닌다.

 

한 여성의 성장과 변모를 통해 들여다본 문화와 삶에 대한 기록

영화 <학생부군신위>, <안개기둥>의 작가이자, 연극연출가 및 설치미술가로 활동하는 김상수는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종합예술가이다. 2001년 12월 오사카, 2003년 4월 동경에서 그의 창작연극 <섬.isle.島 >을 일본어, 일본배우, 일본 스태프들로 성공적으로 공연, 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치 등 일본 언론계로부터 한국과 일본의 예술문화 교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런 김 작가가 새로운 형식으로 도전한 사진 산문집 <파리의 투안 두옹>(김아트인스티튜트)은 1995년 파리에서 작가의 비디오아트 작업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베트남계 프랑스 소녀, 투안 두옹의 18세의 모습과 7년 뒤, 20대 중반으로 변모된 그녀의 모습들을 1부와 2부에 담고 있다.

작가 특유의 흡인력을 새로운 형식으로 풀어낸 이 책은 사진들의 흐름을 따라 대사와 독백이 전개되고 있어 마치 한 편의 연극이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작가가 세상을 방랑하며 만난 잃어버린 꿈들, 그리고 프랑스 파리와 시골에서 마주하는 낯선 자연의 바람과 들판, 강, 그리고 꽃과 나무의 생기들이 투안의 표정에 생생하게 묻어 드러난다. 단순한 인물사진이 작가의 손길을 거쳐 '실존의 무게'를 드러내는 과정이 흥미롭기 그지없다.

 

스물 다섯, 그녀가 뿜어내는 건강한 아름다움

1부‘1995 1996’은 투안과의 우연한 '만남'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가는 파리의 거리에서 문화와 예술의 정경을 만나고, 한국 현대 문화와 예술에 대한 현실적 고민들에 부딪치게 된다. 2부 ‘2002’는 짧은 단상의 산문과 170장의 칼라 사진 위주로 꾸며져 있다.


투안 두옹은 전문적인 모델이 아니다. 처음 작가가 만났을 때, 그녀는 다만 18세의 고등학생이었고, 비디오 아트 작업을 하는 작가의 카메라를 향해 ‘지금 우리는 어디에 가고 있는가’라는 묵시론적인 대사를 또박또박 읊던 순수하고 영리한 소녀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녀는 25세의 의사가 되었으며, 아이에서 성인이 되었다.

그녀에게는 베트남 민족의 핏줄이 흐르지만 프랑스라는 거대한 문화의 용광로 속에서 스스로를 프랑스의 일부로 인식하고 살아간다. 그러한 그녀는 순수하고 꾸밈이 없다.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로 단정하고 소박한 그녀의 심플한 옷들을 걸치고 카메라 앞에 나섰다. 다만 그 나이에 가지게 되는 생명력과 생동감을 표현할 뿐이다. 파리의 거리에서, 노르만디의 들판에서.

 

 

 

7년 동안 이어진 그와 그녀의 마음으로부터의 친교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혼 증가율이 OECD 중 2위이고, 특히 결혼 3년 미만의 이혼이 49.5%를 차지한다고 한다. 대학가에서는 폐쇄적인 취업관련 동아리 모임이 있어, 요즘은 ‘취업 때문이라면 친구의 우정도 버린다’ 같은 류의 헤드라인이 신문에 올라오기도 한다.

이처럼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단절되고 소통 불가가 되는 것은 정서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염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교에서부터 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든 관계들은 궁극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 우리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렇다고 누군가와 무언가를 같이 할 수도 없는,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 김상수는 우연히 만난 이국소녀와 신뢰감을 바탕으로 7년에 걸친 사진 작업을 진행해간다. 낯선 이방인을 만난 그녀도 한 작가의 작업에 대한 믿음을 만들어 간다. 한 소녀와 한 작가, 나이 어린 여자와 나이 많은 남자, 프랑스인과 한국인, 이렇게 애매하고 모호한 관계를 가지는 사람이 만나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7년의 세월동안 꾸준히 해낸 것이다.

그들의 우연한 만남은 7년의 인연을 이어가고, 세월을 입은 소녀는 성장하여 25세의 건강한 여자가 되었다. 그리고 30대의 청년작가는 40대 중반의 남자가 되었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이와 성별, 국적을 넘는 마음의 친교이다.그들에게는 진실한 목적에 기반을 둔 인간관계의 신뢰감이 있었으며, 그들의 지속적인 인연이 사진산문집을 낳게 되었다. 이 책은 인간의 친교가 가지는 소중함에 대하여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투안을 통해 비춰보는 우리 삶의 의미

결국, '투안' 이라는 동양계 프랑스 여자를 통해서 바라본 프랑스 문화의 이면들은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한 태도와 양식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오래된 문화재나 기념비 같은 건물들이 아닌, 실제 살아 있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의미를 찾는다.

그는 낯선 이국에서 우연히 만난 18세 소녀가 25세가 되는 한 인물의 생장(生長)과 변모의 과정, 그리고 그녀를 배경으로 하는 문화 속에서, 그것을 가로질러 약동하는 순수한 삶의 열정을 발견하게 된다. 사진 산문집 <파리의 투안 두옹>은 인간과 자연, 문명과 예술에 대한 생기 넘치는 한 편의 시(詩)다.

 

 

2003/10/29 오전 12:52
ⓒ 2003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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