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해가 저무는 오늘 나는 마음이 우울합니다.
한 사회 공동체, 더불어 사는 우리 사회가 무너지고 찢어지는 파탄지경을 나는 봅니다.
오랜시간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니고 살던 부드러운 마음과 타인에 대한 따뜻한 마음가짐,
가난해도 인정어린 삶의 태도가 제거당하고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후안무치가 일상이 됐습니다. 영악한 자기변명이 다반사가 됐습니다.
나이 50넘은 사람들이야 뭐 그리 억울하겠습니까.
살만큼 살았지요? 그래서 지천명이란 말도 있지요.
안타까운 건, 어린 사람들, 자라는 사람들, 막 태어나는 어린이들입니다.
부패하고 잔인하고 뻔뻔한 사람들이 설치는 사회에서는 연약하고 가늘고 애달픔은 설 자리조차 없습니다. 이것이 마냥 불쌍하고 불쌍합니다.
자신의 동포를 괴롭히는 것에 머리를 쓰는 야만성은 폭력과 전쟁의 사산아들입니다.
흡열귀들이지요.
매우 거창하고 논쟁적일 필요도 없습니다.
현실은 극복되어야 합니다.
거짓에 반대하고, 일방의 폭력에 저항하고, 정치에는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온갖 미친속도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생각과 지혜가 요청됩니다.
더러운 웃음, 잔인하고 한편으론 비굴한, 위악적인 표정들에 가래침을 뱉아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나라의 현재의 상황에서는 아니다! 틀렸다! 이제 그만! 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서로 손을 잡아야 합니다. 손을 잡고 힘도 모아야 합니다.
불쌍하고 불쌍합니다.
우리의 자라나는 어린 사람들이 자유롭게 존엄하게 인간으로 살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들어내야만 하는데,
자꾸 불쌍하단 생각이 먼저 듭니다.
따지고 묻고 끈질기게 확인해야 하는데.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지식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언변도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어눌해도 송곳같은 날카로운 정직함이 필요한 때입니다.
눈을 뜨고 똑바로, 직시하는 거지요.
어쩌면 예상보다도 더 빨리 훨씬 빠르게 이 비정상적인 상황은 극복되리라 내다보기도 합니다.
넘치도록 갖가지 불법과 몰상식이 구조적이기까지 합니다만 나는 절망하지 않습니다.
불쌍하고 불쌍하지만 아직 내 가슴만 치면서 속앓이만 하고 있진 않을 겁니다.
새해, 사람들 마음에 따스한 한줄기 빛이 스며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