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노 가즈요(今野和代) 詩集 飜譯 3. 꿈의 불꽃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06-12-14 20:23     조회 : 8739    

詩 - 곤노가즈오(今野和代)

photo - Kim Sang Soo Photo 2006. Swiss Zurich

 

3.꿈의 불꽃

있잖아 꿈에서 말야 엄마랑 전철을 탔거든 간다이(關大)앞에서 전철이 서서 내렸더니 함께 내렸어야 할 (역주2) 엄마가 없는 거야 엄마 하고 불렀더니 ‘안녕’ 하며 손을 흔드는 거야 그 때 엄마 입술이 귀 밑까지 찢어질 정도로 빙긋 웃더라 엄마는 전철을 타고 가며 ‘안녕’ 하며 사라졌어 Ⅱ PM6시 활활 타오르는 우물 후라이팬의 팝콘이 튀어 목금 연타가 쏟아진다 바람이 울고 돌의 중심이 떨고 있다 Ⅲ 거리에는 황금빛 민들레 솜털이 만발하여 춤추고 있었다 에스닉풍의 스커트를 휘날리며 여자들이 아치를 꺾어지고 있을 즈음 투명한 양파가 굴러다니는 부엌에서 쌀을 씻는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무지개가 타오르면 나는 어느것과도 닮지 않은 새싹이 되는 걸까 차갑고 미칠 듯한 한천(寒天)에 끈적끈적 어딘들 들러붙어 끊어지지 않는 부드러운 꼬리가 될까 Ⅳ 그대는 이제 없는데 그대가 보고 싶다니 정말 싫다 ‘이젠 어떤 꿈을 꾸든 나랑 상관없어’ 고개 언저리를 조금 떨며 오로라처럼 펑하고 사라져버린 그대 때려 부수어 작은 무지개 조각을 몸에 찌르는 일밖에 하지 못 했잖아 흐느끼며 한낮을 양동이로 씻고 있었지 저기, 있잖아 이리로 더 가까이 와 잿빛 늑대 마냥 시간이 지루한 때를 파헤치고 있다 눈을 감으면 나는 그대를 안을 수 있는데 그대는 나를 보지 못하네 갸날피 떨며 시간의 틈바구니에 매달려 있다 그렇게 초라하게 빛나지 말고 내가 뜬 스웨터 입으세요 상어 지느러미 스프를 드세요 레게 음악에 춤추세요 지금 바로 팩스로 사랑 편지를 보내세요 Ⅴ 그대의 형상을 난폭하게 내게로 끌어당겨본다 얼어붙는 5월 미로의 태양과 깃발만이 선홍색으로 (역주2) 투명해지는 내장(內臟)에 걸리는 말뚝 기묘한 모양으로 뒤틀려 중량이 흔들릴 때마다 변한다 모음 형태로 뻐끔뻐끔 당신의 입술이 외치치만 시간이 당신의 목을 짓뜯고 있기 때문에 닿지 않는다 여기에는 있는데 거기에 없는 것은 무엇입니까? 거기에는 있는데 여기에서는 안 보이는 것은 무엇입니까? 지금도 그대의 가슴 깊은 용광로에서 그 바보스런 난리법썩의 ‘해체신서’가 타오르고 있다 (역주3) Ⅵ 있잖아 꿈에서 말야 깜깜한 밤이었거든 축축한 흙길을 걷고 있는데 걸어도 걸어도 길뿐이야 계속 걸어가니 커다란 구멍이 여기 저기 있어서 장화발로 껑충 타넘어 계속 걸었어 그랬더니 또 커다란 구멍이 있는데 앗, 쑤욱 큰 구멍에 빠지고 마는 거야 엄마 하고 부르는데 아무도 없어 깊고 깊은 구멍 머리 저편 작고 먼 하늘 푸른 별 하나만이 빙글빙글 돌고 있더라 빙글빙글 빙글빙글 돌고만 있는 거야 엄마 하고 몇번이나 몇번이나 부르는데 엄마는 오지 않아 별이 빙글빙글 돌고 있어 빙글빙글 빙글빙글 돌고 있어

 

(역주1)간다이(關大). 간사이(關西)대학교. (역주2)호안 미로(Joan Miró,1893-1983).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아르르칸의 사육제’,‘성좌’ 등. 추상적인 붉은 태양을 자주 그림. (역주3) 해체신서(解體新書,1774). 일본최초의 본격적인 서양의학 번역서. 독일인 크름스의‘해부도보’를 번역한 것. / 번역 - 이희라, 장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