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노 가즈요(今野和代) 詩集 飜譯 5. 도개교(跳開橋)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06-12-24 15:41     조회 : 8786    

詩 - 곤노 가즈요(今野和代)
Photo - kim sang Soo


도개교(跳開橋)  (역주)

기억의 물에
튀어오르는 비늘
구비구비진 복도를
시간을 떼어와 증발시킨 여름에
다리만 지닌 사람들이 걸어간다
그곳만은 언제나 한낮
천장은 언제나 한밤중인
손잡이를 돌리면
우르르 쏟아진다
까슬까슬한 소립자
그저 오로지 자신을 무겁게 하여
주저않은 것도 있다
이미 부유하고 있는 것도 있다
울고 있는 것도 있다
<무얼 하고 있어? 무엇을 해왔지?>
뾰족해지며
눈을 찌르는 것도 있다

거울로 둘러싸인 어지러운 벽을
두드려 깨뜨리니
한쌍의 긴 도개교
귀머거리 고흐와 함께 간다
하늘을 가르고 있다
저 도개교까지
서로 노려 본 채
바싹 다가간 채
결국 합류하지 않은 채
서로의 하늘을 차올리고 있다
저 도개교까지
무엇을 그리러 가는가
격렬한 화살처럼
약속이 쏟아지는 포위의 거리인가?
어릿광대의                 
부드러운 어깨에 걸린 무지개인가?
단내로 정적에 싸인 식탁인가?
내 가슴에서 영글어 터지는
한 마리 물고기인가?

수염 덥수룩한 고호와 간다


역주 : 아를르의 도개교(1888년).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1853-1890)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