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서울에 나타나면...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06-12-24 20:43     조회 : 8492    
   제목_없음.bmp (791.1K), Down : 28, 2006-12-24 20:43:15

Italy Millan 2006 Photo

예수가 서울에 나타난다면 아마 제일먼저 교회를 부시고 다닐거다. 예수를 팔아 일신의 영달을 꾀하는 가짜목사와 가짜교회들부터 박살내고 그 다음에는 교회만을 위한 교회들에는 예수 이름을 팔지못하도록 명패를 죄다 거둬들일 것이다. 인간이 없는 교회, 재물만 쌓고 콘크리트와 화강암으로 개칠을 하는 성전(?)쌓기의 한국 교회 현상은 이제 기복신앙(祈福信仰)으로만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뻔뻔하기가 노골적이다. 이 또한 이 나라가 얼마나 황폐 무인 지경인가를 드러내는 것일진대.

난 이 땅에 크리스마스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쓸슬함과 외로움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익히 안다. 노동으로 지새는 가난한 이들과 제대로 병을 고치기도 난망한 이들이 계속해서 도시 변두리로 밀려나고 정작 이들이 먼저 축복을 받아야 할 날에는 상권(商權)과 금력(金力)의 마켓팅과 세일즈가 세상을 어지럽히는. 늘 그래왔듯.

문득 1984년 22년전의 크리스마스 이브 오늘이 생각난다. 강원도 설악동 성당이었다. 아주 우연히 천주교 신부의 포니차-이 차는 지금은 볼 수도 없다-를 같이 타고 신부와 같이 쌀푸대를 신고서 산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나눴던 기억이. 깊은 산 중에 꼬막같은 방구석에서 배고픈 한 식구들이 오도커니 앉아서 누구하나 찾지않는 어둠을 뚫고 신부는 그렇게 살푸대를 날랐다. 이를 맞는 그네들 반가움의 얼굴이란.

아주 추웠던 기억이다. 영영 잊지못할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난 그 이후 다시는 그 살푸대를 나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아주 슬픈 일이다.
모두에게 축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