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파리 스토리, 1년 4개월만에 다시 '파리의 냄새'를.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04-01-14 22:33     조회 : 9757    

paris 2004. 1. Rambetueau


샤를르 공항에 내리자마자 '파리의 냄새'가 '후욱' 났다.
오래묵은 향수냄새가 스며있는듯한 파리의 공기.
이 냄새는 때때로 역하게도 느껴지지만 이 냄새야말로 파리라는 도시 특유의, 파리만의 인
상적인 후각(嗅覺)으로 감지되어온다.
도시의 냄새, 어떤 도시든 그 도시를 가면 그 도시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눈으로 보이는 귀로 들리는 도시의 특징만이 아니라, 냄새로 드러나는 감각(感覺)이 있다.
일본 동경을 가보면 제일먼저 소독약같은 냄새가 나를 음습해온다.
지나칠만큼 청결을 강조하는 일본인들 그들의 특이한 성미에서 비롯된 동경이란 도시의 분위기는거대한 병동(病棟)을 출입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일본인들 그들의 결벽증이란.
반대로 프랑스 파리는 좀 오래된 곰팡이내같이 눅눅하기도 하고, 계절이 켜켜히 지난 꽃가
루 냄새같기도한, 그래서 난 이 냄새를 어떤 이름모를 향수냄새로 규정하는데, 마치 오래된
병에 담겨져 생전에는 사용하지도 않던 어느 죽은 노파의 백년도 넘은 향수병이 저절로 뚜
껑이 열리고 공기 중에 대기와 마주친 것 같은.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이 냄새는 퍽 친근하게도 '인간적인 냄새'로 다가온다.

나는 파리에 살고있는 파리지엔느들에게 이 냄새를 맡을 수 있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간간이 외지로 나갔다가 돌아 온 파리사람들은 내가 하는 얘기를 금새 알아 차린다. 파리만
의 냄새가 분명히 있다고 그들은 긍정한다.
하지만 파리에서만 살았고 살고있는 사람들에겐 무슨 냄새가 나느냐고 나에게 도리어 되묻는다.
이는 바로 '냄새의 중독'이다. 어떤 냄새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그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건
냄새에 푹 빠져 살아서 그 냄새를 감지하는 신체의 기관이 무뎌졌거나 자신의 몸 전신에 그
냄새가 이미 충분히 배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난 점점 이 파리의 냄새에, 파리의 도시에, 초기중독의 증세가 나에게도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아직 완전히 파리의 냄새에 중독되지도 않았고 중독될 수도 없는 처지이고 파리지엔
느가 될 수도 없는 내 처지지만.
이 도시의 냄새와 이 도시의 중독은 내게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다.
언제나 그렇지만 난 이 도시의 냄새가 내 옷깃과 내 머리카락에 배어들 때쯤엔 어김없
이 이 도시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