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없는 글, 36 - 지금 한국의 위기, 그 정체는 바로 민주주의 위기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07-11-11 07:21     조회 : 7950    
지금 한국의 위기, 그 정체는 바로 민주주의 위기

다들 오늘의 이 시대를 ‘경제위기’로만 규정한다.
이는 현실 인식이 부족하고 한마디로 틀렸다.
나는 자꾸 얘기한다,
드러난 현실은 ‘경제’가 문제지만 그 본질엔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위기이며
더 화급한 현실은 민주주의 자체가 지금 중도에서 위기에 빠졌다고, 말이다.

민주화 일부 세력 집권 이후 계속돼온 실정(失政)은 오늘 현실의 빌미가 됐고,
여기에 이명박이란 사람이 갑자기 이 나라에 '경제구세주'로 떠올랐고
그 ‘구세주’의 정확한 정체는 풍문과 우화로만 분칠해져 내달리다가
갑자기 이회창이 ‘애국이념’을 앞세워 ‘이명박으론 좌파로부터 정권을 찾아올 수 없고, 불안하다’ 는 이유를 내걸고 대선 3수에 나섰다.

정당 정치가 아무리 뿌리 내리지 못한 한국의 정치 현실이지만 이제 불과 선거 40여일을 남겨놓고 한 정당의 선거 경선 결과를 뒤엎는 절차적 민주주의에 위기를 불러일으킨 사태니 참 난감하기는 하다.
하지만 경선으로 후보를 뽑은 당에서조차  어차피 당심과 민심도 아닌, 일부 여론조사의 아주 근소한 차로 이명박이 후보로 결정되었고, 그가 갖은 비리와 의혹으로 많은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어려운 처지의 후보이니 전체 선거 구도를 봐서는 어쩌면 다행일수도 있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어쨌든 이런 이회창의 등장은 이회창이 사방에서 무참한 공격을 받기에 이르렀다.
전총재라는 호칭은 ‘한 늙은이의 더러운 욕망으로’ 노인폄하 이상의 수준으로 바뀌면서, 정치은퇴 번복이야 앞서서 과거 김대중이도 했고 ‘좌파에 뺏긴 정권을 되찾아 주겠다는 데, 응원은 못해줄지언정 민주주의 이념과는 애당초 먼 자기가 만든 당인 한나라당에서 또 어제까지 이해관계를 같이했던 여론 권력 ’조,중,동‘에서까지 새삼스럽게 민주주의 파괴 운운하니, 이회창은 당혹스러운 정도가 아니라 은근히 울화가 치밀기까지 할 것이다.
그래서 이회창은 자기 사무실 책상위를 구둣발로 올라가 팔을 흔들며 “모함하고 중상 모략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악의 세력에 대해서는 추호의 타협과 양보 없이 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저러나 이왕 내친걸음, 정 안되면 ’살신성인‘까지 하겠다고 미리 짝 발 뛰기도 해두지 않았는가. 

이 어지러운 현실을 ‘극우결집’으로 마구 흔든 이회창의 등장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비단 이명박 뿐 아니라 대통령선거에 나선 이들, 정동영이나 문국현, 권영길, 심지어 이인제까지 너도 나도 자기가 바로 '경제대통령' 이라고 떠든다.
더하여 이명박은 자기네 딸자식 경제까지 알뜰하게 챙기느라 자기 소유 빌딩 관리회사에 무노동 취업까지 시켜 꼬박꼬박 월급까지 안겼단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자의 모양이 이렇게 졸렬하니, 보통의 자식가진 평범한 부모의 자식사랑에 비추어도 이명박의 행태를 보자면 차마 눈 뜨고 보기가 민망스러울 것이다. 

이렇듯 ‘경제귀신 잡기’에 빠져 허덕이는 대통령하겠다는 사람들 앞에 느닷없이 ‘경제보다 더 중요한 게 안보’라고 들고 나오면서 ‘북한에 부당하게 퍼주는 좌파정권은 종식’되어야 한다는 이회창의 등장은 그나마 현실을 오직 ‘경제문제’로만 몰고 가는 시야로부터 '안보'를 빙자하여 조금은 현실 이해를 다르게 넓혔다고나 할까.
아이러니다. 

오로지 ‘경제’를 앞세우는 이들이나 갑작스런 ‘안보’를 외치는 이나 현실을 읽고 있는 눈은 있지만 하나같이 부조화와 비현실적인 인식으로 현실을 보니, 현실이 한쪽으로만 치우쳐서 기우뚱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라는 귀신을 앞세워 대통령은 '자기' 가 꼭 해야만 한다고 강변하거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빨갱이 만들기 이데올로기’를 부추기며 세상 사람에게 혹세무민(惑世誣民)을 도모한다. 
너무 어지럽다.

1997년 대통령 선거 텔레비전 토론시 세계 5대 강국 진입과 4만 불 국민소득을 자기 임기  중에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대통령으로 나서 당선된 김대중의 만화(漫畵)같은 허언(虛言)이나 취임 초부터 4만불에서 깍아 2만 불 국민소득을 앞세우면서 등장한 노무현이 재벌 삼성의 연구소에서 건네준 폐이퍼로 나라 운영에 대한 정책을 짜고 공무원들을 삼성이 운영하는 연수원에 보내어 ‘교육’을 시켰으니, ‘권력은 이미 시장에 넘어갔다’고 말한 노무현 대통령의 현실 이해는 너무나 간단스럽게까지 들렸다.

이렇듯 김대중 노무현 공히 박정희의 ‘경제 신화’를 부추겼고, 그 딸은 박정희의 현신(現身)으로 버젓하게 살아 오늘의 대통령 선거현실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만한 인물까지 됐다.
이에 재벌 삼성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민주체제가 얼마나 무력하고 허약한지를 드러내는 결정타를 날렸다.
시민의 사회체제와 그 개개인을 삼켜버리는 거대한 권력의 화신으로 토마스 홉스가 얘기한 리바이든(Leviathan)이란 괴물로 재벌 삼성은 이미 현실로 굳건하게 자리를 잡은 것이다.
 
자, 정말 무엇이 문제일까?
군사독재 이후 일정부분 민주 세력이 집권한 결과가 도리어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이 현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민주주의가 일대 위기에 빠진 오늘의 현실에서 오직 ‘경제’만의 문제로 오늘의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식은 나라 전체를 무지몽매(無知蒙昧)의 틀로만 가두는 인식의 오류를 계속 범하는 것이다. 
오늘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현실이란 사회 구성원 전체와 대내외 환경적ㆍ사회적 상호 의존성이 한계로 이미 드러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경제’만의 문제로만 단칼에 한국 현실을 진단하고 그 처방이 가능하단 말인가?

아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쟁점은 ‘경제’가 전부가 아니다.

오직 ‘경제’만의 문제로 한국 사회 현실을 보는 인식에는 내가 동의할 수 없다.
정작 위태롭고 잔인한 현실은 민주주의 자체가 위기에 닥친 것이다.
대통령 되겠다는 인물 중에서 위기의 정체를 제대로 정 조준하는 후보가 없다.
현실 인식이 아둔한 것인가?
아니면?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지 않는다’는 미신(迷信)에 미혹(迷惑)당한 것인가?
그래서 투표를 앞두고 표를 모으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입에 오르내려서는 안되며, 민주주의 때문에 경제파탄이 왔다고 믿는 일부 몽민(夢民)들에게 차마 민주주의를 다시 입에서 꺼내기가 겁나고 심지어 조롱까지 받을까 봐 눈치를 보는 것인가?

그러나 다시 민주주의다.
민주주의가 지금 정체를 잃고 질곡과 위기에 빠진 것이다.
무수한 생명들이 다치고 목숨을 바치면서 지켜온 이 땅의 민주주의가 도로에 처할 운명에 지금 처해있다. 이 엄정한 현실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이 현실위기를 정당하게 읽어내는 이가, 민주주의 위기 현실을 정면에서 돌파하겠다는 이가, 새로운 대통령이 되어야 옳다.

남은 잔여 선거일 38일을 앞두고, 이 나라 민주주의 위기를 구출할 전선(戰線)과
대오(隊伍)를 지금이라도 갖추고 나서는 자에게 나는 힘을 보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