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없는 글 43, - 오늘 한국의 불행, 내가 지지할 대통령 후보가 없다.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07-12-12 09:15     조회 : 16663    
2008년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한 자들은 21세기 한국이 어디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가에 대한 명료한 답이 하나같이 없다.
한 국가의 최고 리더-대통령-가 되고자 한다면, 우리 공동체가 앞으로 어떻게 설정(設定)되어야 사회, 문화, 자연, 경제에 있어서 그 균형을 찾을까에 대한 마땅한 질문과 답이 있어야 하는데, 이들에게 답은 참 요원한 물음이다.
국가적으로 불행이다. 제대로 사고하는 대통령 후보가 없단 현실은.

지금 대통령 후보 중에서 그 누구도 장차 닥쳐올 에너지,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현실 인식이 얕거나 거의 없는, 문맹(文盲)인 현실을 본다. 끔찍하고 슬프다.

지금 지구는 생태적 위기에 처해있다. 나라의 규모를 따지지 않고라도 전 지구적으로 파국(破局)에 직면한 현실임은 불을 보듯 하지 않는가.
세상이 이런데도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들은 오로지 ‘성장경제’만 부추긴다.

미련한 건가?  아니다. 영악하고 차라리 무지(無知)하다.
국민의 현재에 만연한 ‘경제심리’를 빌미로 ‘성장’을 말하면서 표심만을 얻길 바란다. 이들이 국가의 장래와 미래정치를 말한다는 건 말의 장난일 뿐이다.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다면, 오늘과 같은 산업구조로는 생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또 사회적으로도 지속이 불가능한 경제 구조임은 알아차리기 어렵지 않다.
하물며 우리가 터하여 살고 있는 환경을 인간들이 계속해서 훼손하면서 얻어지는 ‘경제성장’이란 본말(本末)이 뒤집혀진 것이며 우리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사회’도 동시에 망치고 있다는 자각이 이렇게도 어렵나.

여기에 더하여, 오늘의 현실이 위기인 것은 지키고 가꾸어야 할 민주주의까지 일대 위협에 빠져있단 사실이다.
이제 며칠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에서 최소한의 준법정신과 정직성마저 크게 결(缺)한 대통령 후보가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으며 차기 대통령으로 거의 뽑힐 수도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오늘의 현실은 참담한 심정이기까지 하다.

민주개혁을 표방한 정권의 계속되는 실정(失政)이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게 하였고 일반 서민들의 삶의 어려움은 ‘차라리 바꿔보자’는 반사 심리가 작동하면서 ‘무조건 지지’라는 비이성적인 상황을 초래한 현실에 대해 일견 이해는 하지만, 이명박이 수준의 도덕관, 가치관, 경제관에 지지를 표하는 사람들의 의식 수준에는 나는 전혀 이해할 수도 없거니와 일말의 동의도 할 수 없다. 
     
일본 식민지 과정과 이후 이 땅의 국민들에게 진실과 거짓에 대한 판단과 분별을 끊임없이 흐리게 하는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노력이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어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잃어버린 10년'을 외치지만 지난 10년간 정권 말고는 잃은 것이 거의 없는 기득권자들이 계속 득세해 온 현실이다.
오늘 기득권자들의 반격은 이명박을 앞세워 거침이 없다.
여기에 김대중 노무현 등에서 새로 편입된 10년 신생 기득권층이 합세하여 ‘성장경제’를 부추기며 혹세무민(惑世誣民)을 일삼는다.
경제계와 언론계, 법조계, 교육계, 문화 예술계 등에서 이들의 기득권은 거의 콘크리트화 되어 있다.
특권적인 지위를 향유하려는 이들의 노력은 끈질기고 짐승스럽다.
 
실제로 지금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생계 차원에서 많은 것을 잃어버린 서민들의 고통은 이들의 적당한 구실이 되어 부패와 비리는 가속되고 구조화 중층화되기까지 했다.

오늘의 현실이 첨예한 위기인데도 해방 이후 이 땅의 정치는 거의 한 걸음도 옮기지 못했다.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5년에 한 번씩 대통령 선거에 투표하여 대통령을 뽑는 것만으로는 민주주의를 말할 수 없다.

한국의 정치는 한국 사람들의 삶의 현재와 내일에 그 어떤 미래도 설계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지리멸렬(支離滅裂)로 지속해 왔다.

원래 피(血)가 그런가?  서로 헐뜯고 싸움질만 계속하고.
백성들은 오래전부터 각개전투(各個戰鬪)로 살아가야만 하니.
결단코 아니다, 아닐 것이다.
나는 내 땅과 내 나라의 사람들을 부정하거나 의심한 사실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나 말이다.
우리도, 이젠 우리도, 21세기를 살아가면서 조금이라도 인류에 보탬이라도 되는 삶을 살 때가 됐다고 나는 주창한다. 

인류는 산업화 근대화 정보화를 거쳤는데도 한국은 인류에 이바지한 바가 거의 없다. 끊임없이 ‘선진국’ 흉내 내기나 따라잡기로 초조하게 일관했다.
도대체 같은 지구 공동체에 살면서 같은 땅덩어리에서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선진국’의 정체는 과연 뭘까?

그럼? 이 땅의 정치는? 정작 이 땅에 정치는 이 작은 땅에 어떤 보탬이나 도움이라도 되었던가? 없었다.
그저 기대고 사는 땅을 파먹고 또 파먹기만 했고, 지금도 그렇다.

본질은 끝임 없이 대의정치의 위기다. 대의정치가 가능할 수 있는 교육이 문제이고 민주주의가 토대가 바로 위기다.
이번 대통령 선거도 여실하게 민주주의 위기를 보여주고 있잖은가?

나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내가 뽑을 대통령 후보가 없다.
단, 이명박이를 반대하고 대통령 후보를 단일화하는 연대세력엔 그나마 내 지지를 표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