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그리고 문장(文章), 더 간소(簡素)하게, 더 간단(簡單)히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07-12-27 07:58     조회 : 8422    

Newzealand 남섬 Christchurch에 온지 20여일이 됐다.
이 도시에 대한 사전 정보는 거의 없었다. 지난 1월에 그레이마우스(Greymouth)에서 Christchurch까지 동서를 횡단하는 산악 철도를 타고 서쪽 해안 끝부터 동쪽 해안까지 동서로 뉴질랜드를 가로질러서 왔을 때, 광활한 캔터베리 평원은 충격적이었다. 넓기도 했지만 숨막히게 고요한 정경은 내게 또 다른 시공간의 경험이었고 그 평원이 끝나는 무렵에 이 도시 크라이스트처치의 인상은 도시의 축조에서 인공이 자연에 잘 안겨진 도시였다. 잠깐 스친 도시지만 사방이 넓게 평평한 도시, 멀리 보이는 산이 평풍처럼 수평으로 감싸고 있고 나무와 작은 강이 인상적이었다.

켄터베리 평원의 '정원의 도시'라고 불리우는 도시 크라이스트처치는 뉴질랜드 남섬의 인구 36만여명의 뉴질랜드에서 3번째로 큰도시라는 것, 크라이스트처치는 지난 날 이상 사회 건설을 꿈꾸던 영국 옥스퍼드(Oxford)대학의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 출신자들이 만든 계획 도시라는 것, 건설 당시의 이상을 그대로 실천했다는 자연 환경을 잘 조화시킨 도시. 그냥 이 정도가 내가 사전에 알고 있는 정보의 다다.

무엇보다 여긴 지금 여름이란 사실이다. 그러나 여름이라고 푹푹찌는 더위가 아닌, 아침 저녁으로는 한국의 늦가을 날씨처럼 제법 쌀쌀하기도 하다. 적당히 긴장이 있는.

이번에는 이 도시에서 한동안 머물 예정으로 집부터 구했다.
비싸지 않고, 작지만 여유가 좀 있는 공간.
다행히 여기서  만나진 고마운 분의 도움을 받아 깨끗하고 ‘간단한 집’을 구했다.
전화도 인터넷도 놓지 않으려고 했다가,
며칠 전에 전화는 연결했고 인터넷은 해를 넘겨 내년 1월 3일에 연결된단다.

아침 7시에서 8시면 일어나 환기를 하고 청소를 하고 커피를 마신다.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마당을 좀 거닐다가 오전 작업을 시작한다.
집에서는 아직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아, 요즘에는 무선 인터넷이 터지는 아트센터 큰 나무 밑, 나무 탁자에 자전거를 타고 오전이나 오후엔 자주 가서 글 작업을 하다가 시내 도서관에 들른다. 
집, 아트센터, 도서관, 집으로 가는 길에 강가, 다시 집.
간단한 동선(動線)의 거의 매일 반복이다.

소설 작업은 본격적으로 하지 않아서 그런지, 진행이 어렵다.
그동안 문학에 정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극 희곡 작업도 십오 년째 하지 못했다.
요즘은 ‘언어’의 결핍과 협소함을 느낀다. 공부가 부족했다.
오래전에 쓴 영화 시나리오를 소설로 옮기는 작업이라 줄거리나 구성은
이미 세워져있지만, 소설이란 또 다른 장르는 아직 많이 낯설다.
자꾸만 언어 표현이 너절해지고 장황해진다. 중언부언(重言復言)이다. 
더 간결하게 더 간단할 수 없을까.
간소하지만 적절(適切)한, 말이다.
이도 공부가 너무 적었다. 공부가 없었으니 복잡할 수밖엔.
반성할 일이다.

아트센터 나무 밑, 나무 탁자, 여기 사시는 화가 서석원님이 빌려주신 내가 타는 자전거와 내 노트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