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이곳 신문 'PRESS'를 펼치니 1면에 인상적인 인물 흑백사진이 크게 나있고 큰 기사가 여러 폐이지에 걸쳐서 나있다.
뉴질랜드인들이 존경하는 에베레스트 첫 등정 인물 Edmund Hillary의 부음(訃音) 소식이다.
하늘 아래 첫 땅인 에베레스트 산을 처음 밟은 산악인이라고 뉴질랜드 화폐에 최초의 생존 인물로 등장한 그의 인생에 대해서는 뉴질랜드 정부가 그의 운명에 조기(弔旗)를 달아 공식적으로 애도를 표하는 정도다.

궁금해서 google로 잠시 검색을 해보니, 1950년대에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국력 과시의 새로운 수단으로 오지정복에 나섰고 특히 남극, 북극과 함께 세계 3대 극지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던 에베레스트 최초 등정을 위해 이들 국가는 총력 경쟁을 벌였다.
힐러리는 53년 4월 26일 영국의 존 헌트가 이끄는 원정대에 참가해 5월 29일 셰르파 텐징과 함께 세계 최고봉에 처음으로 오르는데 성공했다.

영연방 소속의 한 젊은이가 해발 8천848m의 세계 최고봉 정복에 성공했다는 뉴스는
나흘 뒤인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 날 공표되면서 엘리자베스 2세는 에드먼드에게 `기사'(knight) 작위를 수여했다.

20세기 탐험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에드먼드 힐러리는 산악인, 탐험가로서는 물론 인간적인 면모에서도 돋보이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를 영웅적으로 받드는 이유 중에는 에베레스트 정상 등극의 영광을 혼자서 차지할 수도 있었지만,
동행한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1986년 사망)에게 공을 돌린 일화는 지금도 아름다운 휴먼스토리다.
힐러리는 정상에서 셰르파인 텐징의 사진만 찍고 내려왔는데, 이는 서양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에게만 쏟아질 관심을 등반을 한 셰르파와 나눠 갖기 위한 배려였다고 한다.
힐러리와 텐징 중 누가 먼저 정상에 올랐는지에 대해서도 “텐징과 나는 한 팀으로 함께 정상을 올랐다”고 말했다.

1975년 자서전 '모험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Nothing Venture, Nothing Win) 출판 직후 인터뷰에서 힐러리는 "모험은 나처럼 평범한 능력을 가진 평범한 사람에게도 가능하다"면서 스스로를 범인(凡人)으로 묘사했다.
이후 그는 네팔 히말라야 산골에 학교, 병원, 다리 등을 세웠고 원주민 보급품 운반을 위해 비행장도 건설했다.
하지만 비행장 건설은 관광객 증가로 이어지고 히말라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 받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에 힐러리는 에베레스트 등반 안식년을 주장하고 유엔환경운동단체 등에 가입해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1987년에는 유엔이 선정한 ‘글로벌 500’ 환경보호운동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1960년대 현직 총리로부터 정치 입문을 권유받자 “신에게 필적할 만한 도덕성에 부족함을 느껴 사양한다" 고 그는 말했다.

그의 죽음에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는 "힐러리 경은 자신이 '평범한 능력을 가진 평범한 뉴질랜드인'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에베레스트를 정복했을 뿐 아니라 결의와 겸손, 관용의 삶을 산 영웅"이라고 조의를 표했고 줄리아 길라드 호주 부총리도 정부성명으로 호주인들 또한 힐러리 경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면서 "힐러리 경의 이름은 모험과 꿈의 동의어"라고 말했다. 

화폐의 초상 인물은 국민의 정서를 반영한다.
뉴질랜드는 화폐에 도전정신을 담았다. 뉴질랜드 여성이 세계 최초로 선거권을 얻는 데 앞장선 케이트 셰퍼드, 마오리족 최초의 뉴질랜드 대학 졸업생이자 사회운동가인 아피라나 응가타, 에베레스트 최초 정복자인 에드먼드 힐러리, 등 모두 도전 정신을 함유한 인물들이다.
5달러 지폐 속의 힐러리는 정장 차림도 아니다. 뉴질랜드의 탈권위주의적 측면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