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엿한 숙녀다.
우리식 나이로 스물 일곱이니 그네들의 표현대로 완숙한 마드모아젤이 됐다.
여전히 화장기가 없었고 바쁜 병원생활 때문에 몸이나 얼굴을 가꿀 시간이 없었단다.

내 카메라 렌즈에 가까이 아주 가까이 얼굴을 들이댈 때마다 지난 마지막 여름에 만났을 때
모습과는 달라 보였다.
아, 투안도 이젠 나이를 먹는구나.
1995년 파리 내 미술전시회에서 비디오작업에 출연하고 이후 만 9년이다.
내가 투안과 만난지도.

난 투안의 웃음 속에 착함과 따뜻함이 그리고 상냥함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삶의 열정 또한 더 깊어지기를 바란다.
투안의 웃음소리에도 곧 세상의 때가 묻겠지만 그 웃음은 착한웃음이기를 난 바란다.
웃음에도 착한 웃음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물이나 상황을 마주하는 투명하고 맑은 웃음에는 사람의 기운이 자연에 가깝다, 아니 자
연 그 자체다.
난, 투안이 쩔쩔매는 삶은 살지 않기를 바란다. 모든 즐거움과 모든 슬픔에도 스스로 가
하는 생의 책망은 아주 작기를 소망한다.
살아가면서, 살아있는 모든 풍경에 투안의 웃음이 저절로 녹아들기를 바란다.
웃음의 인력(引力)으로 세상을 끌어당기고 웃음의 공기(空氣)로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