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church Sumner

오늘의 뉴질랜드 국가 정체성이 뚜렷하게 확립된 시기는 제4기 노동당 정권이 들어선 1984년 데이비드 랑기(David Lange) 총리 때라고 한다. 1984년 총리가 되어 1989년까지 집권한 5년동안 그는 뉴질랜드를 완전히 새로운 나라로 일신시켰다. 로져노믹스(Rogernomics) 로 일컫는 경제개혁이 이 노동당 정권에 의해 시작되었고 현재의 뉴질랜드는 이 경제개혁의 도상(途上)에 있는 셈이다. 

1985년 뉴질랜드는 핵무기를 적재한 미국 함정의 입항을 거부하는 정책으로 미국과 갈등을 낳는다. 이 때 레이건 행정부는 뉴질랜드의 비핵화 정책에 시비를 가하면서 심지어는 공개적인 협박까지 했다. 마치 조지 부시가 이라크 전쟁에 파병하는 국가와 그렇게 하지 않은 국가를 이분법으로 나누어 파병 반대 국가를 적대시하듯이 85년 당시 미국 대통령 레이건의 대뉴질랜드 발언은 강경했다.

이런 현실에서 데이비드 랑지 전 뉴질랜드 수상은 영국의 옥스포드로 날아가 미국 레이건 행정부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연설 마지막 대목에서 그는 핵무기 전함 입국을 거부하는 것은 악마적 본성을 가진 무기에 대항해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며, 악마적 무기의 힘이 아닌, 인간이 의사결정의 힘을 갖도록 하는 것이며, 도덕적 가치가 세상을 지배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핵무기는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한다.

The appalling character of those weapons has robbed us of our right to determine our destiny and subordinates our humanity to their manic logic. They have subordinated reason to irrationality and placed our very will to live in hostage. Rejecting the logic of nuclear weapons does not mean surrendering to evil; evil must still be guarded against.

Rejecting nuclear weapons is to assert what is human over the evil nature of the weapon; it is to restore to humanity the power of the decision; it is to allow a moral force to reign supreme. It stops the macho lurch into mutual madness. And for me, the position of my country is a genuine long-term affirmation of this proposition: that nuclear weapons are morally indefensible. And I support that proposition.

핵무기는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 Nuclear Weapons are Morally Indefensible 라는 이 연설은 당시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었고 이후 미국은 호주, 뉴질랜드, 미국 안전보장조약(ANZUS)에서 뉴질랜드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함으로써 ANZUS는 유명무실해진다.

뉴질랜드는 아직도 미 함정의 입항을 거부하는 정책을 쓰고 있고, 다수의 국민들이 이를 지지하고 있다. 호주는 이라크전에 파병을 했지만, 뉴질랜드는 이라크에 파병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