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photo 2008 Kim SAng Soo

어제 밤에 나는 청계천에 나갔습니다.
아이들의 표정이 참 깨끗했습니다.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들의 눈빛도 하나같이 초롱초롱했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다니는 어린 학생들의 기운은 나이든 나를 몹시 부끄럽게 했습니다.
어른인 내가 아이들에게 참으로 송구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나라가 완전히 망하진 않았구나' 하는 안도의 느낌도 들었습니다

저 아이들이 보다 건강하고 씩씩하며 태어난 자기 나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수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어야만 한다는 반성이 목밑까지 치밀었습니다. 자책이 들면서 나이들어 헛살아온 죄스러움에 하늘을 올려다 봤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니 술 취한 이상한 어른들이 어린 학생들을 밀치면서 학생들에게 바보같은 시비를 자꾸 하는 걸 보고는 야단을 쳤습니다.
이봐! 당신 술주정 여기서 하지마! 여긴 마음을 씻고 눈을 뜨고 반성하는 장소야!
술 주정 중늙은이는 내 눈길을 피하더니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잘 들리지도 않는 스피커에 귀를 기울이면서 차가운 아스팔트에 몇시간씩 앉아있는 모습들이 안타까웠습니다. 긴 시간 그 싸늘한 아스팔트에서 아이들은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있었고 행하고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가르쳐 주지도 못한 '민주주의'를 아이들이 일깨우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차가운 아스팔트에 오랜시간 앉아있진 못했습니다. 이도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단단해져 왔습니다.

더 늦기전에 더 지체하기 전에 이명박의 서툰 실험은 이쯤에서 그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인 우리가 어린 아이들에게 어리석은 바보의 언행을 더 이상 가르칠 순 없지요.
이명박은 반드시 쫒아내야 합니다. 아이들의 얼굴에 인간으로의 의 자부심을 왜곡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 세대가 겪은 실없는 고통을 되풀이 전수시킬 순 없습니다. 대강 땜질로 오늘의 상황을 거둘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는 승리한다는 믿음을 어른들이 이제는 몸으로 옮겨야 합니다.
 
대통령이란 우리의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규범으로 바른 사회생활을 해 온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그래서 정의나 원칙이 우리 사회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만은 지켜줍시다.

이명박 정권의 비이성적인 상황의 만연은 곧 사회적 파국을 가져오게 됩니다.
이 사회적 파국의 정체는 곧 위기의 본질이 오직 경제만의 위기가 아닐겁니다.
보다 깊고 지속적인 위기는, 사회의 위기, 민주주의 위기, 문화의 위기임을 반증하는 것이지요.

문화의 위기는 실존의 위기이며, 경제위기 또한 이것에서 파생한 것입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재벌 삼성의 전횡에서 비롯되는 자본의 이기적인 사용행태가 우리들의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기형적인 사태를 유발하고 있는가를 속수무책으로 쳐다보면서 여전히 공동체의 기반에 대한 의문은 등한시되거나 호도되고 있습니다.

오늘 이 가치관과 정신의 혼돈, 그 위기의 틈새를 비집고, 경제를 인질로 국민 대중을 현혹하고 있는 이가 이명박입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마치 그를 경제를 살릴 구세주로 착각하게 만들어 압도적인 투표로 대통령까지 만드는 우(愚)를 어른들인 우리가 범한 것입니다.

청계천에 나와 서 있으니까, 이명박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얘기하는 청계천 공사를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이 공사는 사실 눈가림 조경공사를 하고서도 생태복원이라고 우기면서 가짜 청계천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실체입니다.

좀 찬찬히 따져 보지요. 청계천을 생태 복원한다는 건, 북한산부터 내려오는 지천을 살려 자연의 물줄기를 청계천에 내려 보내는 게 생태복원에 가깝지요. 이는 지극히 어렵고 힘든 작업일겁니다. 1,2년 만에 할 수 있는 공사가 전혀 아니지요. 지천을 하나하나 살리자면 막대한 예산과 엄밀한 계획이 필수입니다.

따라서 그가 제대로의 양심적인 서울시장 이었다면, 물길을 트는 지적도(地籍圖)부터 세세하게 조사를 해야 했고, 몇 년에 걸쳐 소요되는 예산계획을 세워, 시간이 걸리더라도, 후임시장이 또 그 다음 시장이 공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물길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제대로 복원 할 수 있는, 기초 계획을 차근차근 준비하여 후임자에게 업무를 넘기는 것이, 청계천 생태복원에 가까운 노력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명박씨는 빨리 성과를 드러내기 위해 서둘러 청계천을 시멘트로 쳐 발랐습니다.

한강에서 물을 펌프로 끌어와 강제 방류하는 식인 청계천 공사는, 반생태적 조경공사에 지나지 않지요. 지금 청계천 물에 손발을 담그면 피부가 가렵다고 합니다. 앞으로 두고두고 청계천 부실 공사의 여러 폐해가 드러날 것이며 계속해서 막대한 돈이 투입될 것이며 후손들이 뒤치닥거리에 머리가 아플겁니다. 이는 가장 대표적인 엉터리 토목공사 사례에 속할 겁니다.

이처럼, 가짜 청계천을 만든 이가 마치 진짜처럼 행세합니다. 가짜가 진짜처럼 행동합니다. 이번 미국 소고기 파동도 이런 이명박 행태의 연장입니다.
더하여, 무엇보다도 지금 이명박씨가 용서받기 어려운 사실은 그가 하는 일련의 거짓말들도 문제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대중의 간절한 소망을 이용하는, 질 나쁜 가짜경제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갈등과 분열의 사회상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목숨 바쳐 세운 이 나라가, 끊임없는 침략과 전쟁, 군사독재의 폭력과 혼돈으로부터 무수한 생명들이 쓰러지고 무너지면서 어렵게 걸음을 디뎌서 이제 막 민주주의의를 향해 내디뎠는데, 민주주의가 제대로 꽃피기도 이전에 민주주의는 지금 시험당하고 조롱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한국의 역사는 너무도 많은 시련들을 겪고, 수난으로 점철된 한국의 역사지만 위대한 인간들 승리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역사는 일방적인 비극적 역사가 아닙니다. 인간의 역사이지요.
우리 역사는 현실에서는 명백히 패배할 줄 알면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힘없고 누추해 보이지만 그런 인간들이 자기를 불사른 역사입니다.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인간성의 숭고함을 말합니다.
임진년 전쟁의 이순신 장군과 민중들의 의병궐기와 동학농민운동이 말하고 있습니다. 3.1운동과 4.19 혁명, 80년 광주의 정신과 87년 6월 시민혁명은 비극의 역사이지만 수동적이고 일방적으로 당하고 만 역사가 아닌, 자유를 향한 투쟁의 역사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사를 뒤로 돌려 역사를 패퇴시키고자 하는 세력이 이명박 세력입니다.
이 억압의 세력은 과거와 같은 군사독재의 옷을 입고 있지는 않지만 인간의 노동의 가치를 우습게 여기며 자본의 힘만을, 오직 돈의 힘만을 세상의 힘으로 알고 있는 세력입니다.
이들의 정체는 가짜경제를 앞세워 경제가치의 수단인 진짜 경제를 교란시키는 세력입니다.
전직 대통령 노무현이 대통령 재임시에 무기력하게 스스로 고백하기를, 이제 권력이 청와대에서 시장으로 넘어갔다라고 하는 표현은 이런 현실을 말한 것이었습니다.

작금의 비정규직 투쟁을 포함한 '노동운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은 이러한 상황을 바로 보여줍니다. 백성이 피를 흘리며 나라를 민주화시켰지만, 도리어 민주정부를 표방한 김대중 정부 이후 참여정부도 국가기구와 국가권력 그리고 법은 자본의 이익에 노골적으로 복종하였습니다. 이명박 정부야 말할 나위도 없지요.
최근의 삼성특검에서 우리는 이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목도한 바 있습니다. 철저하게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실입니다.

이렇듯 국가가 약자를 보호해주지 못할 때 오히려 자본의 폭력에 저항하는 약자들을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먼저 나서서 억압하기 시작할 때, 그래서 노동자들이 어떤 합법적인 저항의 수단도 없을 때면, 나라의 법이나 국가 위에 자본이 군림할 때, 민주주의는 훼손당하며 피를 흘려 세운 민주주의는 모욕을 당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건 참으로 어렵습니다.
진실로 민주주의 정신을 찾는다는 건 더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찾지 않는다면, 세우지 않는다면,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래서 교육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고, 사회적 조건에 대해 질문하는 문화적인 노력이 요청되는 거겠지요.

민주주의 위기, 곧 문화의 위기는 전쟁이나 가난의 공포에 대한 기억만큼이나 위태로운 것입니다. 이 위기는 경제에 대한 과잉된 사변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직 진실을 가리고 따질 수 있는 국민 대중들의 깨어난 의식이 있어야 하며 삶의 가치, 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볼 줄 아는 확고한 정치적 리더십만이 비로소 이 나라 위기해결의 근본적인 단서를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역사의 요청을 제대로 읽는 대통령을 지금 만날 수 없습니다.
이 불행한 현실을 뚫고, 절망을 뚫고, 박차고 일어나, 힘들어하는 국민들의 피눈물 앞에 겸손하게 말을 건네면서, 갈팡질팡하는 국민들 앞에 겸손하게 사태를 설명하고 대안을 말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대통령을 지난 역대 대통령의 모습에서 우리는 만나오지 못했습니다.
정치의 실체를 제대로 아는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정치의 실체란 과연 무엇일까요?
정치는 국민들이 마음으로부터 동의하며 국민 스스로 움직이는 힘에서 기초하는 것입니다. 이는 진리입니다.

모름지기 대통령이란 현실정치의 당파성과 같은, 작은 정치담론을 뛰어넘어 창조적 한국을 위한 장기적 전략지침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발표할 수 있어야만 하겠지요.
정치 담론을 국가 담론으로 리드하면서 한국사회의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 기반에 대해서 말해야만 하는 역할이지요.
사회시스템 개혁과 교육개혁을 국정의 최우선으로 두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말이지요. 지금처럼 공교욱장을 학원강사에게 넘기는 식은 전혀 잘못된 것이지요.

특히 교육이 국가 사회 구성체에서 그 역할의 중차대함을 국가 국정 우선의 지표로 인식하면서 세계화, 내면성, 행복한 삶의 가치 지향으로 집중 재조정되어야 함을 정책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잘못된 교육은 무차별 경쟁의 장으로만 내몰고 있는 형국이지요.

또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국가 부조리와 부패, 경제낭비를 줄일 대책을 세워야 하며 국부를 창출하는 원천이 구체적으로 어디이고 어떤 산업이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깊은 고민을 통해 구체적인 경제 비전을 세우고 제시할 수도 있어야 하겠지요.

대통령이란 창조적 한국을 위한 21세기 지적 재산 체계를 준비하자고 제안할 수 있어야 하며 21세기 국가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하고 결정적인 요소는 나라를 진짜 제대로 혁신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겠지요.

그리고 대통령이란 국민과 함께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국민들에게 요구할 것인가도 구체적인 비전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창의적 지식과 창의적 사회구조로 재편하기 위하여 국가 기반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며, 한국이 당면한 도전들, 국가적 과제들을 대통령은 꿰뚫고 있어야만 하는 게 아닐까요?

더하여 대통령이란, 새롭게 일하는 방법, 즉 노동의 가치에 대한 정당한 가치 매김을 말해야 하며 문화적 삶을 가꾸는 사회 환경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설계도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 전제로 개인과 공공이 양립하는 새로운 공공성의 창출에 대해서도 구상을 발표할 수 있어야만 하는 거고요.

그러나 지금의 대통령은 어떻습니까? 어떤 국가 비전도 그에게서 들을 수 없습니다. 그저 싸구려 돈벌이나 얘기합니다. 프랜들리 프랜들리하면서 질 낮은 영어를 유포시키고 국민을 분열속에 집어넣고 있지요.

한국의 활력을 일으키고 한국의 가능성을 일깨우는 한국의 프론티어는 바로 한국 안에 있음을 설득하는 사람이 아니지요. 그저 자기가 알고있는 미국의 본질이 아닌 미국의 껍데기를 모방하려 하지요. 국가를 새롭게 디자인하며 진짜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는 현실 명제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지요.

혁신의 핵심은 국민이 국가와 관계하는 방법과 시스템을 고민하는 일부터 먼저임을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한국인의 의지, 국민 개개인의 의지를 발현시켜 한국의 미래는, 개인이 사회를 바꾸고 세계를 바꾼다는 신념을 구체적이고 세세한 정책으로 발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과정 중에 새로운 사회가 태어나고 한국이 다시 태어난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비전을 말해야만 하는데, 이명박에겐 역부족이지요.

대통령이란 도전적인 낙관주의와 실제적인 상상력으로 시야를 넓혀 다음 세기의 한국을 전망하도록 비전을 말하고, 비전은 또 국민들에게 들리고 보여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지요.

막연히 시장에 맡기자는 식이 아닌, 시장주의의 폐해와 위험성에 대해서 대책을 정책으로 제시하고, 여성의 입장에서, 가정주부들의 입장에서, 학부모들의 입장에서, 우리들이 겪고 있는 나날의 삶의 어려움, 힘겨운 일상의 싸움을 낱낱이 알고 있어야만 하지요. 너무 제 기대가 턱없이 큰가요? 아니지요, 대통령이란 직위는 그런 게 아닐까요. 국민들에게 짐이 되고 부담이 되는 그런 자리여서는 안되는 게 아닙니까?

대통령은 진실로 자기 자신을 태워서 이 나라에 빛을 밝히고자 노력해야 하지요.
동시에 대통령 이란 깡통 실용, 가짜실용이 아닌, 이 시대의 난맥상을 냉정하게 과학적인 태도로 살펴야 하는게 아닌가요? 막연한 공약과 준비되지 않은 인물이 요행으로 당선되어 전정권의 실책을 되풀이해서는 안되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도대체 우리 국가는 언제 한번 국민인 우리에게 희망이나 힘이 되어 주는가, 하는 절망에 구체적인 희망을 불어 넣을 수 있어야만 하는 게 아닌가 말입니다.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앞서서 정의의 정치, 정의의 경제, 이 시대가 요청하는 시대정신인 공정성의 원칙을 일으켜 세워 사회통합의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말입니다.

우리 어른들은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합니다. 몰표로 뽑아준 대통령이 대통령의 최소한의 규범도 없을 때 우리는 우리가 준 몰표를 다시 거둬들여야 합니다. 그것만이 최소한 우리의 아이들에게 혼돈과 혼란을 줄여주는 방책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역사는 위대합니다. 대통령 바꾼다고 국가 사회가 혼란에 직면할 만큼 허약한 사회가 절대 아닙니다.
마음과 힘을 모음시다. 대통령을 다시 뽑읍시다.
국민 대중이 제대로 된 선택의 기회를 다시 만듭시다.
이명박은 퇴출되어야 합니다.
뽑아준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 '리콜'합시다.

어제 밤 저는 청계천에서 다시 민주주의를 듣고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