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병영마을에는 가가호호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는 ‘돌담’이 있다.
돌담은 전문 장인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모여 세대를 이어가며 만든 것으로, 우리의 전래 미적 감각과 향토적 서정을 엿볼 수 있는데, ‘돌담’은 그 당시 민중의 땀과 노력으로 하나하나 쌓아나간 흔적들이다.
 
전국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담쌓기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이 ‘돌담’은 바로 네덜란드 사람 하멜과 관련된 장소이기도 하다. 제주도에 표류한 하멜(Hamel hendrik ?~1692)은 선원 33명과 함께 효종 7년(1656)에 이곳 병영마을로 압송된다. 현종 4년(1663)까지 있었으니 8년 정도 병영마을에 머물렀던 셈이다.

이들이 병영에 머무는 시기 동안에 네덜란드 건축 방식으로 당시 조선의 민중들과 같이 돌담을 쌓았다하여 이곳에서는 ‘하멜식 담쌓기’ ‘돌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맨 밑에는 납작한 돌을 약 15도 정도 눕혀서 촘촘하게 쌓고 반죽된 흙으로 고정시킨 후, 위 층은 반대 반향으로 엇갈려 쌓는 일종의 빗살무늬 형식의 돌담이다. 하멜 일행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전수한 것이란다.

이 돌담은 전체적으로 돌과 흙을 물반죽으로 번갈아 쌓은 토석담이다.
아랫단은 비교적 큰 화강석을, 위로는 주먹정도의 비교적 작은 돌을 사용하여 쌓아 올렸으며, 담 위에는 기와로 마감하여 지붕을 얹었다.
담장역할을 하는 부속채도 담장과 같은 높이와 방식으로 축조되어 서로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곳 돌담의 또 다른 특징은 2m나 되는 높이인데, 이는 병영마을이라는 성격상 병사들이 말을 타고 순시를 돌 때 집 안이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돌담을 높이 쌓았다고 한다. (wiki 참고)


나는 이 '돌담'을 보면서 역사의 어제와 오늘을,
옛 조선 민중과 오늘의 '촛불'든 시민을 생각해 본다.

'돌담'쌓기는 민중들이 자신들의 삶의 영역을 엄격하게 구획한 자존(自尊)의 표식이고, 하나 하나의 '촛불'은 시민으로 주체적인 주권찾기를 확인하는 자기 행동이다.

'돌담'이 민중들의 마음을 모아 끈질기게 밀도있게 수고한 노동의 결과이듯이
'촛불'도 전략적으로 치밀하고 꼼꼼하며 끈덕진 행동으로 이행되어야만 이명박을 압박, 사퇴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시민들 '촛불'은 옛 조선 민중들의 삶의 지혜에서 배움을 찾아야 한다.
자칫 지리한 지구전이 될수도 있는 이명박 집단과의 시민전쟁은 얼마든지 인내하고 인내하면서 끈질기게 저항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새로운 '돌담'을 쌓아나가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