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아티스트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04-05-11 22:10     조회 : 10011    

사진 위    -  피아니스트 김소미, 작곡자 김윤정, 바이올리니스트 이나래
사진 아래 -  바이올리니스트 이나래



예술을 하면 가난하고 허기진다고 했다. 배가 고파서 사람 구실도 성하지 못할거라고 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예술은 정당한 자리매김을 못했다.
아마도 나 정도 세대까지는 대부분의 예술작업이 이 땅에서는 소외당하는 척박한 현실로 끝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지금 세계를 보라,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지식산업의 시대라고 떠들고 있지 않은가. 이제 그차원을 넘어서 결국은 창의의 시대, 창조의 시대가 왔다. 곧 예술의 시대가 왔고 예술적 창의성이 중요한 경제의 화두가 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수출을 많이한다고 하지만 지금 삼성이 만들고 있는 대부분의 제품은 몇년 내로 중국도 다 만들 수 있게된다.
경제전쟁이나 경제의 시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젠 오히려 경제에서 문화 예술로 그 중심이 옮겨가고 있음을 빨리 알아차릴 수 있어야만 한다.
문화 예술이 곧 경제적 경쟁력으로 현실이 된 것이다.

곧 창의성이 경제의 관건이고 그 중요성은 이제 차고 넘친다.
그러나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이 중요한 사실을 일상의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피부와 마음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파리의 투안 두옹' 사진 전시회에 작은 음악회를 3일간 가졌다.
사진 전시장의 입장료로 천원씩 받았다. 입장료를 내면 사진전도 보고 음악회도 듣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돈 천원이 아까운지, 돈 천원 때문에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돈 천원이 없어서, 가난해서만은 아니라고 보였다. 커피 한잔 값도 안돼는 천원은 분명 입장료다. 그건 최소한의 입장료로 지불하는 대가이다. 전시장에 무질서를 방지하는 최소한의 전시장에 대한 질서 차원이다. 그 천원은 사진전 작품 제작이나 연주자들 출연료로는 특없이 부족하다. 하물며 가나아트센터가 전시장으로 제공해 준 전시장의 전기값도 안된다.


거두절미하고 우리 사회는 예술을 수용하는 기본적인 여건이 너무나 열악하다.
정부도 그렇고 일반 사람들의 인식 또한 그렇다.
예체능계 대학교수들이 돈 받고 신입생을 뽑는다고 툭하면 감옥 들어가는 부정의한 사회가 이 나라고. 그들이 깡통재벌처럼 예술을 빙자하여 사치와 부를 누리는 사회가 여기 이 사회다.
돈이 없어서,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재능을 강제로 죽이는 끔찍한 사회가 여기 이 사회다.
실력이나 창의성보다는 쇼맨쉽이나 사교성 매스컴 플레이에나 열중하는 가짜 예술가들이 넘치는 나라가 또 이 나라다.
그래서 예술이나 예술가를 제대로 보고 제대로 존중하는 힘도 거의 허약하다.

이제 달라져야 한다.
국가경제를 위해서라도 이제 예술가와 예술은 존중 받아야만 한다.
예술을 빙자하거나  예술에 기생하는 허위의 예술꾼들이 활개치는 사회는 이제 그쳐야 하고 이젠 바로 눈을 뜨야만 한다.

이번 '파리의 투안 두옹' 사진전에 나는 20대 음악가들과 같이 작업을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나래, 작곡가 김윤정, 피아니스트 김소미.
이들은 모두 20대 이다.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인가.
더구나 창작음악을 연주했다. 남의 나라 음악에 빠진 젊은이들이 아니라, 자기 언어에 열중하는 예술가들이다.

난 가능하면 이들의 예술 세계가 더 넓어지고 깊어지며 풍요해지는데 나름대로 도움을 주고 싶다.
내 세대에 뭔가 더 욕심을, 욕구를, 예술의 세속적인 성취를 탐하고 싶진 않다. 탐한다고 되지도 않을테고. 그렇게 헛눈질 해 본적도 없다.
나도 이젠 나이를 먹을만큼 먹기도 했고.

이제 난 이 땅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밑그름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젊은 예술하는 이들 중에서 예의와 근본과 자기 나라에 대한 근거나 사랑이 있다면, 아주 '싸가지가 없는' 경우만 아니라면, 그리고 독창성이 있다면, 난 그들을 돕는데 나름대로 그 역할을 하고 싶다. 

이번 사진전에서 이나래와 김윤정과 김소미가 보여준 열정과 집중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이번에 이 작은 음악회를 본 관객들 중에서는 이들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게 희망이다.
이 젊은 아티스트들을 아끼는 마음들이 바로 큰 희망을 잉태한다.
난 이 땅의 사람들이 20대 아티스트들을 존중하기를 강력하게 권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