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루어 오던 소설 퇴고(推敲) 작업을 오늘 아침에야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08-09-16 10:12     조회 : 21162    
그동안 미루어 오던 작업인 소설 퇴고(推敲) 작업을 오늘 아침에야 드디어 끝냈다.
벌써 지난 3월에 소설 두 편을 끝내기로 예정했던 작업이었지만, 4월 초순에 귀국하자마자 돌아가는 정국에 소설만 붙잡고 도저히 지낼 수가 없었다.

글로 나마 '촛불'에 동참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시국 칼럼을 써야했다. 인터넷 신문인 프레시안에 댓글과 칼럼을 쓰는 방식으로나마 현실을 같이 일깨우는 도리밖엔 없었다.
지난 4개월 동안에 프레시안에 id kimsangsoo로 댓글을 단 것만해도 200개가 넘었고, 13편의 기명 칼럼까지 써댔으니 족히 책 한권 분량을 훨씬 넘는 원고량을 시국에 대해서 글을 쓴 것이다.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쓸 수 밖엔 없었다.
그럼? 무엇이 지금 달라졌는가? 아니다. 정국은 더 가파르고 시국은 더 어지럽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번 두 편의 소설 작업 끝내기는 막상 글을 쓰는 데 투입된 시간보다는 소설작업에 몰입하는 자체가 너무나 어려워 무척 힘이 들었다.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들어가면 한국 사회는 지금 지옥으로 내달리고 있는데, 무슨 소설 작업이 그리 대수인가 하는 생각이 내 자신을 괴롭혔다. 

어쨌든 끝냈다.
15년 전에 썼던 영화 시나리오 두 편을 전혀 다른 장르인 소설로 다시 옮기는 작업은 해왔던 익숙한 작업이 아니다. 소설 쓰기란 나에게는 아직 낯설다. 영화 시나리오나 연극 텍스트인 희곡은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만을-영상으로 찍고 무대에서 표현될 수 있는 가정으로-대상으로 하지만 소설은 내면의 심리나 정황이 문장으로 진전되어야 한다. 문학 공부가 없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좀 더 일찍 소설 쓰기를 했었다면 하는 후회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단 한명의 독자라도 읽어만 준다면 나의 소설 쓰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내 새로운 작업이 될 것이다.

이번 소설 쓰기는 많은 자극과 공부가 됐다.
1995년 출판사 보성사에서 출간됐던 첫 장편 소설 <아름다운 사람> 이후 이번 소설은 두 번째 세번 째 장편 소설이다.
제목 '아버지의 새벽'과 제목 '티파사의 아침' 두 편의 장편 소설은 전부 원고지 2000매 분량이다.
출판 이후 얼마나 많은 독자와 만나질 수 있을까?  나는 모르겠다. 알 수가 없다.
책은 언제쯤 나올까? 올 늦가을이나 초겨울에는 나올 수 있을까? 

시국은 더 한층 각팍하다.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다시 찾는 건 이렇게도 어렵다.

소설을 쓰는 내내 Bach의 The Six Cello Suites와 Mozart의 Requiem을 틀었다. 폭서(暴暑)를 견디면서 글을 쓰는 시간엔 음악의 힘으로 열기를 뚫고 나갔다. 이번 여름은 지독한 폭염이었다. 귓전에 음계를 다 외울 정도니 같은 음악을 얼마나 자주 틀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