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국 시민...세 번째 편지, MB와 요미우리, 누가 거짓말 하고 있나?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08-09-24 10:22     조회 : 24956    

photo, Tokyo Sketch 2008

지난 7월 14일, 1100만부로 세계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일본의 유력지 요미우리신문 온라인 판에 독도문제-일본에서는 다께시마(竹島)라고 하지요-관련 기사 중에 맨 마지막 3줄의 내용은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습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80923174715&Section=04
 
  "記述の調整が大詰めを迎えた今月9日、李大統領は北海道洞爺湖サミット会場のホテルで福田首相と立ち話をした際、憂慮の念を表明。関係者によると、首相が「竹島を書かざるを得ない」と告げると、大統領は「今は困る。待ってほしい」と求めたという。
 
  교과서 기술의 조정이 막바지를 맞이한 이번 달 9일, 이 대통령은 홋카이도 토우야호 서미트 회장의 호텔에서 후쿠다 수상과 서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우려의 생각을 표명. 관계자에 의하면, 수상이「타케시마를 교과서에 쓰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줬으면 좋겠다」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 기사는 한국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요미우리 보도가 알려진 7월 15일 아침 한국 대통령 측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9일 G8 확대정상회담 당시 후쿠다 총리와 만났을 때 이 대통령이 후쿠다 총리에게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는 요미우리 보도는 터무니없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같은 보도가 한국 내부를 분열시키고 독도문제를 왜곡하려는 일본 측 언론플레이라면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한국에 많은 시민들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지지율 10%대의 대통령이고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의 공인 신분으로 그의 정체성에 대해 여러 가지 의심을 받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의 국민들이 뽑아준 대통령인데 국가 영토문제에 해당하는 국권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일본수상에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한편 요미우리신문이 일본 헌법 9조를 바꾸어 일본을 군사대국화하자는 개헌과 일본의 국가주의 강화를 추진하는 일본 주류 우파의 대변지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일본을 대표하는 신문사인 요미우리가 온라인 판을 동원해 '사실무근'을 작문(作文)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앞 얘기든, 뒷얘기든 한국인들은 곤혹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한심한 지경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나는 전혀 믿고 싶지 않지만, 만약 요미우리의 보도가 엄격하게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면, 한국 대통령이란 사람은 한국의 국민들에게 한국의 헌법에 명시한 대로 탄핵을 받아 대통령자리를 바로 박탈당함은 물론이고, 한국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으로 사법적 심판과 역사적 심판까지 받아야 마땅합니다.
 
  어쨌든 한국정부 측의 강력한 항의를 받아 그랬는지, 아니면 어떤 정체를 알 수 없는 일본 최고위층의 정언유착(政言癒着)의 계략(計略)이 있어서인지, 요미우리는 한국 대통령의 독도 발언 관련 온라인판 기사를 7월 17일 삭제하였습니다. 이 기사는 요미우리 홈페이지에 7월 14일 밤 10시34분에 개재됐다가 만 4일이 지나서야 삭제된 겁니다.
 
  그러나 기사보도가 나고 두 달하고도 일주일이 지난 오늘(24일)까지, 한국 시민들의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국가 간에 엄청난 파란을 일으킨 일본 대표 신문인 요미우리의 기사가 한, 일 양국 정부 일부 관계자의 부인과 신문사 측의 기사 임의삭제로만 그냥 간단하게 끝날 문제인가. 이는 그런 발언이 있고 없음의 차원과는 또 다른, 일본 시민들의 알권리라는 중차대한 언론 존립의 기본가치를 일본의 대표적인 언론사가 스스로 나서서 훼손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시민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1100만부나 발행하는 일본국 최대의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사는 기사를 마음대로 작문도 하고 문제가 되면 아무런 해명이나 사실관계를 독자들에게는 밝히지도 않고 사측 임의로 기사삭제가 얼마든지 자의로 가능한 신문입니까?
 
  요미우리신문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의 발언이 들어간 관련기사를 어느 날 슬그머니 기사에서 내려 삭제한 이유는 정말 뭘까요?
 
  한국기자협회보가 이와 관련해 7월 15일 요미우리신문사에 질문서를 발송한 바 있습니다. 한국 대통령 이명박 독도발언에 대한 진위(眞僞) 및 보도경위, 일본국 정부 관계자 발언의 신빙성 등 증빙자료 확보 여부, 후속보도 혹은 정정보도 여부 등을 질의했으며 7월 16일 오후 요미우리신문사로부터 회신을 받았습니다.
 
  요미우리 회신은 "기사에 대해서는 게재된 내용이 전부"라고 했습니다. 또 "취재과정이나 정보원에 대해서는 일절 밝힐 수 없다. 이것은 보도기관으로서 지킬 수밖에 없는 철칙이다. 질문에 대한 회답은 정중히 거절한다"고 회신하였습니다. 이어 "귀 협회와 귀 협회보에 대해서 뿐 아니라 일본 국내의 보도기관으로부터 비슷한 요청에 대해서도 같은 대응을 하고 있으므로 이해해 달라"고 했습니다.
 
  일본에 시민 여러분은 요미우리신문사 측의 회신은 답변다운 답변이 아님을 금방 눈치 챘을 겁니다. 요미우리의 회신에는 어디에도 한국기자협회의 질문 핵심인 한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이 없었습니다.
 
  기사가 사실인지 요미우리 기자의 작문인지, 아니면 한국 청와대 대변인인 이동관의 말처럼 "한국 내부를 분열시키고 독도문제를 왜곡하려는 일본 측 언론플레이" 인지 등을 전혀 알 수 없는 두루뭉술한 "기사에 대해서는 게재된 내용이 전부"라는 회신만 있었습니다. 문맥을 보자면 회신의 내용은 '기사는 사실'이라는 심증만 주고 있습니다. 책임 있는 신문사의 태도라고 볼 수 없습니다.
 
  2005년 8월 21일에 일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요미우리신문의 경쟁지인 아사히신문(朝日新聞)에 나가노 총국의 젊은 기자가 쓴 정치면 기사가 허위기사로 판명됐습니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사는 8월 30일 기사를 쓴 기자를 해고하고 도쿄본사 편집국장을 경질하는 등 관계자 7명에 대한 징계조치를 단행한 뒤 조간신문에 사과문과 사건경과를 실었습니다. 이어 31일에는 재발 방지와 독자신뢰 회복을 위해 대책위원회를 설치합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9월 1일, 요미우리신문은 기다렸다는 듯이 사설에서 <신문의 보도윤리가 의심스럽다>라는 사설을 싣고 "있지도 않은 일을 날조했다. 신문기자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음은 물론 넓게는 저널리즘의 존재 자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어서가 아닌가" 라고 아사히신문을 근본으로부터 부정하는 논조의 사설로 비판했습니다.
 
  비단 이 때뿐만이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신문의 보도윤리'를 강조해온 요미우리신문이 유독 이번 한국 대통령 발언 기사에서는 "사실무근"과 "언론플레이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한국에 청와대 대변인의 극언까지 애써 못들은 척하면서 구체적인 설명 없이 기사만 삭제했을 뿐입니다.
 
  기사를 삭제한 것은 "사실무근"임을 인정한 것인가요? 요미우리신문이 오보를 인정했다면 마땅히 정정보도나 사과보도가 뒤따르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또한 없습니다. 따라서 "사실무근"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그 기사는 "사실"이라는 거지요.
 
  여기서 더욱 기이한 일은 한국에 청와대 대변인이 "사실무근"에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이후 실질적인 조치인 요미우리신문의 사과나 정정기사를 전혀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저 말로만 "사실무근"이고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 고 헛소리를 친 것에 다름 아닙니다.
 
  한국 정부는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에는 검찰을 동원한 수사로 토씨 하나까지 법적 대응하고, <오마이뉴스>라는 인터넷 신문에 난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는 정정보도 및 5억 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언론조정을 신청하고, 한국에 '촛불시위'에 대응하는 한국 경찰의 폭력성을 지적하는 국제적인 인권단체인 엠네스티의 조사에는 반박문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습니다.
 
  그런데 그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엄중한 국가주권에 해당하는 대통령 발언의 진위여부의 책임을 물어야 할 요미우리신문에는, 법적 효력이 있는 해명을 오늘 이 시간까지 요구하지도 않고, 받아내지도 않고 있습니다. 한국정부의 유감표명과 요미우리가 반론보도 비슷한 논조의 기사를 게재하게 하고 기사 삭제만으로 이명박의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 발언 기사 건을 처리하고 말았습니다. 한국정부나 요미우리신문이나 대충 이쯤에서 끝내겠다는 태도이지요.
 
  요미우리신문의 이런 납득되지 않는 처사가 관례인가요? 아닙니다. 요미우리신문은 2006년 3월 17일 '한국, 수사권 둘러싸고 싸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 대통령은 변호사였던 1987년 과격한 노동쟁의를 지휘해 검찰당국에 체포된 적도 있어 검찰을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고 전제한 뒤 "노 대통령은 검찰인사에도 이례적으로 개입하게 돼 승진되는 간부를 청와대로 불러들여 가족관계나 금융거래 등을 묻는 등 이례적 조사까지 실시했다"고 나카무라(中村) 기자의 서울 발 기사로 보도한 있습니다. 물론 기사는 오보였고, 이에 대해 한국대사관측에서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한 데 대한 정정 보도를 요청했고, 요미우리 측은 이를 깨끗이 받아들였습니다.
 
  당시 요미우리신문의 정정 사과보도는 일반적 정정보도 분량보다 3~4배 길이로 길게 처리됐습니다. 아시겠지만 일본 신문의 일반적인 정정 보도 형태는 간단한 알림으로 끝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긴 기사 분량뿐만이 아니라 사실이 아님을 인정하면서 기사에 거론된 인사들에게 사과는 물론이고 단순히 문서만이 아닌, 담당 부장과 담당 데스크가 대사관을 방문, 정중하게 유감의 뜻을 표한 경우입니다.
 
  비교할 수 없는 아주 작은 경험입니다마는 제가 2003년 봄에 일본 도쿄에서 연극 <섬.isle.島> 공연을 연출하면서 요미우리신문에 인터뷰를 했을 때, 당시 저는 일본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말을 많이 했습니다. 과연 요미우리신문이 내가 얘기한 일본비판을 그대로 기사로 실을까 우려했지만, 이또(伊藤) 기자가 쓴 4월 9일자 기사에서는 일본을 비판하는 제 얘기가 그대로 실렸습니다. 이를 보면서, '팩트'에 대한 존중은 기본으로 하는 신문이 요미우리신문이구나 하는, 개인적인 인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런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7월 14일에 이명박 발언 건은 왜, 무엇 때문에, 한국대사가 요미우리신문사를 방문하고 항의를 해도 꿈쩍도 않고 있다가 "기사에 대해서는 게재된 내용이 전부"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내심으로는 '기사는 사실이지만 삭제한다'는 자가당착을 보이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침묵으로 오늘까지 일관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결국 한국의 청와대나 요미우리신문 중 한쪽은 거짓말을 하는 것인데,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요? 그리고 요미우리신문은 왜, 무엇 때문에 기사를 삭제까지 하면서 그 이유를 제대로 독자들에게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일본의 우익을 대변하는 신문이라 일본의 우익의 이익에 합당하다는 판단이 들면, 사실의 진위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건가요?
 
  한국과 일본의 역사는 긴 시간 호혜(互惠)의 역사였습니다. 지난 100여 년, 그리고 거슬러 도요도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7년 전쟁의 전후시기를 빼면, 두 나라는 선린(善隣)과 우정의 긴 시간이었습니다.
 
  일본의 시민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일본 최대의 독자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은 한, 일 양국의 관계에서 과연 어떤 지평에 서 있는가를 묻고 싶습니다. 또한 요미우리신문이 차지하는 여론 주도의 역할이란 것이, 일본의 국민을 민주 시민으로 이해하는 민주 평화 국가로의 지향에 정론지로의 가치 매김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도 여쭙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