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위험하면 한국도 위험하다.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08-09-25 12:59     조회 : 23347    

Photo Tokyo Sketch 2008

지난 일주일간 일본에 대한 4편의 글을 서간형식으로 썼고 안터넷 신문 프레시안에도 칼럼으로 올렸다. 프레시안에 달린 댓 글들을 보니, 과연 이 글들을 일본사람들이 읽겠느냐는 걱정도 있지만, 일본 사람들 중에는 읽는 사람들도 있다. 번역을 해서라도 읽어야 할 사람들은 읽는다. 그게 일본이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80925182731&Section=04

요미우리와 MB를 다룬 세 번째 글에 달린 어떤 댓 글은, 내 글이 MB의 “치명적 뇌관을 건드렸고” 내 글이 지적한 문제가 MB의 “끝장나는 뇌관이기 때문에” “김상수씨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건드리기도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그냥 두기에는...” 이라고 적혀있었다.
이런 종류의 글을 내 이메일 주소로도 보내는 이가 있었다. 나를 걱정해 주는 건가, 아니면 협박하는 건가? 알 수가 없다.


일본의 극우경화, 한국의 극우경화, 서로 상호적이고 위험하다.

일본이 계속 우경화로 치달으면 일본도 위험하고 한국도 위험에 들면서 동북아시아는 위난(危難)에 빠진다. 오늘의 일본 자민당 53년 체제는 주지하다시피 일본제국주의의 전쟁범죄자들과 바로 연결된 정치체제다. 심지어 혈연으로까지 얽혀있다. 근본적으로 과거 전쟁에 대한 반성이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나는 본다. 한국이나 중국을 향해서 정치적 레토릭인 수사(修辭)야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일본 극우들, 이네들의 본심(本心)에는 세계 2차 대전 이전의 일본 국가주의가 정체다.

따라서 자민당 등 우익세력들은 그들의 의도대로 일본 헌법 9조를 개정하고 자위대를 완전 군대체제로 만들려고 갖은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는 날이면 동북아는 요동을 친다. 중국은 즉각 대대적인 군비증강에 나서고 러시아도 그냥 손놓고 있지 않는다. 

불행이자 한편으로는 다행인 것이, 오늘의 일본 정치현실은 극우준동의 망언 정치인인 아소 다로(麻生太郎)를 총리로 뽑는 것으로 보아, 자민당 체제가 이제 일본을 끌고 가기에는 힘에 겨워하는 현실임을 알 수 있다. 불과 일 년 사이에 총리가 두 번이나 스스로 물러나는 걸 봐서는 자민당이 정권을 계속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생각이 든다.


일본 자민당 53년 체제 무너지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거꾸로

아소 신임 총리가 자민당 총재로 당선된 직후 당선인사에서, 자기 조부인 전범자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수상과 53년 전 자민당 초창기 우익인물들을 거론하면서 자민당을 다시 살려보자고 대의원들 앞에서 연설을 했단다.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자는 얘기로 들렸다. 이는 내가 알고 있는 일본의 민심과는 한참 동떨어진 얘기다.

일본은 지금 정치 사회적으로 신음(呻吟)하고 있다. 53년간의 자민당 체제동안 적폐(積幣)가 한 둘이 아니다. 지금까지 자민당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수상을 바꾸면서 문제를 회피해왔다. 그러나 일본의 현재 상황을 보면 자민당에게 이제 정권을 맡길 수 없다는 상당한 여론이 일고 있다.

자민당 출신인 오자와 이치로(小沢 一郎)가 대표로 있는 야당인 민주당에 대해서도 일본 시민들은 결코 신뢰하지는 않지만, 어쩌면 민주당이 조만간 자민당 체제를 퇴장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들은 한다. 그러나 오자와 또한 그 본성은 우익적인 인물이다. 현재의 개헌논의나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가능하도록 앞장 선 인물이 바로 오자와 민주당 대표다.

바로 질러가자, 일본 사회에서 현재 문제의 핵심은 뭘까?
현재 일본의 가장 큰 문제인 세대와 계층간의 격차(隔差)를 여하히 줄이고, 일본의 시민들이 납득할만한 공평성이 살아있는 사회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느냐가 일본의 관건이면서 대외적으로는 동북아시아 평화에 어떻게 일본이 실제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기 위해서는, 이웃국가인 한국, 그리고 중국과의 진정한 화해가 가능하겠는가를 진지하게 모색하는 일이 먼저일 것이다.

다시 얘기하지만 일본이 극우적인 상황으로 내달리면 일본 자체도 그렇지만 한국도 아시아도 혼란에 직면하게 된다. 일본의 극우를 막고 일본이 내용 있는 민주주의 체제를 확실하게 구현해 나가야하는 중요성은 꼭 일본만의 문제가 아님이 여기에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도 보다 우리 사회를 광범위하고 실질적인 민주주의 사회로 다져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역사를 거꾸로 패퇴시키려는 이명박 집단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한국은 지금 역사를 거꾸로 패퇴시키려는 세력과의 힘겨운 정국에 내몰려있다. 한, 미 동맹을 유독 강조하면서 중국의 눈치를 보게 되는 지경을 만들었고, 이는 미국의 요구대로 헌법 개정을 통해 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실이 지나쳐 결국은 대미 의존성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일본의 현 사태를 그대로 뒤따르는 형국과도 같다.

경제 또한 나카소네 이후 고이즈미에서 오늘에까지 국가개조 프로젝트란 곧 규모의 토목건설 공사로, 이는 정치인과 관료들, 건설업자들의 욕구만 채워주고, 국민 일반은 불안한 처지의 삶을 걱정해야 하는 일본의 현실을 그대로 선진국의 모델인양 이명박 집단은 답습하고 있다. 고이즈미가 우정 민영화를 통해 지금 한국에서 얘기하는 ‘선진화’식으로 호도하며 개혁을 얘기했지만 이것도 미국의 투기자본이 판치는 사회를 만들었고 오늘 미국의 금융위기 영향은 일본도 고스란히 고민스런 문제가 됐고 한국 또한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   

결국 이명박 정권은 대미의존을 강화하고 일본식 개혁을 따라서 시늉하는 ‘실용’이란 구호로 우리들 삶의 실상과는 거리가 너무나 먼, 망상과 관념의 정체불명의 허울로 현실을 잘못 이끌고 있음을 지난 9개월간 우리 모두는 확인했다. 이런 식은 결코 성공할 수도 없을뿐더러 권력유지 자체도 어렵다. 그러니 이명박 집단은 자꾸 무리를 계속하는 식이 된다.   

자고나면 이명박 집단의 모순 된 발표와 궤변이 넘친다. 참으로 고역이다. 시민들은 정신분열에 빠질 지경이 됐다. 그러면 정치적 대안은 있는가? 불투명할뿐더러 거의 죽어있다. 


일본 극우집단의 서자(庶子)로 뉴라이트 세력의 준동 
 
여기에 일제의 식민통치가 한국의 근대화를 진전시켰다는 주장을 하는, 단체 이름에 ‘뉴’자를 붙여 마치 새로운 생각의 사조인양 말하는 기이한 집단이, 이데올로기 세력으로 한국 사회 전면으로 등장하기까지 했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긍정적으로 보면서 그런 관점을 확산시키는 어리석음을 뻔뻔하게 들이댄다.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어떻게 식민 지배의 악폐까지 덮을 수 있단 말인가. 

이들은 일본 극우의 시대착오적인 지난 궤적(口跡)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의 ‘새역모’ 회장이 지난 7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뉴라이트와 좌담회를 열어보고 싶다고 했단다, 일본 극우집단은 지금 한국의 새로운 자생 식민사관 집단을 만나 너무나 즐겁고 반갑다. 일본 안에서도 따돌림을 받는 현실인데 자기들과 비슷한 주장을 하는 ‘도모다찌’가 ‘조선반도’에서 다 나올 줄이야!
일본의 새역모처럼 한국의 뉴라이트도 교과서포럼이란 단체를 만들고 새 역사 교과서를 펴냈다. 그대로 일본 단체를 뒤따라가는 모습이다.

일본이 최근 10여 년 동안 교과서 왜곡을 비롯해 일본 극우진영의 논리를 일본 사회에 퍼뜨리면서 극우세력의 힘을 키웠고, 식민지 지배, 조선인 강제연행,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역사 기술을 교과서에서 하지 않게 되면서, 교과서 내용까지 왜곡하고, 그런대로 잘 나가는 듯싶었는데 느닷없이 일본 시민들의 완강한 저항에 요즘 힘이 좀 딸려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한국 사회 일각에서 지들이 알아서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뒷받침해주니,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최후의 저지선인 일본 헌법의 개악도 못할 것이 없다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식민지 경험을 혹독하게 경험했고 아직도 그 영향의 질곡에 살고 있는 한국에서 식민지 지배를 긍정한다거나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분식해 역사적 사실까지 왜곡하는 현실은 정말 크게 걱정스럽다.


세계의 변화에서
 
지금 세계의 흐름은 엄청난 진통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도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면 미국이 설 자리가 위태롭다는 현실을 미국 스스로가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고, 일본은 자민당 53년 체제가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현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계나 아시아의 큰 흐름은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현실인데도 이 현실을 못 읽고, 안 읽고, 뒤집어서 과거로 내빼겠다는 세력이 이명박 집단의 중심세력이니, 저절로 나라가 혼돈에 직면하게 되는 현실 아닌가. 너무나 괴로운 현실이다.

어디서부터 중심을 잡아 나갈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이 무지하고 영악한 집단과 싸움을 해서 이길 것인가? 어떻게 퇴행의 시간에 급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까?
지혜를 모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