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농다리(籠橋)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04-07-17 09:48     조회 : 14667    

충북 진천에는 고려시대초에 돌로 축조한 다리 농(籠)다리가 있다.
석회를 바르거나 별도의 자재가 전혀 사용되지 않았고 오로지 자연석으로만 옛사람들이 노동으로 져날라 구축된 이 다리는 그 설계가 과학적이고도 아름답다.

마침 진천이 고향인 서울옥션 김순응(金舜應) 대표가 자신의 고향 다리를 시간을 내어  소개해 주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알맞은 돌을 쌓아 올려 돌기둥을 만들고, 사이사이로 큰 장석(長石)을 잇대어 만든 돌다리는 100여미터의 길이로 아무리 큰 물살이 휩쓸고 지나가도 긴 세월을 끄떡없이 버티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마을과 마을을 잇고, 길을 열고, 사람을 모이게 하고, 사람과 사람이 안부를 묻고, 또 일용할 양식을 실은 소달구지가 다리위를 지나가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이어지게 한 이 다리는 세월의 빠른 유속(流速)을 지나서도 당당하게 소통을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옛 선조들이 만든 다리들은 하나같이 아름답고 인공적인 구축에서 그 과학적인 것에 놀랄 때가 많다. 전남 승주군 선암사 앞에 오로지 흙과 풀로만 만들어진 옛다리는 300년째 큰 홍수에도 끄떡이 없고 주변에 콘크리트 다리가 물살에 떠내려 갈 때도 풀과 흙으로 빚은 그 다리는 하나도 흐트러짐이 없다. 하물며 진천의 돌다리 농다리는 800년의 시간을 당당하게 풍상(風霜)에도 무너짐없이 현대를 살고있는 사람들에게도 다리를 건너게 한다.

전 국토가 비명을 지른지 오래다.
토목공사가 매일같이 벌어지고 불도저와 착암기와 철근과 콘크리트로 온갖 구조물들이 새로 지어지지만 100년후나 수백년 뒤에까지 남아서  오늘의 <현대성>을 보여줄 건조물은 정말 얼마나될까. 지은지 얼마 안되는 아파트도 새로 짓는다고 허물기 일쑤고 홍수가 졌다하면 떠 내려가는 다리는 하나 둘이 아니다.
다 도(道)가 무너져 이 모양 이 처지가 아닌가.
그래서 이따금 내 나라를 나다닌다는 게 때때로 고역을 느낄 때가 많다. 시골 읍면이나 어느 도시를 가든 똑같은 콘크리트와 합판으로 서울 변두리 복사판이다.
눈을 뜨고 어디를 본다는 게 여간 고약스럽다.

진천의 돌다리는 그냥 다리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일으켜 사람의 도가 세운 다리이고 인간의 정성이 과학적인 지혜로 만들어진 인공적인 구축물이다.
우리는 새삼 조상의 지혜에서 참으로 우리들 삶을 일깨울 수 있어야만 한다.
그것도 간절한 겸손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