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因聯), 사람의 노력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09-09-18 18:20     조회 : 8972    
얼마 전 나는 서울이 발신인 낯선 분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나에게 메일을 보낸 분은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배광옥입니다"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문장으로 내용이 시작됐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917083214&Section=04

8월 25일 나는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칼럼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미술작가이자 이론가, 대학 강의와 전시기획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프랑스 국적의 한국인 '다프네 낭 르 세르장(Daphné Nan Le Sergent - 한국명, 배난희(裵蘭姬))에 대해서 글을 쓴바 있다.(프레시안 관련 기사 : 정말 가난해서 저를 버렸나요?)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자신의 부모를 찾아 34년 만에 한국행 비행기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에게 질문했다 "서울을 가면 저를 낳아준 부모님을 찾을 수 있을까요? 서울에 홀트아동복지회에 영어로 편지를 써서 보내봤지만 아무런 답신이 없었어요."

나는 어떤 확신도 그녀에게 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수많은 해외 입양아들이 성장이후 부모를 찾아 한국을 방문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정작 부모나 일가친족을 만나기란 너무나 어렵다는 얘기를 익히 듣고 있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34년 만에 딸이 생부를 서울에서 곧 만나게 됐다.
그간 있었던 배난희의 이버지 '배광옥'(64) 씨가 그의 딸 배난희를 찾았던 노력들이 이제 드디어 결실을 이루었다고 해야 더 정확하다.

프랑스 이름 '다프네', 원래 이름은 배난희인 그녀의 아버지 배광옥 씨는 나에게 보낸 이메일 편지에서 말하기를
"딸 난희가 추후 한국을 방문하여 친부모를 찾을 경우에 대비하여 홀트회에 연락처를" 남겼는데,
"주소나 전화번호가 바뀌게 되면", "홀트회를 찾아 나의 정보를 변경하곤 하였습니다."

바로 그랬다.
생부의 예상대로 이 노력이 주효했다.

그리고 34년 전 그는 비록 딸아이를 해외에 입양 보낼 수밖에 없는 당시 처지였지만,
그는 딸과 헤어져 있는 긴 시간 동안 한시도 딸을 잊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나는 배광옥 씨의 메일에 즉시 답을 하면서 딸과의 만남이전에 하루라도 빨리 아버지와 딸이 소통할 수 있도록 딸의 프랑스 이메일 주소를 먼저 알려주었다.
그리고 나는,

"난희 씨의 아버님께서 30년도 그 이전에, 어려운 사정에 처하여 아기를 해외로 입양시킬 수 밖에는 없었겠지만 그나마 주소와 전화번호를 홀트아동복지회에 꾸준히 남겨두신 일은 참으로 훌륭하신 판단이었습니다. 두 분의 만남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부탁이 있습니다. 수많은 해외 입양아들이 부모를 찾아 한국을 찾지만 허탕을 치고 돌아간답니다. 부모들이 아기를 복지회에 맡긴 이후에, 난희 씨의 아버님처럼 변경된 전화번호나 주소를 복지회에 계속해서 남기면 다행이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이런저런 사정상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두 사람의 만남은 아버님의 성실함에 전적으로 기인합니다. 이는 귀감이 되고 남습니다. 아기를 복지회에 넘겼지만 주소나 연락처가 변경될 때마다 계속 복지회에 연락처와 기록을 남긴다면 오늘 같은 만남의 기적도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같은 처지에 놓인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기를 나는 바란답니다. 아버님이 보내주신 서신이 비록 개인적인 서신이지만 이 서신을 <프레시안>을 통해 공개하여 수많은 비슷한 입장에 처한 사람들에게 소중한 교훈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고 메일을 보냈다.

곧 난희의 아버지로부터 답이 왔다.
"지금은 아련하기만 한 지나간 날들이 얼마나 눈물을 흘렸던 시간이었던지 이젠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80년대 초반 업무 차 김포공항을 찾을 때마다 많은 아이들이 입양 차 떠나는 현장을 목격하며 나는 소리 없이 울었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울지 않겠습니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딸 난희가 훌륭한 모습으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그동안 난희에게 쏟아주신 관심 대단히 감사합니다. 나의 두서없는 글이 다른 입양인들에게도 귀감이 된다면 어디에 공개하셔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배광옥 올림."

나는 배광옥 씨의 정중한 개인 서신을 그 분의 허락을 받아 프레시안에 공개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래서 해외 입양아들이 부모를 찾아 한국을 다시 찾아왔을 때,
배광옥씨처럼 연락처나 주소가 변경되어도 계속해서 자신의 처지를 아기를 넘긴 복지회 등에 기록으로 남겨,
언젠가는 반드시 귀중한 만남들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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