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lin, Kunstraum Mausoleum - kim jin ran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09-09-22 03:12     조회 : 15469    

                            죽음에 대한 사유(思惟)를 이끄는 미술 

베를린시내 무덤가(AlterSt.-Matthaus-kirchhof Berlin), 돌로 만들어진 독일식 ‘무덤 집’ 안에서 미술전시를 한 Kunstraum Mausoleum
베를린 체재 미술작가 김진란(kim jin ran)의 미술작업 -Die letzte matratze & 108 stufen Temple, Rauminstallation- 은
‘죽음’을 대상으로 죽음을 ‘명상(冥想)’하게 했다.

‘무덤 집’ 실내에 김진란은 자기 나름의 사당(祠堂)을 지었다.
김진란 미술작가가 일본에 체류했던 경험 탓인지 그 사당은 마치 일본식 신사(神祠)처럼 내 눈에 비치기도 했지만,
108계단의 표현에서 보자면 다분히 불가(佛家)의 형상을 연상한다.
인간의 모든 시름과 번뇌(煩惱)를 씻는 일백 여덟 개의 계단 위에 영면(永眠)의 세계, 즉 편안한 죽음에 이른다는 미술표현이다.

서양의 무덤 안에 불교적인 죽음의 해석을 표현한 것은 서구유럽에서 보고 있는 죽음에 대한 태도인 삶과 분리된 죽음,
즉 삶에서 따로 떼어내어 죽음이란 어둠이고 끝이며 부정해야만 할 것이라는 생각들,
죽음이란 삶이 끝나는 그저 컷 아웃cut out일 뿐이라는 세계관에 대해서,
죽음은 인간이 삶을 반성하고 삶을 깨우치면서 종국에는 받아들여만 하는 ‘돌아가시는’ ‘삶의 과정으로의 죽음’이라는 명제를
무덤 안에서 역설로 말하는 미술표현으로 나에게는 읽혀왔다. 
 
사람은 누구든지 죽는다.
죽음이 두렵다고 인간들은 ‘안달’을 하고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지만
여전히 죽음은 삶의 과정으로 참혹하고 냉정하게 자연(自然)이다.
이런 사실을 직시한다면 죽음이란 문제는,
삶을 산다는 것에 대해서 자기 삶의 내면을 일깨우면서 더 엄밀하게 삶을 반성하게 하는 문제와도 연관된다.
그래서 ‘무덤 집’ 속의 김진란의 미술에는 일백 여덟 개의 계단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정교하게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무덤 집’ 사방 벽에는 김진란이 붙여놓은 죽은 한국인들의 초상사진이 있었다.
그 사진들 중에서도 나는 유독 시인 윤동주의 초상사진에 시선이 강하게 이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