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토요타 위기'의 본질을 아는가" (상)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10-04-10 12:14     조회 : 23150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과의 대화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98100406172413&Section=05

오늘 우리 사회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의 힘을 견제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거나 아주 미약하다. 이건희 회장과 그의 가신(家臣)들이 자신들의 힘을 과신하고 악용하면서 사법, 입법, 행정 등의 국가 기간체계는 물론이고 언론과 문화계까지 사회전반을 마구 흔들 때, 이의 부당함을 널리 알리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를 바로 잡겠다는 노력은 너무나 가냘프다.

이건희 회장일가와 그 가신들의 문제는 이제 삼성그룹 계열사들에 연관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엄청난 부담과 낭비를 강요하고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는 국민경제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가 된지 오래다. 이는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와 시장경제질서에 투명성과 책임성의 원칙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특히 삼성 등 우리나라 재벌과 금융시장을 개혁하고 경제민주화에 기여하는 개혁적인 경제안을 제안하면서 시장경제질서가 건전하게 작동하도록 실질적인 대안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경제학자가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이다.

지난 3월 24일 이건희 회장의 전격적인 복귀에 대해서 김 교수는 삼성전자 이인용 부사장(MBC 뉴스데스크 전 앵커)의 말처럼 토요타 사태와 같은 불행한 상황을 예방하기보다는, 오히려 반대로 그러한 가능성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이건희의 전면 재등장에 대해서 대개의 언론들이 이건희 선전에 열중할 때, 김상조 교수가 얘기하는 "이 회장 복귀가 도리어 삼성 위기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비판의 날은 유독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4월 5일 오후 김 교수를 한성대학교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대화는 두 차례로 나누어 연재한다. (필자)


국가인가? 부실조합인가?

김상수: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군에 입대한 젊은이들이 바다 밑에 갇혀서 억울한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는 지경이 되고 있습니다. 국방부의 발표는 문제에 답하는 게 아니라 되레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고요. 사건의 발생시각과 원인조차 아직 밝혀내지 못하는 정부를 보면서, 과연 이 나라는 삶의 공동체로의 국가인가? 아니면 그저 부실한 이익조합인가? 군사기밀이 국민의 생명보다 상위의 개념일수는 없습니다. 지금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요.

김상조: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을 뿐더러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자꾸만 일어나고 있는 괴상한 나라가 됐습니다. 이제 곧 아들을 군에 보내야 하는 때가 다가오는데 너무나 걱정입니다.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이 지금 얼마나 걱정과 고민에 빠져있겠습니까.

김상수: 국가란 무엇인지?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 자꾸 회의하게 만듭니다. 2년 전에 '촛불' 때, 시위가 계속되면 그로 인한 국가손실이 경제적으로 7조가 되니 마니, 어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에 있는 한국경제연구원이던가요? 툭하면 돈으로 손실을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번 천암함 침몰사건 손실에 대해서는 언급도 못하는군요. 사람의 생명이 죽어나가니 함부로 입을 놀릴 수가 없겠지요.

'촛불'때도 원인을 제공한 정부 측의 국민과의 신뢰와 약속을 저버릴 때 따르는 정책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먼저 계산되어야 옳았지요. 그러나 원인제공 측면은 아예 빼고, 집회나 시위의 문제만 부각시켜서 손실 운운했어요. '국격'이니 뭐니 하면서 이상한 조어(造語)까지 만들어 떠들어대지만, 정작 나라의 훼손과 막대한 국가적 손실, 심지어 인명까지 해치는 이런 상황이란, 정작 '국격'손실은 누가 자꾸 초래하고 있는지, 참 기가 막힙니다.

김상조: '촛불'때 손실의 정도를 얘기하는 그런 식의 산출방식은 처음부터 틀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절하지 못한 요소를 대입했을 뿐 아니라 부정확한 자료를 과도하게 인용해 과장과 왜곡을 일삼는 식이었지요. 이번 천안함 사건에서는 말 그대로 '국격'의 손실을 따지자면 유형무형으로 가히 계산하기도 어렵습니다.

대통령은 삼성의 임기 5년짜리 CEO여서는 안 된다

김상수: 삼성 이건희 일가의 제반문제도 정상적인 나라의 사회에서는, 말씀처럼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을 뿐더러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연속으로 일어난 경우잖아요?

김상조: 바로 그렇습니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은 그룹 지배권을 상속시키기 위해 많은 무리를 했습니다. 주식시장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서 비상장기업인 에버랜드 등의 소유권 이전을 강행했고, 탈세, 무차별 차명계좌를 통한 범죄행위로 비자금 조성, 국세청 직원들과 행정부 고위공무원들, 검사, 판사 등의 사법계를 돈으로 뇌물을 줘서 관리하고, 언론을 돈으로 길들이면서 민주주의 자체 기반과 토대를 허물고 망가뜨리는 현실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대통령은 오직 한 명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위해 임시국무회의까지 소집하여 특별사면을 통해서 마치 이건희의 범죄 사실들이 없었던 것으로 덮었습니다. 법의 지배는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이나 시민들의 정권비판 등에는 엄격하게 적용되고, 재벌총수의 불법행위에는 해당되지 않는 이중 잣대인데, 현실에서 대통령이란 지위는 삼성의 임기 5년짜리 CEO나 고용사장이 되고 마는 현실이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잘못된 기업지배 구조가 나라경제를 절단 낸다

김상수: 한 10년 됐나요? 김 교수께서 이건희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한 때가요?

김상조: 고려대 장하성 교수님부터 처음 삼성문제를 제기하셨고 제가 개입하기 시작한 게 98년부터니까 이제 10년이 넘었습니다. 그 무렵은 외환위기가 발생했고 우리나라 기업들, 특히 30대 재벌 중에서 16개가 부도가 나는 그런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로인한 피해나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짊어져야 했습니다. 원인인 잘못된 지배구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벌어지게 됐는데,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문제의식은, 이 잘못된 지배구조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검찰이나 공정위나 금융위나 재벌들의 탈법들을 감시하는 역할인 관료기구들은 이미 재벌들에게 캡쳐(capture) 되어있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결국은 왜곡된 지배구조 즉, 기업 총수의 문제 때문에 피해를 보는 당사자들이 직접 나설 수밖엔 없다, 그래서 소액주주 운동을 시작했고요. 이른바 주주자본주의 원리만 강조하는 건 아니냐는 비판이 있습니다마는 당시는 밑으로부터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차원, 대중들의 요구에 의해서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움직임은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삼성이 국가인가?

김상수: 시민들은 이건희 일가의 불법상속, 부당내부거래, 노조탄압, 정경유착 등의 근본이 뒤틀린 현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마치 삼성이 국가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착각도 일반화되어있기도 합니다.

김상조: 의식이 마비되어 있는 겁니다. 삼성이 하면 다르다, 삼성이 좋으면 좋다, 삼성과 조중동이 앞장서서 퍼트린 이데올로기입니다. 인식자체가 오염되어 버린, 그래서 삼성을 바꾼다, 과연 그게 가능하겠느냐는 식으로까지 체념하면서 압도적인 현실에 주저앉는 식입니다. 오늘 삼성이 한국사회를 지배하다시피 하는 이유에는 삼성이 한국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건희는 삼성전자의 놀라운 성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건희 일가에 대한 비판은 무조건 잘못이다, 이런 식으로 잘못된 신화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망상은 삼성의 홍보와 조중동에 의해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탈법, 초법, 위법, 무법적인 행태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절대 용서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오늘 삼성을 키운 건 바로 국민들입니다. 국민들의 도움과 고통에 기초해 있다는 사실을 삼성이나 일부 기득권 언론은 오도해서는 안 됩니다. 삼성 자체가 국가입니까? 아닙니다. 일개 기업일 뿐입니다.

이건희 회장직 복귀, 가신들의 작품

김상수: "지금이 진짜 위기다. 앞만 보고 가자" 면서 이건희 회장이 새삼 위기론을 유포하며 다시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김 교수께서는 이회장의 복귀가 도리어 삼성에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 수 있나요?

김상조: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위기를 말했습니다. 그리고 가신들은 삼성이 토요타처럼 위기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간언(諫言)했습니다. 그러나 토요타 사태의 본질은 부품의 불량에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자동차회사에 리콜은 다반사입니다. 핵심은, 조직의 문제를 투명하게 드러내서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태도가 아니라, 문제를 은폐하거나 또는 문제제기하는 사람을 억누를 수 있다고 오판하는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에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삼성은 토요타와 동일한 위험에 빠져 있거나 그보다 훨씬 더 문제는 심각합니다. 절차적 정당성이고 뭐고 간에, 친위 쿠데타 치르듯이 왕의 귀환을 이끌어낸 삼성의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야말로 삼성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입니다. 이는 내부의 폐쇄된 의사결정구조에 기인합니다. 이른바 가신들에 둘러싸여서 왜곡된 정보 하에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지요. 이번 이건희 회장 전격복귀는 가신들의 과잉충성 결과물입니다. 이런 지배구조상의 문제는 삼성의 결정이 잘못되었을 때, 그것을 조기에 포착하고 수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론적으로, 삼성의 지배구조상의 문제는 삼성의 사업상의 위험을 제어하기보다는 오히려 증폭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저는 내다보는 겁니다. 따라서 이건희 회장의 복귀가 리더십의 확립이라는 측면에서만 평가될 수 없는,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삼성은 특검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직후인 2008년 4월 22일 10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 중 맨 앞의 세 개 항목은 총수일가 스스로 퇴진하겠다는 것이었고, 그 다음 두개 항목은 전략기획실의 해체 및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의 퇴진이었습니다. 누가하라고 시킨 게 아닙니다. 그들 스스로 그렇게 하겠다고 경영쇄신안이라고 발표한 겁니다.

그러나 삼성이 발표한 이건희 회장의 복귀와 삼성전자 회장실 설치 등을 통해 삼성은 2년 전의 경영쇄신안을 완전히 없던 일로 공식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2년 전 스스로의 입으로 약속했던 경영쇄신안은 어떻게 된 것인지, 그 약속이 다 이루어진 것이지, 부족한 것이 있다면 앞으로 어떤 노력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 이에 대해서는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2년 전의 경영쇄신안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는 것은, 그 경영쇄신안이 형사재판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삼성은 우리 국민 모두를 우롱했고, 사법부와 정부까지 농락했습니다. 이는 삼성이 단순히 훌륭한 성과를 기록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차원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한국의 경제질서와 민주질서를 유린하는 최고의 권력자가 이건희임을, 이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건희 가신과 언론권력의 유착

김상수: 조중동 등 기득권 언론들은 하나같이 이건희 회장의 전격적인 복귀를 환영하는 논조였습니다. 언론은 금력에 마비된 정도가 아니라 도리어 선두에서 부추기고 있고요.

김상조: 언론이 이건희 회장을 칭송하는 것만이 삼성을 위하는 길은 아닙니다. 한국경제와 한국사회를 위하는 길은 더더욱 아닙니다. 삼성의 잘못된 지배구조에 따른 비용이 이건희 회장 일가에게만 귀속된다면, 다른 사람들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닐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가 않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삼성자동차 문제만 하나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이건희 회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하다시피 한 삼성자동차 사업은 1년도 안 걸려서 결단이 났고 그 피해는 누가 입었습니까? 국민들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삼성과 이건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제가 촉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겁니다.

김상수: 인터넷에서 이건희 인물검색을 해보니까 '2010년 3월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이라고 며칠 전에 새로 데이터를 고쳤더군요. 그런데 그는 법적으로는 이사도 등기임원도 아닙니다. 따라서 이사회도 주총도 거치지 않고 회장으로 재등장했습니다. 3%대의 지분을 가졌는데 권한은 무한대입니다. 그러면 왜 이건희 회장은 번듯한 임시주총을 열어 떳떳하게 절차적 정당성을 갖출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도 않고 이렇게 서둘러서 재등장 했는가 하는 의문입니다.

김상조: 오늘 이건희 회장의 전격적인 복귀와 전략기획실의 사실상 부활 결정은 삼성그룹이 자신의 지배구조 문제를 스스로 치유할 능력과 의지가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자연인 이건희를 삼성그룹의 동일인으로 규정한 공정위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이건희 회장을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배자라는 의미에서 그룹회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건희 회장에게는 삼성전자 회장이라는 공식직책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실제적으로 공식직책이 필요한 사람은 이건희 회장 본인이 아니라 그 가신들입니다. 승진과 보수 등 자신의 운명이 이건희 회장에 달려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가신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이건희 회장에게 공식직책을 붙여주고 과잉으로 충성을 한 겁니다. 삼성에서는 회사가 아니라 회장에게 충성하는 것이 살아남는 길입니다.

그럼, 이건희 회장이 공식직책에 복귀하든 말든 간에 실질에 있어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 그냥 내버려 두면 될 거 아니냐고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게 아닙니다. 가신들의 과잉충성은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고, 인센티브 구조를 왜곡시키고, 결국 조직의 문제를 조기에 포착해서 교정하는 메커니즘을 아예 마비시킵니다.

이건희 회장이 진짜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면, 이런 조건 하에서는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너무나 농후합니다. 어쩌면 이건희 회장은 가신이라는 인의 장막에 둘러싸인 '상징적 존재로서의 왕'일뿐인지도 모릅니다. 이는 삼성그룹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지배구조 리스크입니다.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고 반론을 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배구조에는 투명성과 책임성이라는 불변의 원칙이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이 원칙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지금 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이건희 회장의 사면복권과 복귀를 서두르는 과정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문제를 재확인 시켜줄 뿐인 겁니다. 이제 이건희 회장도 복귀했으니, 남은 과제는 전략기획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지요. 2년 전에 해체했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예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만큼, 전략기획실의 부활보다는 탈바꿈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겁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는 한 '권한과 책임의 괴리'라는 원죄를 풀 수 없는 전략기획실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나타날 지가 궁금합니다.

김상수: 기득권 언론들이 큰 문젠데요.

김상조: 이번에 이건희 회장 회장직 복귀에 대한 언론들의 태도를 보자면, 언론은 이 회장이 복귀의 명분으로 든 '위기론'에 대해 거의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언론은 토요타 사태, GM과 SONY의 몰락 등을 사례로 복귀 명분에 날개를 달아주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것은 창의적 아이디어가 부족하다는 점이고, 이는 이건희가 회장이 나서야 하는 이유고, 또 소프트웨어에 삼성이 취약하다는 점 등이 마치 이건희가 전면에 나서지 않아서 그랬다는 식으로 오해하게끔 여론을 가공합니다.

그럼? 삼성의 말처럼 그리고 이를 널리 유포시키는 언론들의 말처럼, 이 회장 복귀가 삼성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고 이건희가 꼭 다시 등장해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기사가 없다는 사실은 삼성 가신들과 기득권층이 예의 대국민 협박용으로 자주 들먹이는 경제위기론을 작동시키면서 이건희가 문제해결사이고 구세주인양 언론과 합작하여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오직 그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그런 짓을 하는 것이고요.

국가적 괴물이 된 문제

김상수: 일단 이해와 문제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삼성의 문제에서 이건희 문제, 가신들의 문제를 삼성에서 일단 분리시켜봐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이들이 삼성 문제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김상조: 그렇습니다. 삼성의 문제지만 이건희 일가와 이건희를 에워싸고 있는 가신들이 문제인 것입니다. 이들이 독단적이고 폐쇄적이며 일방의 힘으로 삼성그룹 전체를 어떻게 위험에 빠트리고 있는가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금 삼성그룹은 국내계열사 61개, 해외현지법인까지 합하면 350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것을 지금과 같은 소유출자구조로 또 순환출자구조로 경영을 한다는 건, 어느 고리에서든 법률적인 문제가 터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에버랜드나 SDS 등, 온갖 형태로든 삼성의 소유출자구조는 시장 자본주의 법률과 는 충돌되기 마련입니다.

삼성측에서는 이 불안전한 구조를 지주회사 체계로 전환시켜 그룹전체를 총괄경영이 가능하게 하는 합법적인 제도로 바꾸려는 시도를 합니다. 금융과 비금융이 함께 섞여 있는 상태로는 합법적인 경영이 현재 법으로는 어려우니까 법률적으로 이를 풀어 달라, 2009년 4월 30일 임시국회에서 금산분리완화 금융지주회사법이 부결되자, 6월 9일 입법예고조차하지 않은 동법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켜 입안을 재추진했습니다.

결국 금융지주회사법(공성진 의원안) 수정대안은 7월 22일 국회 본회의에 직권 상정돼 미디어법과 함께 날치기 통과되었습니다. 금산분리 정책은 경제의 최소한의 기본 원칙이었습니다. 금융규제 강화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는 세계흐름과도 배치됩니다. 공정거래법상의 금산분리 완화는 삼성특혜법이란 얘기가 이래서 나오고 있는 겁니다.

토요타와 삼성의 피크 시기가 시사(示唆)하는 문제는

김상수: 이번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은 어떻게든 삼성이 원하는 방향으로 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식인데, 천안함 사태인데 4월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이나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 시대가 민주주의 시대가 아니라 옷을 바꿔 입은 봉건 왕조시대라는 느낌까지 다 듭니다.

이건희 회장이 복귀되고 일주일 후인 지난 3월 31일 삼성반도체에서 일을 하던 박지연 씨가 스물셋의 나이로 운명했습니다. 강경여상 3학년이던 열아홉에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으로 취직한 박지연 씨는 입사 이후 햇수로 3년째가 되던 2007년 9월 백혈병 진단을 받습니다. 이 회장이 얘기하는 '진짜 위기'란 사실 삼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이 진짜 위기가 아닐까요?

2년 전만 해도 일본의 토요타는 경영의 절정이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판매수익을 올렸고 미국의 자동차 회사를 따돌렸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무렵에 토요타 직원이 과도한 업무과로를 못 이겨 자살을 하는 등, 토요타 내부문제가 이미 불거지면서 토요타 경제절정과 토요타가 곪고 있던 문제가 동시에 피크를 맞았습니다.

김상조: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육체적으로 파괴되어 죽음에 이르는 경우는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정부나 노동자 입장에 서야 하는 관료기구도 노동자의 입장에 서는 게 아니고, 삼성의 입장에 섭니다. 작업장 환경이 죽음과 직접 관계가 없다는 식입니다. 저는 여기서 노동현장에서의 육체노동자들의 현실 문제만큼 심각한 문제가 연구자나 관리자들의 영혼이 죽어나가는 문제도 아주 심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능한 연구원의 자살에서 보듯이 말이지요. 삼성에서는 삼성을 비판해서는 삼성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운 체제입니다. 모든 삼성의 직장인들은 삼성이 요구하는 문화를 체화시키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김상수: 웹사이트도 차단하고 있다더군요. 프레시안이나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오마이뉴스 등은 중앙서버에서 차단시키고 있고요. 완전히 독재주의의 빅브라더(big brother)식인데요.

김상조: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관심은 승진과 금전적 보상입니다. 그러나 삼성 직원들은 영혼을 이건희 회장의 어록에 일치시키지 않으면 살아남지를 못한답니다. 본부에서 감사를 나와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직원이면 통신부터 계좌 등을 뒤져보는 건 기본이고, 퇴직프로그램으로 들어간답니다. 삼성 체제에 도전해서는 직장에서 퇴출당할 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견디지 못하고 이민들을 간답니다. 비판 또는 다른 생각이 존재하는 걸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어떻게 혁신적인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행동방식이나 양식이 만들려고 의도하는 제품하고는 너무 동 떨어졌는데 말입니다.

무지의 시대는 이미 지났음을 알아야

김상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삼성그룹이 이런 식으로 과연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흥망사를 들여다보면, 진짜 제대로 된 '혁신'이 없다면 하루아침에 멸종되어 사라진 공룡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볼 수 있는데요. 불과 10년 전, 아니 2,3년 전만해도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하던 최대기업들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침몰하잖습니까.

김상조: 아주 필요하고 정확한 지적입니다. 위험은 한번 폭발하면 초토화되는 현실이 오늘 현실입니다. 2008년의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 붕괴 문제는 잘못된 신자유주의 경제방식이 자본주의 경제방식 자체를 위협하는 지경으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토요타 위기를 위기의 예로 드는 삼성이 토요타 사태의 본질인 의사결정 구조의 결함이란 사실을 애써서 외면한다는 건 억지스럽습니다. 투명성과 합법성, 사회적 책임을 동반한 진정한 개혁이 없다면 어떤 기업이든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무지의 시대는 이미 지났음을 알아야 합니다.

국가 관료들과 이건희 가신들의 유착문제

김상수: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 문제는 이제 '국가적 괴물'이 됐습니다. 입법, 사법, 행정, 언론, 문화 등 사회 전 영역에 무소불위의 권력이 됐습니다. 특정기업집단의 일가와 가신들이 국가권력을 포획하고 포섭했으며 국가의 기구들은 나서서 이들의 이해와 기준으로 정책을 펼치는 현실이 됐습니다. 한국경제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사회 제반문제를 거론하는데 있어서 중심문제가 됐습니다. 여기서 국가 관료들의 문제를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삼성의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마는 2008년 환율정책의 실패를 책임지고 물러났던 최중경 기획재정부 차관이 다시 8개월 만에 부활한 청와대 경제수석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MB정부 초기에 747을 목표로 수출주도형 성장지상주의 정책을 같이 펼쳤던 김중수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한국은행 총재가 됐습니다. 강만수 씨는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입니다. 15년 전의 공무원들이 현실정책을 펼칩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김상조: 운이 좋은 관료들이 다시 복귀했다, 이명박 인사스타일이다, 이런 정도의 차원이 아닙니다.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747은 이미 불가능하다고 판명이 났고 국민 일반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공식입장으로는 단 한번도 2008년과 오늘의 경제위기에 대해서 정책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제정책이 잘못되어서 위기가 왔다는 식이 아니라, 국제적인 환경 탓으로만 돌립니다. 정부정책은 오류가 없었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잘못된 방식을 계속 고집합니다. 이번 인사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조감이 묻어난다고 보입니다. 성과를 내고 싶다는 5년 단임의 초조감이. 진작 폐기해야 됐던 것들을 다시 복원시키는 것에 경제정책 기조가 거꾸로 회귀되고 있는 겁니다.

김상수: 일본은 지금 관료들을 뒤로 밀어내고 정치가 전면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 다 관료에 포섭되고 있습니다.

김상조: 그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기득권 층 인물에서는 마땅히 택할만한 인재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일 겁니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도덕성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물들이 소위 말하는 보수, 기득권 층 인물들입니다. 때가 많이 묻어서 청문회를 통과하기가 그나마 관료들이 상대적으로 나아보인다고 할까요, 두 번째는 역대 정부나 지금 정부나 경제정책의 단기안정화의 주요 사항인 정책, 환율, 금융 등에는 자신감이 없다는 점입니다. 국정철학을 같이 하는 사람 중에 이런 역할을 맡길 사람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도 어정쩡한 인사를 계속했습니다. 참여정부 때 총리를 고건 씨를 임명하거나 대통령 경제수석에는 이정우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에는 김진표, 이런 식으로 정책의 인사가 진행됐습니다.

김상수: 그게 바로 실패한 원인이 아닌가요? 패착 말입니다.

김상조: 그렇죠. 패착의 원인이 됐습니다. 그럼, 결국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 진보든 보수든. 자신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관료들한테 맡기고 미뤄버리니까 그 자리나 역할들이 점차 관료들의 것이 되고 맙니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역할들이 방기되는 것이지요. 팀으로의 역량으로 해결한다는 생각은 못하고, 자신감이 없으니까 현실에서 떠밀리면서 관료들한테 맡기니까 경제정책은 관료들과 삼성경제연구소가 장악하고 지배세력이 됐습니다. 현실은 자본과 관료에 의한 지배세계가 된 겁니다. 여기에 이건희의 가신들이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