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데올로기ㆍ이건희 신화를 극복해야" (하)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10-04-10 12:24     조회 : 24321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과의 대화 (하)

"삼성이데올로기ㆍ이건희 신화를 극복해야"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98100409161826§ion=05

2009년 12월 29일, 법무부 장관 이귀남은 '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대통령 이명박이 수조원대의 차명계좌 운영과 조세포탈, 배임, 불법 경영권 승계 등 중범죄를 저질러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지 겨우 100일밖에 되지 않았던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를 12월 31일자로 특별사면·복권시킨다고 발표한다. 사면 이유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보다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며 ‘국익’을 위한 것이라 했다.

같은 29일, 삼성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20대 직원의 추모제’를 개최했던 이종란 노무사가 경찰에 연행된다.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는 수원 삼성전자 앞에서 진행된 집회가 미신고 불법 집회라 규정했고, 이 노무사는 30일 자진 경찰출석을 약속한 상태였다. 하지만 관할 경찰서인 수원남부경찰서가 아닌, 서울서 온 종로경찰서 소속 형사들이 체포영장도 제시하지 않고 그를 강제로 연행했다.

사면 이후 2010년 1월 9일, 이건희 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기기 박람회장에 가족들과 같이 나타난다. 이건희는 한 기자가 '우리 사회에 던지고 싶은 화두가 있느냐'는 물음에 "각 분야가 정신을 좀 차려야 한다"라고 말한다. 다음날 조선일보를 비롯해서 거의 모든 신문들은 1면 머리기사로 이건희 일가의 사진을 싣고 그의 일거수일투족과 발언을 소개한다. 삼성전자 홍보실에서 내보낸 사진을 신문들이 똑같이 쓴 탓에 독자들은 여러 신문에서 같은 사진을 봐야 했다.

2010년 2월 5일, 이건희는 이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 호암아트홀로 들어가면서 기자들과 짧은 문답을 가진다. `호암(이병철)의 경영철학 중 지금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이건희는 "거짓말 없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며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어 기자가 `삼성이 강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엔 "그렇다"고 짧게 대답했다. (필자)

국가정책을 주무르는 삼성경제연구소

김상수: 삼성경제연구소 사이트 ‘SERI'에 들어가 보면 ’정책디렉토리‘ 라는 항목에 통일안보, 외교통상, 산업기술, 기업, 노동, 에너지환경, 농업정책 등, 국가 정책에 해당하는 제목들을 단 내용들이 있어요. 기업의 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가 국책연구소도 아닌데, 국가가 운영하는 KDI(한국개발연구원)등의 국책연구소 이상으로 국가담론을 많이 하고 있더군요.

김상조: 국책연구소인 KDI는 이미 무기력해졌습니다. 제대로 역할을 하자면 특정 정권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진짜로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위하여 정책을 개발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국책연구소가 올바른 기능을 할 수 있는 때는 우리 사회가 실질적인 민주주의사회가 돼야만 가능하겠지만 연구원들도 이제는 진지하게 자각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김상수: 이미 참여정부 때 삼성경제연구소는 국정과제 및 핵심정책 수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왔지요?

정부 위에 삼성

김상조: 그렇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삼성생명이 연구용역비 80억 원을 삼성경제연구소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물의가 있었습니다. 2006년부터 약 3년의 기간 동안이면, 과거 참여정부와 현 정부까지 이어지는 시점인데, 현 정부에 들어서도 4대강 사업 등 굵직한 국책연구용역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국가 정책 연구 용역비를 삼성계열사인 삼성생명에서 삼성경제연구소로 지급한다는 건 비상식적인 일입니다. 이런 비상식적인 행위를 장기간 지속한 것은 삼성이 정권의 성격을 불문하고 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전 그룹 차원에서 기획하고 집행한 전략적 행동으로밖에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이것이 삼성 관계자의 말처럼 “20년간 문제 삼지 않았던 업계의 관행”이었다면 더욱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삼성과 정부 간의 오랜 유착관계를 증명하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부 위에 삼성’이라는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큰 문젭니다.

김상수: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삼성경제연구소가 왜 그 숱한 삼성 자체의 자기들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면서 국가정책연구소처럼 오버해서 마치 국가를 리드하고 있다는 식으로, 정치적으로 움직이면서 시 건방을 떨고 있단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네요. 삼성경제연구소가 국가 정책 안(案)을 내놓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라면 먼저 삼성의 여러 현실 문제부터 들여다봐야 하는데, 이걸 못한단 말입니다. 왜, 자율성이 없으니까 말이지요. 삼성그룹이나 계열기업들이 지금 내부적으로 문제가 한 둘이 아니잖습니까? 경영을 이끈다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 방식에서 제기할 수 있는 문제, 가신들의 문제, 당장 자기들 발등에 떨어진 지배구조와 비노조 경영의 폐단문제, 반도체 공장 등에서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직원들 문제,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우리만큼 산더미 같은 문제들은 못 본척하면서 국가담론을 주도하겠다고 하고, 머리가 텅 빈 정권이나 뭘 잘 모른다고 간주되는 관료들에게는 대신 정책을 짜주겠다는 식인데, 그 내용도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정확하게 창의적으로 연구하는 연구 성과나 수준은 아닌 것 같고, 안이한 국제화론이나 잡다한 나열식으로 소위 선진국 따라잡기 식, 밖에 이론들이나 동향을 단편적으로 소개하기 식의 연구수준이단 말이에요.

기업규모가 세계적이라면 책임도 윤리도 세계적이어야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나 분식회계로 망한 엔론이나 연구 인재가 없었던 게 아니지요. 머리 좋고 좋은 대학 나오고, 문제는 연구방향입니다. 정치와 경제에서 기업 일방의 기회주의를 키우는 것만 연구하는 게 연구소 역할은 아니란 말입니다. 이제 시장과 인권의 문제가 오늘날 이 시대의 보편적 과제가 됐습니다. 인권을 존중하는 시장, 공공의 가치와 이익을 위한 시장경제의 형성은 이제 모든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의 보편적인 현실 숙제가 됐습니다. 이게 빠지면 기업의 존재와 유지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로 세계는 점점 변화를 일으켰단 얘깁니다.

그래서 오늘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제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현실이 됐습니다. 이것을 삼성은 읽어야 합니다. 삼성이 세계적 규모의 기업이라면 책임도 세계적인 것이고 기업윤리도 세계적이어야 하고, 민주적 양식에 합당한 기업이어야 합니다. 그저 물건만 세계적으로 팔아먹고 주주이익이나 챙겨주면 기업할 도리는 다했다는 수준이라면 한계가 뻔히 보이는 기업일 뿐이지요. 제가 오늘 여러 번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여직원들의 백혈병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만, 1985년생으로 속초상고 3학년 재학 중에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해서 일하다가 2년만인 2005년 6월 급성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고 2007년 봄에 운명한 황유미 씨, 또 아까 언급한 박지연 씨, 다 20대입니다. 인생을 살아보지도 못하고 삼성 반도체 만들다가 죽었습니다. 그런데도 삼성은 발병한 반도체 직원들의 산재인정을 하지 않기 위해서 발병 가족들을 집요하게 회유했습니다. 박지연 씨가 처음 투병을 시작할 때 삼성은 못 본 척 했습니다.

인간 존엄적인 경제방식에 대한 몰이해

언론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자 뒤늦게 찾아와 산재 신청을 포기하면 치료비도 대주고 살고 있는 집도 고쳐주겠다고 박 씨 어머니를 회유했답니다. 박 씨의 임종이 가까워지자 삼성 측 관리자 2명이 또다시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병원비를 담보로 산재신청 포기를 계속 요구하고, 언론과 접촉을 못하게 3,4명의 삼성 직원들이 병실 앞에서 만화책을 보면서 지키고 있었답니다. 이게 어디 자기네들이 주장하는 세계적인 기업 삼성이 할 수 있는 짓입니까? 자존심도 없습니까?

지금 삼성의 가장 핵심문제는 뭘까요? 결국 인간 존엄적인 경제방식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거 아닙니까? 번드르르한 수사(修辭)나 말장난, 말로만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람’을, ‘인간’을, 기업 경영의 기본 축으로 인식해야 한단 말입니다. 너무나 요원한 얘긴가요?

소통의 일대 위기

이처럼 삼성의 문제에서 특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회와의 진정한 소통에서 아주 심각한 위기에 스스로 봉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우수한 박사와 연구논문이 많으면 뭐합니까? 기업 활동에서 가장 기본인, 사회와 정당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자체가 없는데 말입니다. 이런 수준의 기업집단 연구소가 무슨 국가정책까지 나서서 담론을 하느냐 그 말입니다.

'대기업 우선 성장론', '총수 역할론'

김상조: 삼성그룹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우리 사회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많습니다. 2005년 삼성이 사회적인 논란이 됐을 때도 당시 그룹 임원은 '단 1% 반대세력'이라는 표현을 말하더군요. 예수조차 12명의 제자 가운데 1명이 배신해 반대세력이 8%를 넘었는데, 어떻게 삼성에 대한 반대세력이 우리 사회에서 고작 1%라고 단언할 수 있는지 놀라웠습니다.

이게 다 상징조작으로 가능해진 착각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만 봐도 그룹 가신들 눈치나 보면서 전혀 독립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연구소란, 사실은 내부적으로는 죽은 연구소입니다. 막대한 연구예산과 유능하고 우수한 인력들이 '대기업 우선 성장론', '총수 역할론' 같은 논리나 만들면서 상징조작과 지배이데올로기를 가공하는 식입니다. 그러니 연구원들은 영혼부터 망가지는 겁니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 건, 이 연구원들이 망가지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우리 국민들이 삼성으로부터 의식의 지배를 암암리에 당하고 있다는 것이 더 무서운 일입니다.

이건희 회장 신화와 지배이데올로기

저는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삼성전자나 삼성생명이 아니라 삼성경제연구소의 이데올로기가 가장 무섭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상징조작, 그 핵심에 이건희 회장 신화가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흔들리면 삼성이 흔들리고, 대한민국이 흔들린다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데, 이는 삼성 전략기획실과 삼성경제연구소가 만든 최대의 상징조작입니다. 이 조작으로 이건희에 대한 국민들의 왜곡된 인식을 심겠다는 거고요.

그러나 따져보겠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나서서 착수한 사업 가운데 성공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영상문화사업, 삼성플라자 같은 유통사업, 삼성자동차가 대표적으로 망한 것들입니다. 그의 아들 이재용도 마찬가집니다. e삼성 인터넷기업 다 실패했습니다. 물론 실패했다고 능력 없는 경영자는 아닙니다. 다만, 어떻게 실패했나, 정확히 알고 나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역할 등에 삼성연구소의 기능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고, 또 앞으로 닥치는 삼성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삼성연구소는 자기들 내부의 문제는 눈을 돌리지 못합니다. 이건희 회장을 둘러싸고 있는 가신들이 그걸 용납하지 않겠지요. 또 그런 발상이 연구소 내부적으로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건희 일가나 가신들이 더 많은 부와 권력을 누리겠는가하는, 지배이데올로기 생산기지입니다.

조중동의 펌프 짓과 거래, 참여정부의 패인

지배이데올로기가 만들어지면 그 이데올로기 유통은 거대 기득권 언론사들인 조중동이 저절로 알아서 해줍니다. 대신 신문사는 삼성광고 수주를 통해 돈을 챙기고요. 지난 참여정부가 조중동과 싸움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지배이데올로기를 생산하는 그 주인인 이건희 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못하면서 지배이데올로기를 유통하는 기관인 조중동과는 대척관계였습니다. 삼성그룹 지배이데올로기의 유통기관과 정작 주인은 누구인지를 바로 점검했어야 했었습니다. 조중동 개혁도 필요하지만, 이데올로기를 만드는 삼성경제연구소와 이건희에 대한 비판과 감시도 필요한 것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국민은 이건희, 이재용의 ‘실체’를 모른다.

사실 국민들은 이건희 회장이 어떤 문제에 관해 자기 생각을 정연하게 드러낸 말을 제대로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이 회장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자신의 비전 등을 제시한 적이 없습니다. 항상 은둔, 숨어서 지냈습니다. 아들 이재용 씨도 누군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실체를 모릅니다. 그런 사람들이 법을 무시하면서 여러 사람들의 삶에 구체적인 영향을 끼치는 대기업을 이끌고 가겠다는 겁니다. 그들은 주변이 만들어놓은 신화 속에서 상징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입니다. 이건희 신화에 대해 진실을 검증해봐야 합니다.

"모든 국민이 정직”하고 "각 분야가 정신을 좀 차려야"

이건희 회장이 화두나 잠언(箴言) 같은 말을 툭툭 던집니다. 기득권 언론들은 1면에 무슨 굉장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크게 키워서 신화를 만들어갑니다. 국가사회를 흔드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유죄가 확정된 후 얼마 안 돼서, 1인 사면복권의 수혜자가 되고 바로 직후에 공식석상에서, "우리사회 각 분야가 정신을 좀 차려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이런 말은 죄를 짓고 사면복권을 받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 전혀 아닙니다.

김상수: 그리고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거짓말 없는 세상이 돼야 한다"는 발언도 했지요. 그의 발언은 마치 종교지도자가 자기를 따르는 신도들한테 교시(敎示)를 내리는 식이지요. 많은 사람들은 괴리를 느끼면서 아니, 부도덕한 저 사람이 어떻게 저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는가, 분개를 하면서 코미디 같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건희의 말을 듣는 순간, 이건 그냥 지나칠 얘기는 아니다, 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아, 이건희 이 사람은 진짜 세상 사람들이 “정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그것도 아주 진지하고 나름대로는 진정성으로 말한 거지요. 이는 긴 세월, 어쩌면 그는 자기 주변인들 또는 가신들한테 철저하게 속으면서 사는지도 모릅니다. 세상 현실과 단절된, 잘못된 정보나 가공된 얘기들 속에서 살고 있는 거지요.

특권적 자기 확신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이 사람을 무슨 국가발전의 상징적인 존재처럼 어마어마하게 칭송을 해되니까, 자기가 특권적인 특별한 사람이란 인식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아래 가신들이 떠받들어 신처럼 모십니다. 이리 오너라 하면 누구든 온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잔돈 몇 푼 집어주면 학자도 대법관도 잘 낫다는 정치인들도 자기 뜻에 동의해 줍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날, 재판정에도 불려나가야 되고, ‘국민여러분에게 송구스럽습니다’라는 말도 해야 하는 때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어리둥절해지지요. 이렇게 저렇게 내가 하는 일은 다 옳은 일이고, 또 좋다고, 다 대단하다고, 칭찬정도가 아니라 칭송까지 바치더니 갑자기 나를 싸늘하게 대할 수가 있는가, 세금도 많이 내고, 일자리도 제법 만들어주고 했는데, 그리고 용돈도 나름대로 쓸모를 봐서 나눠줬는데. 어? 나한테는 정직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나한테 거짓말을 하지? 이런 심사가 들 수도 있는 건 아닐 런지요.

김상조: 저도 김 선생님처럼 이건희 회장이 "모든 국민이 정직”하고 "각 분야가 정신을 좀 차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 사람은 무슨 확신 같은 신념으로 말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를 초법적인 존재로 여기도록 세상이 그를 대하도록 주위에서 만들어 그것에 익숙해 진 겁니다. 특권의식은 법치주의적 사고가 들어앉을 수가 없습니다. 국민들은 인격적인 주체라기보다는 물건이나 사서 써는 소비자로만 눈에 비쳐질 수도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과 부회장 이학수 사장 김인주 등 가신들이 자신들을 스스로 특수계급이라고 간주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집니다. 2008년 7월 1일 삼성특검 사건 공판에서 증인으로 제가 출석했을 때 이건희 회장과 조우했습니다. 3미터 정도 떨어져 그 앞에서 1시간 30분가량 어떻게 당신이 탈법과 불법으로 아들인 이재용 씨에게 총수자리를 물려주려고 했는지를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60억으로 1조를 만드는 능력

1995년,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생이던 이재용 씨에게 이건희 회장은 61억 원을 줬다, 이 과정에서 증여세 16억 원을 냈다,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인주 삼성 전략기획실 사장, 두 사람의 지휘로 진행된 과정은 남은 돈 45억 원으로 이재용 씨는 삼성 계열사의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방식으로 2년이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45억 원을 563억 원으로 불렸다, 이 돈으로 삼성 계열사 신주인수권사채(BW), 전환사채(CB)를 헐값에 샀다, 이재용 씨가 1996년 12월, 96억 2000만 원에 산 삼성 에버랜드 CB도 그 중 일부다,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인 허태학, 박노빈 씨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를 저질렀다고 법원이 판결한 것처럼 최소 1만 4825원의 가치가 있는 에버랜드 CB를 7700원에 넘겼다, 에버랜드는 비상장 회사이므로 주식 가치를 정확하게 추산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어떤 기준을 적용해도 1만 4825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게 당시 법원의 판단이다, 이재용 씨가 에버랜드 CB를 매입할 무렵, 세법 상의 평가액은 12만 7750원이었다, 이재용 씨가 에버랜드 CB를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샀다는 점은 명백해졌다, 보통 회사의 경영진은 회사의 재산을 불리기 위해 애쓰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에버랜드 경영진은 이와 반대로 회사의 재산을 헐값에 넘겼다, 에버랜드 경영진이 유난히 무능했던 걸까? 아니다, 이 모든 과정은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의 지휘로 이루어졌고 이건희 회장 당신은 배임 혐의가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불과 60억으로 시작해 1조가 넘는 삼성계열사 주식을 가지게 된 과정은 이렇다, 그러자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에게 경영권이 넘어가게 된 것은 증여의 타이밍이 좋아서 조금만 투자해도 주식이 빨리 올라간 운이었다”고 답하더군요.

웬 미친놈이 나를

일일이 문제점을 설명하면서 이건희 회장 표정을 보니까, 처음에는 저를 신기한 얼굴로 보고 있더군요. 평생 자기 앞에서 자기를 나무라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는데, 너는 도대체 누구냐? 그리고 뭐냐? 허참. 신기한데. 그런 얼굴이더니, 나중에는 별 미친놈을 다 보겠다는 표정이더군요. 아마 기가 막혔겠지요. 충격을 받았고. 평생 남한테 추궁을 당해 본적은 없었으니까요. 저는 그 때 이 사람 얼굴에서 받은 인상이 철저하게 인의 장막에 가려서 거짓보고와 농간을 당하면서 살아온 사람이란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재판을 마친 뒤 기자들이 소감을 물었답니다. 이건희 회장은 자기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논평을 했다지요. 이어 기자가 "국민들이 그저 운이 좋아 경영권이 승계됐다"는 주장을 믿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납득할 사람은 납득하는 것이고 납득 못할 사람은 못한다"고 답한 뒤 서둘러 법원을 떠났다고 하더군요.

삼성에 실권자가 이건희 회장이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굴까요? 누가 이건희 회장의 정보를 스크린하고 인의 장막을 칠까요? 최측근 이학수가 실권자일겁니다. 저는 재판 때 이건희 회장을 보면서, 과연 이건희 저 사람이 삼성직원 직접 고용 20만 여명, 하도급 협력업체까지 100만 여명을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일까? 그리고 도덕적으로는 타당한 인물일까? 회의가 다 들었습니다.

결국 문제는 오늘까지 이건희나 그의 가신들이 국가의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이들을 분명하게 견제하고 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벌할 수 있는 국가기구의 기능들이 죄다 마비되다시피 했고, 언론과 지식인들도 이들과 거래를 바라는 식이 됐고, 일반국민들도 이들의 행위를 그러려니 하면서 이네들이 만든 상징조작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졌다는 겁니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예의가 결격(缺格)

김상수: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 책을 다 읽고 책을 딱 덮는 순간, 저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책에 나오는 당사자분들에게는 큰 실례의 얘기입니다마는, 그러나 공인(公人)이시니까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어쨌든 책을 다 읽고 나서 제일 처음 드는 생각은, 이건희 회장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과 너무 가난하게 사는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최고급 음식과 의복, 최고급 정보라고 알고 있는 온갖 정보들, 얼마든지 동원 가능한 지식과 사람들, 즉각 호출되는 가신들, 초호화판의 사치. 그러나 본질에서는 너무나 가난한 문화, 가난한 교양, 가난한 인간관계, 그리고 가장 근본에 있어서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예의가 결격인 것을 저는 그 책에서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명예와 교양은 돈으로 사들인 것이 아니지요. 사회적 역할로서 정직한 헌신이 있었고 대를 물려 부자로 겸손과 미덕을 자식들에게 가르쳤습니다. 특권의식과 교만과 무례와 탈법과 속임수를 가르친 것이 아니라 자식에게 많이 가진 것에 대한 부담과 책임을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교양이 명예를 쌓았던 것이고 그 나라 국민들이 존경과 부의 축적을 인정 한 겁니다.

중국에 이인(里仁)에서 子曰 富與貴 是人之所欲也 不以其道得之 不處也라고 했습니다. ‘부귀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원하는 것이지만, 정직한 방법으로 득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을 누리지 않음이 옳다’ 이렇게 의역해 봅니다.

포정해우(庖丁解牛)편, 천민과 잡민과 백정(白丁)

제가 생각할 때 우리사회 많은 지식인들의 언어 오남용 중에서 가장 빈번한 언어 오남용이 가축을 잡는 ‘백정’을 가리켜 ‘천민’이라고 잘못 이해하고 잘못 사용하고 있는 언어용례입니다. 백정은 설사 신분은 낮다고 해도 인간의 인격자체를 함부로 깔보는 차원의 의미로 ‘천민’이나 뿌리 뽑힌 ‘잡민’은 아니었습니다. 특수한 직업인이었지요. 다시 말하지만 백정이 가축을 잡는 것은 업(業)이지만 인간으로의 자존심을 까닭 없이 훼손당할 이유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천민’이 아니고 ‘잡민’은 더욱 아니지 않겠습니까. 도리어 백정이 하는 일의 역할에 비추어 보자면 소를 잡는 다는 건, 기술이 아니라 도(道)였습니다. 도는 생명을 대하는 마음의 길 말입니다.

모두 잘 아는 장자(莊子)의 양생주편(養生主篇) 중에서 포정해우편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소를 잡는데 칼질하는 포즈가 음률과 장단이 아주 잘 맞았답니다. 이를 본 왕이 크게 감탄하여 어떻게 하면 소를 잡는 기술이 경지에 이를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이에 백정이 칼을 내려놓고 답했지요. ‘소인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기술을 넘어선 것입니다. 처음 소를 잡을 때는 소에게만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나자 소의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마음으로 소를 대할 뿐, 눈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소인의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입니다. 하늘의 이치에 의지하여 소의 몸 틈새에 칼을 찌르고 소 몸 안의 결을 따라 칼날이 약동합니다. 소 몸의 생김을 그대로 따를 뿐입니다.’

삼성불매운동 얘기까지 나오는 현실 직시해야

백정이 외간 사람과 만나 절을 할 때 피 묻은 흰 옷을 입고 맞절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작업복은 눈에 뜨이지 않는 곳으로 가서 벗고, 새 흰 옷으로 갈아입고서야 맞절을 나누었습니다. 이렇듯이 소 잡는 백정이 도와 예를 갖추었는데. 세계적인 대기업을 이끈다는 일가가 기업을 키워준 나라와 국민들, 시민들에게 갖추어야 하는 예와 도는 과연 어느 지경에 이르고, 어느 세월에야 비로소 몫을 나름으로 할 수 있을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삼성불매운동 얘기까지 나오는 현실에 대하여, 삼성의 합당한 변화가 요청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됐습니다. 이런 현실을 제대로 정직하게 직시하지 못한다면 이건희와 가신들은 삼성 기업 자체까지 엄청난 위기에 빠트리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도 있다고 저는 삼성 현실을 제 나름대로 이렇게 봤습니다.

법률적 특사는 받았지만 눈을 뜬 시민들은 아직까지

김상조: 이건희 회장이 국가에 중범죄를 저질렀는데도 대통령 이명박은 특사 복권시켰습니다. 비판은 대통령을 그만둬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국가의 준법과 법치의 원칙을 어지럽혔으니까요. 그럼, 특사를 받고 복권이 된 이건희 회장을 시민들은 사면복권 시켰을까요? 아닙니다. 눈을 뜬 시민들은 결코 그를 사면 복권시키지 않았습니다.

가신들이 삼성을 중심에서 망치고 있다.

저는 김용철 변호사의 책을 읽고 역시 삼성의 문제에서 이건희 회장을 둘러싸고 있는 가신들이 삼성을 중심에서 어떻게 망치고 있는 현실인가를 눈여겨봤습니다.

김상수: 삼성제품불매운동 캠페인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보다 핵심을 치는 방법으로

김상조: 저는 문제의 핵심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김상봉 교수께서 제게 전화를 주셨습니다. 삼성불매운동에 관해서 여러 말씀을 하시더군요. 불매운동은 회사를 타격주는 것인데, 이는 국민 다수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데서 한계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 문제입니다. 이건희 일가의 탈법 불법을 바로 잡는 것에 저는 역점을 두는 게 효과 적인 삼성 탈법 제어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10년 이상을 삼성의 잘못된 기업지배구조 방식을 바로잡는 운동을 하면서 불매운동 등의 보이콧 방식을 써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보이콧 방식은 네거티브 캠페인이기 때문에 삼성 문제는 포지티브한 캠페인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보이콧 캠페인은 독과점 산업구조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삼성재벌의 문제는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총수의 문제입니다. 의사를 결정하는 총수와 가신들의 문제이고 지배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에 불매운동은 그 한계가 있습니다. 또 한국 현실에서는 삼성문제 제기는 의견이 갈립니다. 그동안 삼성이 워낙 정교하게 상징조작을 해왔고 또 많은 돈을 들여서 이미지 광고를 해온 터라, 삼성문제는 여론이 50대 50식으로 나뉩니다. 문제는 성공적인 캠페인 방식과 결과입니다. 삼성 문제는 경제영역 문제만이 아니고 정치, 사회, 행정, 사법, 문화, 이데올로기까지 모든 영역에 다 퍼져있습니다. 단칼에 해결하는 방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삼성문제가 해결되면 정상사회 선진사회가 됩니다. 삼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은 이것만이다, 라고 주장해서는 안 됩니다.

삼성의 이데올로기에 속아서는 안 된다.

경제개혁연대에서 했던 소액주주운동 방식이 유일한 운동방식이라고 저는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는 우리 국민들이 삼성의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 사회를 정상사회로 나가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권리가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알아야하고 내 권리가 침해를 받았다면, 내 목소리를 내면서 그것을 회복하는 것에 비용을 치룰 수 있을 때, 대중 다수가 자기 권리를 지키겠다는 마음 자세가 중요한 원칙으로 섰을 때, 비로소 변화를 일으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자꾸 꼬이는 이유는, 어렵게 사시는 분들, 일용직이나 비정규직 등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이 도리어 재벌규제를 완화해서 재벌이 더 투자를 하게하고, 그러면 나에게도 떡고물이 돌아오지 않겠느냐는 기대심리를 갖게 하는 삼성의 지배이데올로기에 속는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현실이 너무 척박하기 때문에 이런 기대심리가 삼성문제를 용인하게 하는 겁니다. 이런 식의 재벌을 위한 정책은 지난 3,40년간 계속됐습니다. 이는 한국경제 왜곡의 이데올로기일 뿐, 결코 그렇게 되지가 않습니다. 재벌을 위한 정책기조가 어렵게 사는 내 처지를 개선시킬 것이다, 전혀 아닙니다. 사태를 더 악화시켰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더 어렵게 했습니다.

실사구시적인 태도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지구력이 필요

이 문제를 정확하게 보고 문제를 적시하는 측면은 불매운동을 뛰어넘는 이건희와 가신들의 탈법과 반칙을 추적하고 이것을 바로 잡는 것이 훨씬 실재적인 효과가 있다고 저는 보는 겁니다. 우리는 현재의 문제에서 너무 당위론적으로만 접근해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에서 부족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30년 후에 도달할 바람직한 사회를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30년을 살아갈 동안의 우리 삶에 던져지는 수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관리할 능력을 갖는가도 중요합니다. 한국사회 진보의 위기는 큰 담론으로의 대안이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그건 이미 넘칩니다. 우리 사회 진보진영의 결여는 담론이 아니라 과도기적인 과정을 관리하는 능력이 부족한 게 더 큰 문젭니다. 큰 얘기보다는 작은 얘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지구력이 필요합니다. 끈질기게 끝까지 단념하지 않는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혁명보다는 진화를

저는 지난 10년 이상을 기업의 투명성 문제, 지배구조에서 탈법의 문제 등에 천작해 왔습니다. 그래서 가리고 숨겨졌던 이건희의 불법을 뜻있는 분들과 연대하여 재판정까지 이끌고 나올 수 있었고 문제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 선험적인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운동을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물론 혁명가는 자신의 가치체계를 실현하기 위해서 온몸을 던지겠지만 그리고 성공한 혁명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구원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웃음)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선험적인 가치를 주장하는 건, 어떤 측면에서는 무책임할 수도 있다, 주식시장 비판, 시장원리에 대한 비판, 국가의 자의성에 대한 비판, 다 의미가 있습니다. 인류는 그런 고민을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난 10여 년 간 재벌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사회운동을 하면서 느낀 사실은, 사회를 바꾸는 것은 결국 혁명의 결과물이 아니고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노무현 경제방식과 이명박 경제방식은 과연 다른가?

김상수: 삼성의 문제나 오늘 이명박의 문제나 개발독재, 성장만능주의 등의 과거 패턴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으로 보이는데요. 또한 이는 우리 사회가 과연 어떤 사회를 지향하고 나갈 것인가?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에서 연유하기도 합니다. 경제의 근본적인 재구성이랄까요, 경제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경제 성장이나 발전, 대량 소비, 산업의 고도화, 자본의 축적 등을 얘기하는 경제패러다임은 이제 한계에 직면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란 현실정책에서는 근본에서 별 차이가 없다고 저는 봅니다. 이것이 오늘 이명박을 불러들인 노무현 정부의 근본 패착이었다고 보고요.

김상조: 이명박 정부나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의 성격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이 들으면 싫어하겠지만, 이념적이고 가치적인 문제를 탈색하고 문제를 정확하게 볼 수 있어야만 합니다. 경제정책은 크게 3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하나는 단기과제로 위기나 경기침체를 관리하는 안정화 정책, 두 번째는 5년 후 10년 후 우리 경제를 무엇으로 운영할 것인가 하는 산업정책 즉, 개발정책의 문제에서 중간단계에 있는 것이고, 나머지가 가장 장기적인 과제인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을 바꾸는 개혁의 문제입니다. 경제정책의 목표가 안정, 성장, 개혁으로 나누는데, 물론 이 때 말하는 성장이란 국민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고용과 소득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의 문제를 뜻합니다.

안정, 성장, 개혁, 이런 입장에서 노무현 정부를 생각해보면 노무현 정부는 분명히 개혁을 기치로 내건 정부였지만 개혁에서는 제대로 진행시킨 것이 없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보다 경제개혁은 더 후퇴했습니다. 그리고 안정쪽에서도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엄청난 부동산버블이 일어났지만 관료들의 영역이라고 방기했습니다. 이 부동산문제는 국민들 삶 전체를 왜곡시키고 말았습니다. 지역균형발전이란 이름으로 전국을 단위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당위가 기업도시, 경제자유구역 등으로 표현됐는데, 이는 산업정책이고 개발정책이었습니다. 물론 지역균형발전이란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지만 그것이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를 본다면 그건 개발정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문제는 경제안정도 아니었고 경제개혁도 아니었고 개발정책이었습니다. 한미 FTA도 그렇습니다.

실재의 모습을 찬찬히 보자면, 노무현 정부가 시작했던 개발정책 기조가 이명박 정부에서는 보다 더 노골화 무차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이게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하면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해서 국민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는 겁니다. 분명히 한국경제는 이미 21세기 개방경제 환경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를 대하는 방식이 경제를 개발의 대상으로만 보고, 또 추진하는 방식이란 것도 외환위기 이전의 20년 전 관치 방식으로 획일화되고 있다는 점이 이명박 경제방식의 큰 문젭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제정책의 다른 가치를 다 포기하고 오직 개발을 통한 성장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제안정, 경제개혁, 다 포기한 이명박 정부

그 목표의 측면에서도 심각한 결함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추진하는 방식이란 시대착오적인 관치 방식으로 경제개혁도 경제안정도 다 훼손시키면서 국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는 점입니다. 이명박 정부로 들어와서는 심지어 이제 개혁은 당연히 포기했고 안정의 문제도 완전히 폐기됐고, 2008년 강만수 경제팀의 사고방식은 안정이고 뭐고 간에 환율을 관리하고 물가를 관리하고 금리를 관리해서 대기업 위주의 성장을 지원하는, 이것도 제대로 관리도 못했고, 그런 능력으로는 관리가 되지도 않을뿐더러, 결국 그런 방향으로 가다가 제 2의 IMF 위기까지 거의 갔었습니다. 자금도 여전히 불안하고 폐단은 크게 예상됩니다.

법의 평등원칙 무너진 하이라이트에서 이건희 사면 복권

김상수: 이명박 등장이후 지난 2년 동안 우리사회는 너무 많이 일시에 파괴됐습니다. 사람들의 경제생활은 더 불안해졌고 친서민이니 중도실용이니 허구적인 논리로 강변하지만 재벌과 특권층만의 입장에 이명박 정권은 서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도 위협받고 국민들은 일상에서도 불안하게 살고 있습니다. 경쟁과 서열을 앞세우니 사교육은 번창하고 사교육비는 폭등했으며 가난한 시민들은 감당이 더 어렵습니다. 생활 기초인 민생, 복지, 교육 예산은 삭감됐고 주거문제는 더 불안해졌습니다. 노동을 배제하는 정책으로 사회 전반에 갈등은 만연됐고, 고환율 정책을 통한 성장일방주의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물가 앙등으로 인한 고통을 안겼습니다. 무책임한 금산분리로 경제원칙을 혼돈스럽게 만들겠다고 하고, 국회의 입법권은 기득권입장에서 날치기가 다반사고 법치를 말하는 공권력의 내용은 권력의 시녀가 됐고, 경찰의 불법과 폭력 행위가 일상화되면서 시민들 삶은 더할 수 없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자들은 계속 감세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절망만은 안 된다.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강을 죽이는 ‘4대강 죽이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에 끔찍한 패악(悖惡)을 지금 저지르고 있습니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데도 4대강 사업은 국회에서 예산이 심의되기 이전에 착공되어 국가재정법을 어겼습니다, 중앙하천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도 않았으니 하천법을 위배했으며 우리나라 환경법의 기본법인 환경정책기본법을 유린했고 문화재보호법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민간인 사찰과 각종 불법 행위는 기승을 부립니다. 뉴타운이니 뭐니, 자기 삶의 터를 지키겠다고 최후의 자위권을 행사하는 방법은 망루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고, 폭력경찰을 동원하여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그 자리에는 삼성 등 재벌들이 세우는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섭니다. 가난한 시민들은 삶 자체에 대해서 자꾸 속수무책으로 회의에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법의 평등원칙은 오래전에 무너졌고 그 하이라이트에서 이건희는 사면 복권이 됐습니다.

김상조: 그러나 절망만 할 수는 없습니다. 천천히 꾸준하게 싸우면서 나가야합니다. 우린 지금 처지가 삼성 이슈만 다룰 수도 없고 비정규직, 4대강, 언론탄압, 세종시 등, 우리의 알량하고 가냘픈 처지에서는 벅찬 문제들로 꽉 차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가 없습니다. 서로 역할의 분담 속에서 협동의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김상수: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서로 연대를 하고 서로 일깨워서 우리들 인간의 권리를 찾는가를 고민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오늘의 고통을 반드시 일일이 기억하는 겁니다.

김상조: 우리 사회 현실에서는 약자의 대표성이 너무 약합니다. 약자에 처한 사람들이 정책결정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너무나 없습니다. 따라서 그런 기회를 자꾸 만드는 일련의 노력들이 더해져야 합니다.

김상수: 대중들에게 무의식적으로 파고 들어와 있는 지배이데올로기를 극복하는 문제만큼 심각한 건 또 없다고 보입니다. 대중들의 내면에 있는 다른 대안은 없다는 식으로, 잘못된 현실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들,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정확하게 그 실체를 파악하고 그것들이 안기는 공포나 불안을 떨쳐낼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김상조: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것의 일환으로 삼성의 부당 불법행위를 용인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의 불법을 용인하면 삼성도 망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삼성이 자기 기업을 지배하는 방식을 살펴봐야 합니다. 삼성 이건희와 가신들은 직원들에게 공포와 불안을 암암리에 조성하면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직원들을 침묵하게하고 복종하게 합니다. 도요타 방식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삼성이 하는 일은 좋은 것이고 옳은 것이다, 라는 식으로 반복합니다. 이들은 이 방법을 일반 국민들에게도 써먹고자 시도합니다. 심지어 삼성에 시비를 걸면 뉴욕으로 본사를 옮긴다? 이런 말도 퍼뜨립니다. 그러나 오늘 삼성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의 회사경영 방식으로는 뉴욕은커녕 세계 어느 나라 도시에서도 적응할 수 없고 또 그 사회가 이건희 식의 탈법과 뻔뻔한 노사관리체제나 출자구조를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누진적인 세법도 아닙니다. 세금 실효율은 턱없이 낮습니다. 우리 사회와 국민들이 재벌 자본들에게 제공하는 세금혜택, 독점적 특혜, 보조금, 그리고 환율제도, 특히 환율제도는 국민들의 희생을 담보로 몇 수십 억 달러씩, 삼성이 말하는 몇 수십조 이상으로 실질적인 기업보전 이익까지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이런 막대한 국민희생 등을 감안한다면 이건희 일가와 가신들은 법을 제대로 지켜야 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깊은 반성을 행동으로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겁니다. 이런 의무를 거듭 채근하고 감시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김상수: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위협을 가하는 세력들이 어떤 누구인가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이건희나 그 가신들은 특히 예외일 수 없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관료들이 삼성에 준 특혜규모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말씀처럼 환율방어를 한다고 수십조의 국고가 투입됐습니다. 최대 수혜자가 바로 삼성이었습니다. 이건희와 가신들의 노력만으로 삼성이 성공했다? 턱도 없는 얘깁니다.

김상조: 저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제 방식이 유일하고 최선의 방식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은 앞으로도 똑 같은 방식으로 10년을 더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효과를 빨리 보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삼성 등의 기업지배구조를 바로 잡는 일은 또박 또박 착실하게 진행시키고자 합니다.

이건희와 가신들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바로 잡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단 생각입니다. 이것은 바로 우리사회 민주주의의 문제요, 인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