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월간 중앙 9월호 [김상수 칼럼]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05-09-30 18:00     조회 : 10066    
<문화기획가 김상수 칼럼> 지역주의, ‘연정’ 아닌 지역학으로 풀자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현실적 대안 - 지역학과 지역학문을 일으키자

메아리 없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은 결국 이 정부를 이끌고 있는 집단의 정체성이 얼마나 박약하며 부질없이 허약한가를 간단하게 드러냈다.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지역주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하면서 툭하면 ‘국민’을 들먹이며 ‘국민‘을 내세우던 가식의 언설조차 이젠 필요 없다는 듯 곧장 정치세력간의 거래와
흥정으로 지역 갈등도 해결할 수 있단다. 2002년에 왜 그 난리를 겪어가면서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았는지, 2004년엔 왜 무엇 때문에 그토록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는지, 딱하고 안타깝다.

열린우리당의 붕괴 이전에 권력 중추가 먼저 무너져 내린 것이다.
능력의 문제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이들 집권세력 정체성 문제인가. 국가보안법 폐지 등 들고 나온 개혁입법이나 과거사 문제 등은 변죽만 요란하지 한 걸음도 제대로 디디지 못하고 갈 짓자 걸음의 연속에서 이젠 문제 해결 방법이 ‘대연정’이란다.

대통령의 연정 제안 발언 중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책적 차이가 크지 않다고 말한 것은 스스로 자가당착임을 드러내면서 이 정부가 시대나 현실을 보는 가치 인식이 박정희의 국가주의 성장제일주의 자본지상주의의 연속선상과 한 치 어긋남이 없음을 고백한 것이기도 하다. 이미 현실 권력의 중심이 자본과 시장에 있으니 국가나 정부는 팔장을 끼고 그냥 있는, 말 그대로 속수무책(束手無策)인 현실임을 대통령 스스로 고백하지 않았던가.


어쨌든 이 정부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 ‘대연정’ 제안 직전까지는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 그리고 수도권 문제 해결을 통해 지역불균형을 해소한다면서 전국의 땅값을 하루가 다르게 치솟게 했고, 공공기관 유치를 둘러싼 지역갈등을 부추겼다. ‘공동체의 통합’을 위해선 수도권과 지방이 골고루 잘 살아야 한다는 당위가 틀리진 않다. 그러나 이런 정책 발상의 근거나 방식에는 박정희식 하드웨어적 패러다임과 어떤 차이도 없다는 것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으며 심지어 이런 현실인식을 통한 정책 실현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며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하다. 이는 이 시대의 현실을 읽고 보는 철학과 비전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이 과연 삶을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이해나 가치인식도 전혀 없으면서 일의 추진 과정에서도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실사구시의 덕목인 진(眞)과 실(實)이 빠진 주먹구구식 지역균형 개발 사업의 강제 추진으로 국가경쟁력을 안에서부터 망가트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지경에서 느닷없는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은 그 제안으로 달성하고자하는 지역주의 극복은커녕 선거법 개정이나 정쟁을 통한 정국 주도권 확보를 통해 ‘계속집권’을 위한 책략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많은 국민들이 갖게 되었다. 그래서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반응이 영 시시한 것이고 지지나 동의라곤 거의 없는 것이다.

‘대연정’을 통한 지역주의 극복 운운의 비현실적인 제안보다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보다 가능하고 보다 현실적이며 당장 실천과 시작이 가능한 현실적인 국가적
대안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자.

필자는 국가발전, 그것도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이 정부가 추진하거나 제안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하드웨어적 접근방식의 가치 이전(移轉)이 아닌, 소프트 파워를
창출할 수 있는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그 실제적인 기반인 각 지방과 지역의 지역학과 지역학문을 차곡차곡 일으켜 세우자고 제안한다.
이는 ‘대연정’의 비현실성을 가로질러서 잘못되고 그르친 지역주의를 뛰어넘고 제대로 된, ‘반듯한 지역주의’를 통해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루자는 의미이다.
자, 그럼 과연 어떻게?

지역학 또는 지역 학문의 네트워크 구축과 그 실현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이 정부가 추구하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방식이 서울과 중앙에 있는 가치를 강제 이전하는 낡고 시대를 거꾸로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는 방식이라면, 지역학과 지역학문의 구축과 실현은 지역 특유의 가치창출을 통해서 자립형 지방화, 주체적 지역화를 실현해 나가는 기초단위로 지방의 내재적 내생적인 발전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제대로 된 균형발전을 지향하는 것이다.

지역학은 지역의 조건과 특성을 감안한 학문으로 지역의 인구, 역사, 기후, 문화, 전통산업 및 신산업 개척 등의 지역 제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커리큘럼 학이다.
지역학문의 구축을 통해 무차별적인 세계화 경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지역 주민의 삶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지역사회의 창조성을 전개시킨다. 지역학을 통해 혁신적
산업클러스터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구축하고 지역 혁신 시스템을 가동시켜 지역경제를 일으키고 지역의 붕괴를 막는 지역경제는 지역학을 통해서 문제를 대처하고 관리하면서 산업적 리스크를 줄인다. 지역학문을 통해서 실질적인 지역의 지식을 데이터베이스화하며 지역의 일꾼들을 길러낸다.

지역학은 작은 지역사회의 단위로부터 일정 크기의 지역사회 규모로 구획되어질 수 있으며 서울학, 경기도학, 부산학, 인천학, 부천학, 경주학, 춘천학, 함양학, 순천학,
여수학, 포항학 등으로 세분하여 나누어지기도 하고 지역간에 교차 통합되기도 한다.

여기에 지역학과 지역학문을 구축하는 역할로 각 지방에 산재한 교육기관들 특히, 지방대학의 역할이 더없이 강조된다. 전국의 대학이 특성과 개성없이 종합대학화의
형태로 대학이 소재하고 터하고 있는 지역이나 지방성과는 전혀 무관계한 서울소재 ‘일류’ 대학을 본 딴 식의 운영이 아니라 해당 지역을 실질적으로 살리면서 대학도
사는 방식으로 지역학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지역학은 지역에 관한 총체적이며 입체적인 그리고 세부적인 DB를 통하여 지역산업을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가동시키며 지역의 안정적 고용을 통해 지방성을 강화시키게 된다.

지역학과 지역학문의 구축을 통해서 강력한 지역경제의 창출은 경제의 세계화와 세계경제를 도외시하는 태도가 아닌, 적극적으로 세계경제를 포섭하는 자세이며 경제의 세계성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지역경제는 지역 자치적으로 적절히 통제되는 경제를 통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시장(市場)과 이름도 얼굴도 알 수 없고 책임도 지지 않는 경제관료로부터 지배되는 경제현실을 차단하며 협력과 협동 안정을 누리며 생산과 소비의 유연성을 담보하게 된다. 또 지역경제는 지역이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지역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의식하며
오염을 줄이고 없애는 경제방식을 택하게 된다.

지역경제는 정부가 경제의 세계화에 몸을 맡김으로써 일방적으로 끌려가고 병들어가면서 경제를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 식의 경제방식을 거부하며 국가경제가 매몰되기 쉬운 경제의 종속적인 세계화를 경계하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긴밀하게 결속시키는 긍적적인 연동축(連動築)을 가진다. 세계는 이미 지역경제를 창조하고 지원하는 일의 중요성을 인식한지 오래다.
우리도 세계에 존재하는 경제변화를 읽어야 하며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도전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역경제를 통하여 삶의 공동체를 재건한다는 측면이다.
공동체는 사람들 사이의 긴밀한 관계와 상호간의 의존성에 대한 공통의 이해에 기초한다. 그리고 이로부터 생산과 유통, 소비와 폐기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물류와 마을과 도시간의 풍부한 교류가 활발한 사회시스템을 구상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지역학의 주제는 지역 주민의 풍요로운 문화적 삶의 역량을 일구어내는 주민 주체의 지역 만들기와 상관하며 지역경제는 해당 지역의 지역적 특성을 체계적으로 연구 집적 분석하며 지역의 창조성을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지역학문의 수립과 발전을 통해서 자극받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자립적 지방화를 위한 혁신역량을 창출하기 위한 관건은 지방자치단체나 주민자치의 역량을 어떻게 확보하는가 하는 문제이면서 중앙과 지자체간 협력과 권한과 책임을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인가에 지혜가 모아져야 할 것이다. 화급한 것은 지금까지 틀어쥐고 있던 지방의 권한을 지방으로 되돌려 줘야 한다는 급박한 인식을 가져야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국가균형발전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과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이 비전을 공유하고 이에 기초해 긴밀한 상호협력을 이루어내는 일의 중요성으로 결정된다.

이제 대통령은 국가의 중차대한 문제 해결에 전력해야만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경제적 불평등으로 야기되는 사회 양극화 문제, 경제발전, 한반도 문제, ‘X파일’과 국가기관의 불법도청 사건 등, 그리고 대통령이 여러번 얘기한 부동산 대책 등 국민들의 삶과 바로 직결되는 문제들이 중층적 복합적으로 산적해 있다.
결코 지역주의는 ‘대연정‘ 등의 제안으로 정치세력간의 거래로만 결코 극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하면서 지역학문의 대대적인 창달을 시급하게 주문한다.

[2005년 09월호] 2005.08.19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