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Autumn, Paris Tuanh Duong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05-10-06 21:53     조회 : 10465    

파리의 햇살은 눈부시다.
금방 비가 왔다가도 그치고 햇살이 내비치면 눈가에 한꺼번에 달려들어 부어지고 부서져 달려드는 햇살 무리에 눈을 뜨지 못하고 잠시 어리둥절하게 된다.
주위는 금빛으로 시위를 당기듯 팽팽해지고 꽉 찬 빛살의 공기가 옅게 물기 묻은 공기를 공중으로 사른다. 지중해가 가까운 것이리라.

몽소공원parc monceau을 투안과 같이 거닐었다.
드문드문 로마유적이 남아있는 영국풍의 정원 풀밭에 엎드려 책을 읽는 사람들 사이사이를 천천히 걸어갔다.

훌쩍 키 큰 나무위로 가을빛이 흔들리며 다가오는 게 보인다.
빠르다, 느리다, 감각 이전에 빛은 시간을 타고 계절을 바꾸기 시작한다.

“이제 이년이 지나면 저도 나이 삼십이 돼요”
투안이 세월의 지남을 자기 나이에 빗대었다.

그렇다. 나이를 먹는 것이다, 그 누구든 인생은.
십 팔세에 처음 본 소녀 투안이 벌써 스물여덟 여인이 됐다.
이제 이년 후면 곧 그녀 나이 삼십이 된다, 삼십이.

“미스터 킴은 결혼도 않고 또 아이도 가지지 않을 생각인가요?”

“자, 저기 저 나뭇잎이 햇살에 흔들리는 게 보이지?”

“미스터 킴! 내 말에 좀 대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