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본 연평도사태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10-12-07 00:33     조회 : 9038    

일본에서는 이명박이 인기가 있다?
-일본 도쿄에서 본 연평도사태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98101207140959§ion=05

도쿄에서 만난 JP-News 유재순 대표의 다급함

볼 일이 있어서 잠시 일본 도쿄로 나왔다. 도착하고 이튿날 저녁 JP-News 유재순 대표(http://www.jpnews.kr/index.html)를 만나는 장소에서 연평도가 폭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유대표로부터 처음 들었다. 유대표는 만나자마자 “지금 한국에 큰일이 났어요. 잘못하면 전쟁이 다 나겠어요. 일본의 텔레비전 방송들이 죄다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연평도 사태를 보도하고 있어요.

빨리 사무실로 되돌아가 상황을 지켜보면서 실시간으로 기사를 송고해야 하겠어요.” 유대표는 다급해했다. 나는 갑자기 어리둥절했다. ‘내 나라에서 전쟁이 날지 모르다니?’ 김포공항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같이 택시를 타고 유대표의 사무실로 향했다. 유대표는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느라 분주했다. 일본 언론매체들이 유대표에게 한국의 상황 전개추이를 전화로 묻고 있었다.

한참을 지나서야 유대표와 같이 식사를 하러갔다. 식당에서도 텔레비전은 숨 가쁘게 연평도 사태를 중계하고 있었다. 나는 비감(悲感)이 들었다. 

‘아, 우리는 왜? 아직까지 온전한 하나의 나라를 못 만들고 있는가? 남과 북으로 서로 갈려 싸움박질로 지새워야 하는가? 한민족(韓民族)은 이렇게도 못난 것인가?’

일본에서 인터넷 신문을 운영하는 유대표도 ‘우리나라’의 불안한 처지에 슬퍼했다.
나는 문득 유대표에게 물었다. “일본에서는 이명박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요?”
“일본에서는 인기가 있어요.”
“예?” 나는 반문했다. “왜요?”
“일본에서는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지 않아요.”
“그러나 한국의 정세를 그들 내부의 중추(中樞)에서는 꿰뚫어보고 있지 않을까요?”
“그것과는 달라요. 어디까지나 일본은 자국의 이익에 부합되니까, 당장의 이익에 반하지 않으니 지지합니다.”


아사히신문 S기자와의 대화

사흘 후, 아사히신문 국제부 S기자를 만났다. 먼저 내가 물었다.
“일본에서는 연평도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도대체 알 수가 없어요. 왜? 갑자기 북조선에서 포격을 가했나요?” 
“연평도 사태를 세계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시시각각 뉴스가 들어오는데, 챙기기에도 너무 바빠요. 그래?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날까요?”
“......”
나는 아사히신문 기자의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침묵에 빠졌다. 알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의 국방장관 “6·25 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 상황”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겠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전쟁은 피차 절멸(絶滅인데, 그 멸을 스스로 맞겠다고 남북이 지옥불에 뛰어든다? 며칠 전 한국의 새 국방장관은 취임사에서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결코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며 “우리는 지금 6·25 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반세기 이상 불안정하지만 그래도 전쟁의 공포를 이렇게 크게 느끼지는 못했는데, 아니? 안보는 확실하게 챙기겠다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서 3년 만에, 그것도 이명박 정권의 신임국방장관 입으로 “6·25 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됐을까?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후, 군과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여론이 일자, 이명박은 담화 발표 중에 “책임 통감”, “국민 여러분의 실망”,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 등의 표현을 했다. 국민에 대한 ‘사과’는 비켜갔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연평대 사태 이후 국가 최고지휘부를 맡은 이들이 우왕좌왕한 현실에 대해서 “대통령이 직접 ‘사과’라는 표현만 안 썼을 뿐, 사실상 사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미 이명박 등장 직후부터 오늘의 이런 사태를 줄곧 예상했었다.


2009년 3월 12일 <프레시안> 칼럼에서 말하기를

1년 9개월 전 나는 여기 칼럼을 통해 “지금의 대한민국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14가지 이유”에서 “이명박의 실정(失政)을 계속 지켜보면서, 이명박 정권에게 정상적인 국가 운영의 기대는 고사하고, 정권을 이끌고 있는 핵심에서 파탄'의 징후(徵候)를 명백하게 보면서 지금의 현실은 자신들 뿐만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위기로 내몰고 있음을 본다.”고 쓴바 있다. 

“이 위기는 그의 능력과 자질도 문제지만 이들 집단의 정권을 이끌고 자들의 언행을 봐도 이는 거의 난망이다. 기장 먼저, 이명박은 국민들 대다수에게 신뢰를 잃었다. 국민들은 이제 “그에게 외교 국방, 군 통수권을 맡기기에는 너무나 '불안'하다. 통수권자의 최종 판단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한다. 아무리 유능한 참모가 있어도 최종적인 판단을 잘못 내린다면 이는 국가재앙이다. 더군다나 냉전 때의 사고인 적(敵)과 아(我)의 단순 개념으로는 복잡해진 오늘의 내외 정세의 복잡성을 이해하기 어렵다.

현실의 복잡성을 명쾌하게 정리하는 리더십은 '불안'한 이명박의 현재 면모로는 문제가 닥쳤을 때 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군 최고사령관인 통수권자는 군 전체의 절대 신임을 확보해야만 한다. 미국 쇠고기 졸속협정의 결과처럼 최고 지휘자의 잘못된 판단과 결정으로 수하 공무원들이 헷갈리면서 우왕좌왕 보따리를 싸들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타야 하는 모습에서 봤듯이, 아무리 유능한 참모라 해도 통수권자의 그르친 판단과 결정은 되돌리기 어렵고 이는 엄격한 명령체계를 지휘하는 군 통수에는 결정적인 결격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명박은 외교와 국방문제 등에서 '불안'한 최고 결정권자의 모습을 보이고”, 특히 ”'불안'한 군 통수권자야말로 위험 그 자체다.”고 1년 9개월 전에 쓴 칼럼에서 이미 얘기한 바 있다.


다시, 아사히신문 S기자는... 

나는 물었다. “일본의 새로운 정권인 민주당이 일본사회를 이끌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어려워 보인다. 연평도 사태 때문에 일본 민주당 정권도 더 어려움에 빠져들지 않을까요?”
“지난 정권을 맡았던 자민당 등 보수집단들은 이 위기를 부추기겠지요. 조선반도에서 곧 전쟁이 날 것 같은 분위기로 몰고 가는 것이지요.”

그랬다. 바로 얼마 전에 일본 도쿄신문은 서울발 기사로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의 한 간부가 올해 안에 경기도를 포격하겠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도쿄신문은 경기도 포격 계획을 밝힌 북한 간부가 누군지, 또 어떤 근거로 공격을 하겠다는 발언인지,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는 전두환 때 조선일보 특파원이 북침설을 도쿄발로 보도한 적이 있었던 사실과도 흡사하다. 그러나 이는 후에 거짓으로 밝혀졌다. 그 북침설은 일본이 아닌 서울발 전두환 집단의 조선일보 특파원을 통한 도쿄발 공작이었다.

안보를 불모로 사회불안을 획책하는 수법. 한국의 언론은 도쿄신문의 불분명한 '경기도포격설'을 그대로 받아 대문짝만하게 보도하는 더 위험한 행태들. 이는 결국 한국을 불안하게 만드는 데 앞장서는 일본언론과 이에 맞장구치는 한국언론들의 안보위기를 빙자한 획책 말이다.   

연평도 사태가 터지자마자 한국의 보수를 자처하는 조,중,동 등, 기득권 신문들의 기사행태를 보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확전을 부추기며 연일 강경론에 불씨를 지피기 시작했다. "북한의 불법 공격을 즉각·엄중·정확히 응징하라"<조선>, "북한의 무차별 도발, 국민적 결의로 응징하자"<중앙>, "미국과의 신속하고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응징해야"<동아>, 확전을 부추기는 이들 신문들은 광기와 선동으로 가득했다. “차분하게 대응"<한겨레신문>, “냉정한 대처”<경향신문>와는 상반됐다. 연평도 마을과 해안이 불에 타 연기가 피어오르는 컬러 사진 조작은 ‘짝퉁보수신문’들의 전쟁부추기 하이라이트였다. 여기에 더하여 도쿄신문 보도의 차용은 아주 적절했다.

“한국의 보수신문을 자처하는 신문들을 당신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지난 3년간 독자들로부터 급격하게 신뢰를 잃었다고 봐요.” 
한국정황에 비교적 소상하다는 평판을 듣고 있는 S기자는 간명하게 답했다.
“일본은 이명박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다께시마(독도) 등의 발언시비에서 보듯, 일본입장에서는 우호적이니까 인상이 좋아요.”
“하지만 그 실체를 정확하게 안다면, 반드시 일본에 이익이 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진실, 정의, 이런 것에 기초하는 상호국가관계가 바람직한 것 아닌가요?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파괴되고 있잖아요. 나는 한국이 튼튼한 민주주의를 가꿔나갈 때 이웃나라 일본에도 자극이 되고, 제대로 이익이 되면서, 자민당 장기집권의 병폐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아, 지금 일본의 민주당은 실수를 너무 많이 합니다. 자꾸 일반의 여론에서 멀어져 가고 있고요.”
“집권당인 민주당이 잘못하면 한국에서처럼 노무현 이후 반동(反動)과도 같은, 그런 현상이 일본에서도 벌어지지 않을까요?”
“지금 벌써 그런 현상이 보이잖아요.” 


남과 북의 일촉즉발의 긴장상태에서 한국과 일본은 

이명박은 북한의 포격 당일 군의 보고를 받고 “비행기로 (북한 해안포 기지를) 때리는 것은 못하는가”라고 묻기도 했단다. 이명박의 말을 그대로 실행한다면, 한반도 군사대치의 상황에서 전면전의 확전상황으로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군에도 다녀오지 않은 이명박이 일본 텔레비전에 비치는 영상은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공군 조종사 전투복 같은 점퍼를 입고 나타나, 마치 군을 일사분란하게 지휘 통솔하는 듯 하는 이미지로 비쳐진다. 군을 갔다 온 장성 출신의 국방부 장관도 예비군복은 입지 않고 회의에 들어오는데, 대통령과 국무총리와 국정원장이 모여 회의를 하는 것도 불안한 판인데, 공군 조종사 점퍼를 입고 나타나면 국민들 마음은 얼마나 불편할까를 전혀 이해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한국정부는 교전규칙 전면 수정, 서해 5도 지역의 전력 증강배치, 내년 국방예산 증액 등을 발표했다. 신임국방장관은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항공기로 폭격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정부의 공군전력을 동원한 포격은 전면 확전의 가능성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방책인데, 이는 무엇보다도 먼저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제어하지 못하고 또 사태가 터졌을 때 적절하게 대응하는 데 실패한 기존 안보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은 전혀 하지 않는 상태임을 말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서해지역을 평화협력특별지대로 선언한 것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이명박 이후 10·4 남북정상선언 자체까지 부정하면서 모든 남북 소통은 정지되었고 오늘의 사태에까지 이르게 됐다.

일본정부는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을 통해 재일 조선인이 다니는 조선 학교에 대한 무상화 검토를 전면 중지하면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재일 조선학교에 대한 고교무상화 지원계획이 연평도 사태로 전면 중단이 선언된 것이다. 안보불안 여론에 편승하는 일본의 옹졸한 정치적 선택이다. 

사태의 근본적인 처방에 대한 시야도 없이 갑작스럽게 거론되는 한국정부나 일본 정부의 처방들은 대부분 당장의 여론에는 편승할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대책을 세우는 실효성과는 거리가 멀다. 국가 안보라는 중차대한 측면에서는 당장의 정치적 손익 계산으로 처방을 세우는 대책이란 근본적인 방책일 수 없다. 

더 이상 남북한 교전은 확대되어서는 안 된다. 남북한 모두 헤어날 수 없는 지옥의 나락(那落)으로 떨어지는 것은 막아야 하고, 이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얕은 책략을 꾀하고자 하는 일부 한국인들과 소수 북한인들, 그리고 이상한 일본인들을 제외한다면, 수많은 건강한 이웃 일본인들의 바람 또한 그렇다.  (도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