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TAXI,TAXI 作, 演出, 기획의 의미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11-02-28 20:25     조회 : 14980    
한국연극, 위기의 현실에서

오늘 한국연극계는 제대로 된 창작연극이 너무나 위축된 현실이다. 정체를 알 수없는 조악한 무대나 무차별 번역연극이 활개를 치고, 심지어 번역극 중에는 상당수가 제대로 된 번역, 또는 성의 있게 우리 실정에 맞도록 번안된 연극인가도 의문이며 그나마 저작권료를 제대로 지불하고 있는가도 미심쩍다. 어쩌면 한국의 연극사 자체가 왜곡되어, 길고 긴 시간동안 외국의 엉터리 번역연극에 의존해 온 현실이니, 그런 타성이 이제 무비판적으로 익숙하기까지 한 현실이 됐다. 한국의 원로연하는 배우와 연출자들 상당수가 그들이 했던 연극들이 무정체성의 번역연극으로 채우고 있는 바는 몹시 슬픈 현실이다. 이는 곧 문화적으로 깊은 식민지 현실임을 뜻한다. 

창작연극이란 오늘 우리들 한국인의 삶의 과거와 현재를 말하는, 우리의 나랏말인 ‘국어’로 창작된 연극이며, 바람직한 창작연극이란 우리시대 삶의 <진실>과 <눈>을 제대로 표현하는 연극이다. 따라서 뛰어난 작품성의 창작연극이 부재하다시피 하는 현실이란, 연극을 통해서 우리사회 우리의 삶을 정연하게 들여다보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연극이 예술로 차지하는 사회에서의 역할과 상관성에 대해서 무지한 연극계 일반의 현상에 기인한다.


기획 의도

창작연극 TAXI,TAXI 는 한국의 시대현실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존중과 위엄, 그리고 ‘인간으로의 예의’를 그리고자 한다. 아울러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연극들과 수다한 번역극의 횡행(橫行), 조악한 공연물들로부터 한국 창작연극을 새롭게 일으켜 세우는 계기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제작 태도 

2011년 3월 4일부터 5월 1일까지 2개월간 1차 공연될 이 연극 TAXI,TAXI 는 한국의 당면한 사회상(社會相)을 즉각적이고도 능동적으로 반영하는 ‘상시적 공연시스템’의 ‘시작’으로 기획된다. 따라서 2011년 1차 공연 중이나 이후 공연에도, 그 때 그 때마다 작가, 연출가인 김상수에 의해 장면과 대사가 바뀌거나 고쳐질 수 있으며 출연자들도 이미 주어진 희곡(텍스트)에 안주하여 정형화(定型化)된 인물로 계속 등장하는 ‘닫힌 방식’이 아닌, 공연 때마다 새롭게 해석된 인물인 ‘열린 형식’으로 만나게 된다.

‘스스로의 삶을 뿌리부터 되돌아보게 하는 예술 장르로서의 연극’을 의식하는 태도는 견지되어야 옳다. 기실 좋은 연극이란 시대를 반영하는 역할도 있지만, 새로운 연극언어들로 파격적인 극형식을 통해 배우와 관객 사이의 관계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을 제시하며, 연극예술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에 열중하는 노력 또한 대단히 중요하다.

창작연극 TAXI,TAXI 는 현재 ‘대학로’가 처해있는 공연의 무정체성, 저급한 소비오락물과 싸구려 돈벌이로 전락해 버린 획일적인 공연상업성에 대응하여 연극 본래의 예술적 기능을 일깨우고 확인시키고자 하는 역할을 의식한다. 관객의 마음을 감동시킨다면 관객들은 극장을 찾는다는 믿음은, 연극이란 관객들에게 어떠한 삶이 과연 사람다운 삶인지를 계속해서 질문하는 공기(公器)로서의 극장의 면모를 쇄신(刷新)시킬 것을 주문받는다. 즉 극장이라는 공간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사람들 삶을 서로 격려하며, 끝없이 배워나가는 장소이자 ‘사회의 학교’이기 때문이다.
TAXI,TAXI 는 관객들로 하여금 연극과 극장의 기능을 새삼 확인하게 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