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믿을 수 있는 민주주의는?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11-06-06 17:46     조회 : 8225    

김상수 프레시안 칼럼110
 '세금혁명' 주창자 선대인과의 대화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민주주의는?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10606150241§ion=04

2일 오후 북한산 기슭에서 '세금혁명'의 저자 선대인을 만났다. 그와 나눴던 얘기를 여기에 옮긴다. <필자>


조세정의와 집행, 민주주의의 근본핵심문제


김상수: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을 파헤친 세금혁명', 그리고 'TAX 프리라이더', 책 잘 읽었습니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인 세금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습니다. 나라 살림살이의 근거를 질문하고 있는 내용인데, 세금문제를 바로 잡는 것이야말로 이 나라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습니다. 2권의 책은 민주주의 근본 핵심문제로 읽혀왔습니다.


선대인: 세금은 국민의 돈입니다. 관료와 재벌이 함부로 주무를 수 있는 돈이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세금징수나 집행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 땅의 특권층이 누리는 세금과 정부 재정 지원의 특혜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반면 그들이 누리는 특혜 때문에 일반 시민들은 얼마나 불공평하게 세 부담을 지면서 시민으로의 권리는 누리지 못하는가를 시민들 스스로 알아야하고 또 분노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런 동기로 쓴 책들입니다.


김상수: 책은 시민들에게 분노를 일깨우고 있더군요.


선대인: 분노해야 합니다. 한국사회와 경제의 각종 문제들이 얼마나 뒤틀리고 악화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시민으로의 본분을 할 수 있고 잃어버린 시민의 권리도 찾을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 언제까지 당하기만 할 건가?


김상수: '이명박의 반값등록금 공약'을 지키라고 며칠 전부터 대학생들이 광화문으로 몰려나왔습니다. 이제 대학생들도 이명박 집단의 실체가 직접적인 현실로 다가왔단 얘기이기도 하면서, 이번 여름이 어떤 정치적 전기(轉機)를 마련할 수 있는 시기일 수도 있다고 나는 여겨집니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대단히 직접적인 전환의 기미랄까, 그런 조짐까지 나는 느낍니다. 어쩌면 지난번 촛불같은... 그 뇌관(雷管)이 될 수도 있는 말이지요. 참, 동아일보 기자출신이죠?


선대인: (웃음)


달리지는 '조,중,동' 신문 논조


김상수: 며칠 전부터 '조,중,동' 신문 논조가 달라지고 있어요. 근본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이 정권의 수명이 끝나가니까 좀 더 달라지겠지요.(웃음) 반값등록금 문제만 해도 올해 초 민주당이 제기하니까, 한나라당은 물론이지만 '조,중,동'이 나서서 반격을 했지요?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국민이 과잉 복지에 기대 근로의욕이 떨어지는 나라는 결국 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고, 심지어 동아일보의 대기자라는 직함을 가진 이는 '사회주의 망령을 끌어내나'라고 힐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더니 4.27 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이 젊은 층의 표를 의식해 궁여지책으로 반값등록금 문제에 엉거주춤 응하는 식으로 나오자, '조,중,동'도 마지못해 '비싼 등록금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마저 나오는 현실'이다, 라는 식으로 논조가 바뀌고 있어요.


기회주의적 기득권 언론의 폐해


선대인: 기득권 언론들의 말 바꿈이야 어디 하루 이틀도 아니죠. 부동산문제를 다루는 태도에서 가장 잘 알 수 있어요. 부동산광고에 목을 맨 신문들이니 '대세상승'이니 '폭등'이니 하는 단어들을 동원하면서 전국과 수도권에 미분양 물량이 잔뜩 쌓여 있고, 신규 분양 물량과 입주 물량이 대규모로 쏟아질 것이 불 보듯 한데도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선동합니다.

전세가가 뛰자 곧바로 '전세 사느니 집 산다'는 식으로 호가를 실제 거래가인 양 호도하기도 했습니다. 기득권신문이 시민사회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특정 이익집단을 대변한지는 오래지만 이것도 정도 문젭니다. 작년 이맘 때 얘기지만 조선일보의 '부자감세 강만수가 그립다?'는 조선일보 칼럼이 대표적입니다. 정부의 부동산 추가 부양책 발표를 앞두고 작정하고 쓴 이 칼럼은 왜 조선일보가 '부동산 기득권 세력'의 대변지인지를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가계부채를 늘리고 물가가 오르는 것을 방치해서라도 부동산 거품을 지탱하라는 조선일보의 주문을 보자면, 모든 경제정책은 부동산 거품 부양이라는 목표에 종속돼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정말 비열한 기득권 대변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부동산이 무너지면 한국경제가 파탄난다'고 호들갑 떨며 정부의 부동산 추가 부양책을 주문하는 기득권 언론들의 협박처럼 이들 언론들은 기회를 틈타 말과 얼굴이 바뀝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실체는 이익추구집단일 뿐입니다. 이제 대학생들도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출구는 있는가?


김상수: '반값등록금', '반값아파트'의 공약과 '선거 땐 무슨 말을 못하냐'는 큰 괴리감이 있습니다. 정치권력이 거의 '양아치' 수준이란 실토지요. 이런 현실에서 보자면, 우리사회 젊은이들은 현실에 너무 혹사당하고 있습니다. 대학생들만 해도 취직을 위해서 스펙 쌓기니, 학비를 벌기위해서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이 빠듯하지요. 현실로 다급하게 내몰리니 정작 현실의 문제들을 들여다 볼 최소한의 여유도 없고 말에요.


선대인: 현 정부는 미래의 재원까지 당겨와 강바닥을 파헤치는 등 대규모 토건사업에 재정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마구잡이로 시대착오적인 토건사업을 벌인 결과 2009년 이후 410조원의 공공부채가 증가했습니다. 이전 10년간 늘어난 공공부채보다 더 많은 액수로 이 나라를 빚더미에 올려놓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을 '빚쟁이 대통령'으로 부끄러워하기보다는 '경제대통령'이라고 온갖 너스레를 다 떨고 있습니다.

막대하게 늘어난 이 천문학적인 공공부채는 결국 미래세대를 위해 소중하게 쓰일 수 있는 재원을 기득권들의 탐욕을 충족하기 위해 당겨쓰는 겁니다. 이처럼 기득권 세력에 의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젊은 세대가 왜 판판이 당하고 있어야 하는가,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건 없는데 막대한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결정을 왜 소수 기득권층이 하도록 빤히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이 턱까지 바짝 차니까 광화문으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는 암담한 현실입니다.


김상수: 암담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젊은이들이 깨어나고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나는 희망을 느낍니다. 그들 스스로 그들의 출구를 만드는 행위라고 나는 보고 있지요.


선대인: 문제는 청년 세대 입장에서 보자면, 여든 야든 자신들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해결해주는 정치세력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에 문제가 있습니다.


손학규와 박근혜


김상수: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어떻게 보세요?

선대인: 저는 기자 시절 손학규 대표를 만난 인연이 있고,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신사풍의 정치인으로 인간적 호감을 갖게 하는 면모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분의 정치적 좌표를 생각하면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이런 표현을 쓰면 손대표께는 실례겠지만 저는 손대표가 현재 야권연대의 맏형격인 민주당 대표라는 것이 한국 정치의 불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알다시피 손대표는 원래 한나라당 후보였고 현재도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로 꼽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어떤 점에서 크게 차별화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이번 분당을 재보선에서 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 공약을 내놓았는데, 이는 2008년 총선 당시 부동산 거품을 계속 키우는 정책이란 점에서 뉴타운공약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이것을 민주당 대표라는 분이 이를 추진한다는 사실에서 현재 민주당의 한계와 손대표의 한계를 동시에 느낍니다.

저는 한나라당이 정말 제대로 된 보수정당이라면 그런 보수정당의 대표가 되고 야권에 미래 비전과 역량이 뛰어난 수준 높은 주자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손대표가 야권의 대표 주자가 돼 있으니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김상수: 나는 그에게서 비전이나 철학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가 경기도 도지사 때 '영어마을 만들기' 식을 하는 걸 보고... 과연 국가라는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란 뭔지, 과연 국가비전은 있는지? 여전히 그는 지금도 준비가 너무 부족하단 느낌이 듭니다. 자기정리나 정비가 덜 됐다고 보여요. 여론조사를 하면 항상 1위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어떤 인상입니까?


선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그리는 영남 지역이나 노년층 등 '묻지마 지지층' 등에 더해 박근혜 전 대표가 나름대로 '원칙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 현재 높은 지지율의 근원이라고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한 것도 일정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양극화와 부동산 거품, 저출산 고령화 충격 등 한국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과제가 매우 중차대한데 이를 극복할 비전과 문제해결역량을 공개적으로 입증하지는 못했습니다. 최근 복지 논쟁과 관련해서도 '생애 맞춤형 복지' 등의 구상은 내놓았지만 구체적 내용은 아직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예일 것입니다. 그런 비전과 역량을 입증하지 못한 채 집권하게 된다면 여야를 떠나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고요.


김상수: 임제(臨濟) 의현(義玄)(달마선사의 후대제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참다운 법이나 길을 터득하려면 안에서나 밖에서나 마주치는 대로 죽이라고 했습니다. 누굴 죽이냐?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蓬佛殺佛),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일 것이며(蓬祖殺祖), 나한을 만나면 나한을 죽이고(蓬羅漢殺羅漢),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여야(蓬父母殺父母) 비로소 자유자재할 것이라고 했지요. 이 말은 불상(佛像)을 깨트리고, 부모의 목숨을 끊으라는 말이 아니지요. 공부를 하고 또 더하여 부처님 보다, 아버지보다, 더 높은 경지에 이르고, 더 뛰어난 위치에 다다르라는 가르침입니다. 박근혜 의원이 진정으로 나라를 이끌겠다면 아버지 박정희의 학정(虐政)과 실정(失政)을 정면에서 직시하는 건 그 기본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경륜까지 넘어서는 혜안과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가, 그리고 아버지로 인한 과거의 화(禍)에 대해서 통절한 참회와 대국민 사과를 할 수 있는가, 이 문제가 앞으로 선거 때까지 남은 박 의원 시간의 닥친 현실입니다.


선대인: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야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만, 이미 대한민국의 진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서 아버지가 아닌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국사회에 남긴 부정적 유산들을 극복할 수 있어야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비슷한 과제는 지금의 야권에도 있다고 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한국사회는 민주주의와 인권, 대북정책 등에서는 큰 진전을 이뤄냈습니다.

반면 정치권의 공허한 레토릭으로 전락해 말뜻이 왜곡되긴 했습니다만, 부동산 거품과 가계 부채, 양극화, 비정규직 문제, 사교육비와 비싼 대학등록금,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 민생경제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에도 크게 퇴보했습니다. 물론 제가 '민주화 이후 사상 최악의 불량정부'라고 부르는 이명박 정부는 이 두 측면 모두를 빠른 속도로 퇴행시키거나 악화시킨 것은 불문가지이고요. 현재 야권에는 민주주의와 인권, 대북정책을 본궤도로 올리고 민생경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야 하는 두 과제가 있습니다. 저는 현재 야권이 집권할 경우 전자의 문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고, 더욱 심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후자의 문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지금도 야권에서는 야권연대에 막대한 에너지를 쏟고 있고 이를 통해 이명박 정부 심판을 위한 '정권이동'을 달성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어쨌든 크게 보면 이 또한 정치공학적 차원의 논의에 가깝습니다. 진정으로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민생경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느냐를 생각해 보면 답답한 마음입니다. 한국 사회의 현실을 생각할 때 '정권이동'뿐만 아니라 정책 역량의 '차원이동' 또한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김상수: 결국은 정권의 내용을 교체해야 하겠지요.


선대인: 그렇습니다. 어떻게 정권을 잡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끝나지 않고, 정권을 잡은 뒤 어떤 일을 할 것인가, 그 내용에 대한 고민이 절실합니다.


전국 국공립대학은 등록금을 무상으로


김상수: 대학생들 반값등록금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선대인: 지금 여러 가지 얘기가 한나라당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마는 너무 설익었고 피상적입니다. 한국의 대학 등록금이 지금처럼 '미친 등록금'이 된 데는 국내의 국공립대학 인프라가 취약한 가운데 주요 사립대들을 중심으로 학벌 서열구조에 안주해 등록금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사립대 비중이 78%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거의 대다수 OECD국가들은 국공립대학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구조인데 한국은 정반대입니다. 사립대 중심의 대학구조를 가진 것으로 오해되는 미국의 국공립대 비중도 67%에 이를 정도거든요.

이처럼 취약한 국공립대 인프라는 OECD국가들 가운데 GDP 대비 고등교육 재정지출 비중이 두 번째로 낮은 현실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따라서 대학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공립대학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교육재정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이렇게 대폭 확충된 국공립대의 등록금을 무상으로 하고 동시에 양질의 교수 확충 등을 통해 교육 서비스의 질을 높여 가야죠. 그렇게 하여 비용(등록금) 대비 편익(교육 서비스의 질) 측면에서 지방 국공립대가 좋아진다면 점진적으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국공립대로 몰리게 되고, 사립대의 위상은 약해질 거라고 봅니다. 한 두 해에는 몰라도 5~10년에 걸쳐 이런 식으로 꾸준히 지원을 하면 대학서열 구조와 경쟁 구도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이렇게 되면 사립대가 마구잡이로 등록금을 올리는 일은 점차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되겠죠.

즉, 국공립대 인프라 확충 및 질적 개선이라는 정부의 역할을 제대로 하면 국공립대가 '가격(등록금) 안정화 장치'로서 기능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물론 고교 졸업자들이 대학 가지 않아도 당당히 대우받고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과 부패사학 및 부실사학 들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긴 합니다. 또 사립대의 경우 각 사립대의 장학금 지원비율과 매칭해 정부가 장학금 지원 중심으로 예산을 차등적으로 지원하면 사립대 등록금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 수도권의 주요 사립대들이 수천억원대의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장학금 혜택은 늘리지 않고 '제2캠퍼스'니 '제3캠퍼스'니 하면서 부동산 투기와 건물 짓기에 몰두하는 현실도 법적, 제도적으로 견제해야 하겠지요.


지역학을 일으키는 국공립대학으로


김상수: 국공립대학 등록금이 무상이 되면 젊은이들이 서울에 있는 비싼 사립대학보다는 지방에 있는 국공립대학으로 갈 것이고 자연히 지방의 국공립대학은 보다 내실화될 수 있습니다. 왜? 우수한 학생들을 받아들인다면 강의하는 교수들도 긴장하고요. 그리고 국공립 지방대학들은 대학이 소재한 지역의 <지역학>을 해당 지역의 국공립대학에서 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나는 계속 얘기합니다. [김상수 칼럼] 지역학의 네트워크 구축과 실천을 제안하며 - 살아있는 지역학으로100개의 학(學)을 일으켜라.여기서 내가 말하는 지역학이란? 지역사회가 처한 인문, 지리, 역사, 환경, 교육, 산업 등의 제반 사실들을 지역 소재 지역 국공립대학교에서 학(學)으로 커리큘럼화 하는 제도를 말해요.

곧 지역학은 지역 주민의 삶을 구체적으로 개선시키는 것에 관여하게 됩니다. 지역의 사람, 자연, 문화를 주제로 연구하고 실천적인 프로그램을 안출하고 산학협동의 실제적인 실천을 의식합니다. 국가 균형발전은 지역의 조건과 특성을 고려, 중앙과 지자체간 협력을 통하여 이루어 질수 있듯이, 지역의 판단과 지역의 역량을 키우는 지역학이 절실하고 그걸 국공립대학에서 해야 한다는 거지요.

여기에는 치밀하게 지역을 파악하는 학문이 요청됩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지역문제 화두는 여하히 삶의 주체적 역량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각 지역이 배양할 것인가가 근본입니다. 삶의 역량이란 곧 문화적 삶을 일구어내는 주민주체의 지역 만들기와 상관합니다. 전국의 대학이 특성과 개성 없이 종합대학화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속은 없어요. 인구 국토 면적 단위당 세계에서 가장 많은 대학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그러나 빈껍데기 대학들, 이런 대학들에 BK등 여러 명목으로 교육부는 국민의 돈을 막 함부로 집어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많은 대학들은 전문적 기술이나 실질적 학문보다는 서울의 일부 대학 형태를 획일적으로 모방하는 커리큘럼으로 채워져 있고요.
지역학을 일으켜 그 지역을 제대로 공부한 젊은이들이 해당 지역의 공무원으로 취직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단계 돈 지르기 입시경쟁구조'를 타파해야


선대인: 정책을 잘 디자인하면 대학등록금 부담을 줄일 뿐만 아니라 대학교육의 질 향상과 지식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지역균형발전, 활발한 일자리 창출 등 1석4조 이상의 효과를 만들 수 있다고 보는 제 생각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열악학 교육재정 측면에서도 고교 의무교육 실시뿐만 아니라 국공립대를 중심으로 등록금 무상화를 추진하는 등 교육재정을 대폭 늘릴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세대간 혜택의 측면에서도 우리들의 미래인 젊은이들에게 투자할 필요가 크다고 판단합니다. 사실 현재의 낡은 경제 패러다임과 불공정한 게임규칙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욱 고통받는 세대는 젊은 세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거액의 교육비를 들여 자신을 갈고 닦은 젊은이들에게 낡은 기득권 세력은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합니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와 정치와 정책실패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없고 젊은이들만 눈이 높다고 윽박지릅니다. 오른 집값에 결혼도 하기 힘든데 대졸 초임까지 깎고, 일자리 만든다며 젊은 세대가 나중에 쓸 돈을 끌어와 각종 단기 '알바' 자리를 양산하고서는 생색을 내는 지경입니다.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30대는 대부분 치솟는 집값을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개발연대의 획일적 사고방식에 갇혀 제대로 창의성을 발휘하기도, 자기계발시간도 없이 세계 최장시간의 과로에 시달려야 하는 현실이 우리사회 젊은이들 현실입니다. 향후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젊은 세대들이 노후세대를 부양할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데, 이명박 정부는 대규모 토건사업에 세금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이 토건사업에 들어가는 돈은 사실상 지금의 청년세대와 미래세대의 호주머니를 털어 나온 돈입니다. 이런 돈을 4대강 강바닥에 자연을 훼손해가며 퍼붓지 말고 우리 젊은이들의 말랑말랑한 두뇌에 투자하자는 것입니다.


김상수: 대학교육뿐만 아니라 교육 전반에 혁파(革罷)가 요청됩니다.


선대인: 지금 한국의 교육 현실은 '다단계 돈 지르기 입시경쟁구조'입니다. '승자독식구조'는 사회의 악입니다. 따라서 이런 교육현실은 제대로의 교육일 수 없습니다. 학교 공교육은 계속 위기를 겪고 있지만 외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자율형 사립고, 국제고 등으로 뻗칩니다. 결국 사교육 시장만 급팽창시켰습니다. '판돈 올리기 사교육 게임'이 됐습니다. 경제 전체적으로는 비효율과 낭비입니다. 일반 가정의 가계도 휘청거립니다.


김상수: 공교육을 강화해야 하겠지요. 물론 경쟁우선체제인 사회구조도 동시에 바꿔나가야 하겠지만요.


선대인: 공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대부분의 선진국들처럼 공립학교를 더 늘리는 것이 기본이고 이를 위해서는 조세정의와 집행의 투명성을 사회가 이루어내야 합니다.


인문서로의 책 '세금혁명'


김상수: 책 '세금혁명'은 우리나라의 조세재정을 분석하면서 아울러 조세제도 개혁을 제시하는 '인문서'로 나는 읽었어요. 여기서 내가 말하는 '인문서'란 의미는 단순한 저널리즘적인 차원을 뛰어넘고 있단 얘깁니다. 국가재정의 흐름을 꿰뚫어보는 과거, 현재, 미래를 간단하게 통찰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선대인: 과찬이십니다. 저는 이 책에서 특권층 무임승차자들(free-riders)의 정체와 행태를 고발하고자 했습니다. 세금이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국가로부터 제공받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사용료이자 공동체를 위해 쓰는 공공자금이거든요. 따라서 성실하고 정직하게 세금을 내면 국가의 떳떳한 납세자로서 상응하는 권리를 누릴 수 있고 누려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이것이 '반칙의 제왕'들인 이 땅의 사회경제적 강자들이 호의호식하는 방향으로 걷히고 쓰이는 것을 고발하고자 쓴 것입니다.


경세제민의 원리로 경제학


김상수: 내가 '세금혁명'이 '인문서'라고 하는 이유에는 세계적인 흐름에서도 국가재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에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한 국가사회의 소득 재분배문제는 인본(人本)의 문젭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의 인본을 들여다보는 책으로 '세금혁명'이란 책이 '인문서'라고 보는 거지요. 요즘 보편적복지니 뭐니 많은 얘기들을 합니다마는, 나는 보편적복지라는 표현도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여깁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90년대부터 '기본소득'이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복지국가의 운영이 쉽지 않단 거지요. 복지국가의 흔들림이란 위기의 전조(前兆)를 말합니다.

현재 유럽 등 세계경제공황 속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천문학적인 거액의 부채로 파산할 가능성이 다가왔어요. 그리스, 포르투갈 등등, 조세국가의 전반적인 위기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이란 복지국가론과는 논리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관계가 없습니다. 기본소득이란 곧 '사회신용론(Social Credit)'입니다. 사회신용론이란 노동자가 받는 급여와 기업회계에서 생산과 시장의 균형을 뜻합니다. 이는 생산과 노동의 균형이지요. 기업은 생산만 넘치고 노동자는 소득부족에 헐떡입니다. 사회신용론이란 잘못 설계된 자본주의에 의한 노동의 착취나 억압에 대해서 구조적 결함을 분석하는 사람들의 노력입니다. 이것이 바로 노동하는 사람의 기본권이란 얘깁니다. 그런데 갑자기 유럽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축소복지를 말한다? 아니지요. 노동의 사회화, 신용의 사회화, 국가의 국민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일정배당, 그리고 생산물건에 대한 정당한 가격이 요체입니다. 전체국민을 다 실업자 만들고 국가가 존재할 수 없지요?

다시 말해서 보편복지란 '기본권'이지 보편복지라는 말로 얼버무릴게 아니란 얘깁니다.
오늘 기계나 부품을 만드는 생산 현장은 이미 기계가 주역이며 인간은 하찮은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서비스산업에서 보듯이 하찮은 일에 어울리는 임금밖에 받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여 자동화가 방대한 상품을 생산하는 한편에서 노동자의 임금급여는 계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생산과 소비를 균형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고용 이외의 형태로 사람들의 소득을 보전해줄 필요가 생깁니다.

이게 노동의 권리이자 사람으로의 기본소득, 즉 '경제적기본권'입니다. 이것은 인간으로의 한 사회에서 배당권을 뜻하고 기본소득을 의미합니다. 소득이라는 문제에 대한 진보적인 시야와 큰 시야에서의 경제학적 시각이 요청됩니다. 생산 현장에 기초하되, 더불어 같이 사는 사람들의 일정 소득을 분배하는 차원에서 비로소 경제학이나 경제정책도 펼쳐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곧 경세제민(經世濟民)을 나는 말합니다. 이는 다시 말해서 '기본소득'이란 보편적복지나 복지국가론과 무관한 것입니다. 이 문제는 유럽이나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아주 긴박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선대인: 제가 충분히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철학적 측면의 말씀이신데요(웃음) 더하여 저는 계속해서 소득재분배 기능을 하게 하는 재정적 기반이 중요한 것이라고 거듭 말씀드립니다. 우리사회에서 '진보개혁세력'이라는 분들이 복지 확대, 공공성 강화를 아무리 외친다고해서 바로 현실이 될 수는 없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나라살림살이의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고 이를 국민경제의 활력을 북돋우면서도 국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써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국정전반의 운영을 책임지겠다는 정치적 세력이라면, 국가재정에 대한 종합적 인식과 세부운영 전략을 미리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세입에서는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고 세출에서는 탈토건 친생활을 중심으로 재정지출을 전환하는 의지와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처럼 나라 살림살이가 특권층 무임승차자들을 배불리는 것이 아닌 대다수 국민들을 위해 제대로 쓰일 때 실질적 민주주의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장차 '세금혁명당'의 진로는?


김상수: '세금혁명' 책의 미덕은 종전의 시민사회 운동이 펼쳤던 예산감시운동 등의 차원을 넘어서는, 국가재정의 총체적 시야를 담보한다는 입장에 있다고 봤습니다. 더 나아가 세계의 글로벌화가 가져온 황폐한 현실을 실사구시의 차원에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책 출간을 계기로 '세금혁명당'이 인터넷상에서 조직되고 오프라인에서도 활발하게 운동을 펼쳐나갈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떻게? 정당을 만들거나 정치세력화까지 염두에 두고 있나요?


선대인: 그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러나 정당이나 정치결사체는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풀뿌리 시민들이 정치압력단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김상수: 그러나 풀뿌리도 체계와 연계와 연대가 필요한 세력이어야 하니까 정치적이지요.


선대인: 그렇습니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는 정당이나 정치결사체를 조직하거나 기존의 특정 정파와 연계할 생각은 없습니다. 부동산 거품과 가계 부채 문제를 거의 해소하지 못하고 우리 젊은이들을 '6무세대' '88만원세대'로 전락시킨 상태에서 곧 다가올 저출산 고령화라는 엄청난 경제적 쓰나미에 대한 준비도 거의 돼있지 못합니다. 이 같은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나라 살림살이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세금혁명당은 특정 정파나 정당에 매몰되기보다는 정치권 전체 전반에 나라 살림살이의 근본틀을 바꾸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통로로 삼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는 앞서 말했듯이 '정책역량의 차원이동'이 절실하다고 말씀드렸던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정책은 예산으로 뒷받침되는 것이고, 나라 살림살이의 틀을 바꾼다는 것은 정책의 틀을 바꾼다는 것과 필연적으로 연계돼 있기 때문이죠.


김상수: 7월 7일 7신가요? '세금혁명당' 발족식이?


선대인: 그렇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물방울이 모여 강물이 되고 바다를 이룹니다. 또 빗방울이 떨어져 바위를 뚫지 않습니까? 세금혁명당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모아 한국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일구는 원동력이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