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인권, 생명공동체로의 광주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11-08-02 07:36     조회 : 8525    

민주주의, 인권, 생명공동체로의 광주 
‘국립광주아시아문화전당’ 건립사업을 살펴본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10802110812§ion=04

2004년 3월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 소속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를 발족시켜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광주아시아문화중심도시사업’은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서 예산축소 논란을 겪기도 했고, 광주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요구하는 5.18 랜드마크 문제 및 옛 전남도청 보존문제 등의 갈등으로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원래 일정에서 크게 차질을 빚었다. 특히 사업 중에서 역점사업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사업은 애초보다 2년 지연된 2014년 개관예정이다. 아시아문화전당 건립사업은 국비 7,040억 원(대지, 건물보상비 등 보상비 2,524억원 포함)이 투입되고 있는 막대한 규모의 사업이다. 2011년 8월 현재 공정률 27%인 ‘문화전당’ 건립사업 현장을 둘러보면서 광주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전망, 이념, 가치를 질문한다.<필자>


독일과 일본의 역사기억 방식, 그 극명한 대조에서 


2년 전 베를린에 체재하고 있을 때다. 독일연방공화국의 수도 베를린시내  한 복판 베를린 장벽이 쳐져있던 곳에 ‘공포의 지형’(Topography of Terror)이라 명명한 야외 전시관 겸 박물관을 조성하고 있는 장소를 가 본적이 있다. 1933년부터 1945년까지 히틀러의 비밀경찰 게슈타포와 친위대 SS 사령부가 있었던 그 곳의 건물은 1945년 연합군의 폭격에 의해 대부분 파괴되고 폐허의 잔재는 전쟁 후 철거됐다. 1989년 동서독 통일이후 많은 정치범을 고문하고 처형했던 게슈타포 본부의 지하실이 발견되면서 독일정부는 나치 치하에서 인간을 고문하고 억압한 역사를 자세히 증언하고 기록하는 영구적인 박물관 조성사업을 1992년부터 시작, 작년 2010년 5월 7일 1차로 문을 열었다.

독도문제, 과거사문제 등으로 툭하면 시비를 거는 이웃 일본과 비교하자면 독일은 자신들이 범한 과거 히틀러 시대에 있었던 과오에 대해서 분명히 인정하고 인식하면서 어두웠고 잔인했던 과거역사를 숨기고 감추려하지 않고, 제대로 드러내어 후손들에게 그리고 오늘을 살고 있는 인류에게, 그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시사하고 있다. 이처럼 오늘 독일인들은 그들 자신들의 수도 한복판에서 그들이 과거에 저질렀던 만행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그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그 사실을 주지시키므로 자신들 스스로를 단죄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 본토와 중국 만주 등에서 세균과 독극물 인체실험을 벌인 관동군 731부대를 지휘한 일본 육군군의학교 방역연구실과 도쿄의대 연구실이 있던 도쿄 한복판 인근 장소에 초현대식 빌딩으로 ‘신국립현대미술관’을 지어 731부대의 인간 생체실험 희생자의 인체표본 등이 묻혀 있는 사실을 은폐하고 있음은 너무나 극명한 대조와 비교가 된다. 


“미래를 능동적으로 형성해 나간다는 것”


결국 독일과 일본이 과거사를 대하는 이 뚜렷하게 대조되는 태도에서 볼 수 있듯이, 역사에 있어서 과거, 현재, 미래를 사실에 입각하여 ‘의미체계화’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가?
동시에 과거 사실을 통해 “미래를 능동적으로 형성해 나간다는 것”은 또 무엇일 수 있을까?


세계사적인 문맥 속에서 5. 18


이런 물음에서 지난 7월 6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단장 이병훈)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5·18보존건물인 도청별관 일부를 리모델링하여 건립되는 ‘민주인권평화기념관’의 운영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개최한 첫 번째 포럼에서 첫 발제를 맡은 김상봉 교수(전남대 철학과)의 주장은 타당하다. 발제문 끝부분을 여기에 그대로 옮겨보자. 

“5·18이 역사책 속의 박제화된 기록으로 남지 않고 끊임없이 역사를 이끄는 생명으로 살아있게 하려면, 이제 더 늦기 전에 남들이 5·18을 당사자와 함께 서로 주체로서 기념하게 해야 한다. 당사자와 국외자가, 광주와 전남이, 호남과 영남이, 그리고 지방과 서울이 5·18을 그렇게 같이 기억할 때, 그 같이 기억함(commemorare) 속에서만 5·18은 온전히 기념되고, 그 속에서 영속적인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로 사건 자체가 타자성의 문맥 속에서 해석되고 이해되어야 한다. 즉 5·18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멀리 동학농민전쟁에서 시작해 구한말의 의병전쟁, 일제하의 3·1운동과 광주학생운동, 그리고 해방 후의 여순사건과 빨치산 투쟁과 4·19, 그리고 부마항쟁의 역사를 잇는 사건으로 기억되고 기념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간적인 면에서도 광주라는 지역에 국한된 사건이 아니라 직접 간접으로 전국적이고 세계사적인 문맥 속에서 일어나고 진행된 사건이었다는 것이 강조되어야 한다. 이런 개방적인 사실인식에 바탕하여 (또는 바탕해서만) 5·18은 좁은 의미의 당사자가 아니라도 모두가 자기 자신의 역사로서 기념할 수 있는 사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5·18이 한국의 (또는 아시아의, 세계의) 민중항쟁사의 문맥 속에서 개방적으로 해석되고 이해된다 하더라도 이것이 곧바로 공동의 기념행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 아닌 사람들이 더불어 5·18을 적극적으로 기념하는 일에 참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둘째로 당사자들이 그들을 객체가 아니라 주체로서 초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5월 기념행사의 전부 또는 그것이 어렵다면 일부의 기획을 당사자 아닌 외부인들에게 맡기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이 있을 때, 5·18을 기념하는 것이 “기억의 권력화”를 낳는다는 비판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근거


이런 주장은 5.18 광주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노력이 광주시민들만의, 그리고 한국인들만의 기억의 공동체로 전승한다는 한계와 차원을 뛰어넘어, 5.18 경험이 하나의 세계시민공동체로의 역사적 경험으로 진전시켜야만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책무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5.18광주는 아시아 민주화의 성지로서 식민지의 아픔을 겪은 아시아 각국의 시민들과 민주. 인권. 평화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아시아 문화의 소통과 교류를 위한 적절한 공간으로의 광주를 아시아 각국은 인식하고 있다. 이런 입장에서 5.18은 인류 공통의 기억과 경험으로 광주와 한국과 아시아를 정면에서 통괄적으로 새롭게 대면하게 된다. 여기에 아시아 문화가 창조 교류 순환되는 ‘세계를 향한 아시아문화의 창’으로의 역할로 도시 광주의 면모를 일신하게 되는 것이며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근거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나는 지난주에 문화전당 건설현장인 광주시를 다녀왔고, 서울 용산 국립박물관 사무동내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단장실에서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단장과 대화를 나눈바 있다. 


아시아문화 ‘중심’ 도시라는 표현은 과연 적절한가?


김상수: 노무현 정부 때 '동북아 중심 국가' 라는 대통령 직속위원회의 명칭이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이 스스로를 '중심 국가'라고 지칭하는 데 대해 중국이 기분이 나쁘다는 인상을 받았고, 뒤늦게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동북아 중심 국가'라는 표현은 삭제하고, 그 대신 '동북아 경제 중심'이라는 표현을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한국을 동북아의 중심 국가로 만들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 공약 사업을 담당할 기구의 명칭이 '동북아 경제 중심 추진위원회'로 바뀐 것이지요. 그런데 정작 문제는 명칭이 아닙니다. 한국이 과연 동북아의 '중심 국가' 또는 '경제 중심'이 될 수 있는가, 이게 문제지요. ‘중심’은 중국의 국호에서 보듯이 자기네 나라가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대국주의적인 사고가 밑둥에 있었지만, 근대화에 실패하고 국가적 수모를 겪으면서 중국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국가의 공식적인 언표나 수사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더구나 실력이 있다고 해도 외교의 측면에서는 항상 조심해야 하지요. 처음에 ‘중심국가’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나는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인가요? 그걸 들이민 데가? 오랫동안 강요된 주변부 신세로부터 ‘중심국가’가 되고 싶은 심정이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국가나 정부의 공식 언표로는 한없이 미숙하고 오해의 여지가 많은 표현이었습니다. 일본정부가 ‘중심’이라는 표현을 썼다면, 과거 그들이 썼던 ‘대동아공영권’의 패권적인 발상이라고 바로 비판을 받았겠지요. 이후 한국정부는 ‘중심’이란 단어를 지우고 ‘허브’ 등의 표현을 썼습니다마는 ‘허브’라는 표현도 ‘허브’를 뛰어넘는 내실이 있을 때 그나마 ‘허브’일 수 있지요. 


이병훈: ‘아시아문화’중심‘도시’라는 표현에서 ‘중심’의 개념과 의미를 잘 설명해야하겠군요. 이 사업의 명칭에서 얘기하는 ‘중심’은 패권적 의미의 집중이 아닌, 소통과 교류의 터미널을 의미합니다. 문화흐름을 중개한다는 ‘허브’의 의미입니다. 이는 어느 특정한 지역성에 초점을 맞추고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삶의 질 향상과 아시아공동체 형성을 위해 아시아의 문화중개를 위한 서비스 기능을 수행하겠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란 아시아인의 아시아문화와 자원이 상호 교류되는 문화허브 도시이며 동시에 아시아 전승지식의 연구 및 응용을 통해 아시아 각국과의 동반 성장의 견인차가 되는 도시를 뜻합니다. 이해를 구하는 설명이 되고 말았는데요. 


김상수: 차제에 명칭을 공식적으로 새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요.


이병훈: 일정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시에 명문화 된 것이니까요. 중요한 건, 이 사업이 국내적으로는 정치, 경제, 문화자원의 수도권 집중에 따른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균형발전사업이자 문화를 통한 국가균형발전의 실현입니다.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난개발된 도시를 문화를 통해 혁신함으로써 미래형 도시모델 발전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문화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교류와 소통이 도시발전의 중심원리가 됩니다, 문화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문화가 중심이 되는 도시입니다. 그리고 아시아문화가치를 중심에 놓는 곳이란 뜻에서의 ‘중심’입니다. 그리고 아시아권 대부분 국가들이 피지배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와 인권도시로서 광주의 상징성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 중요한 가치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중심은 문화입니다. 문화의 창조와 교류, 순환 과정을 통해 아시아의 다양한 자원들이 시민의 삶과 도시환경 및 조성에 문화적인 가치를 부여하게 됨을 의미합니다. 

정권의 성격에 따라 바뀔 수 없는 사업

김상수: 이 사업은 2023년까지 광주를 문화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국책사업인데요,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됐고, 지금은 정권이 바뀌고 3년차를 넘어선 정권에서 실행중입니다. 사업은 또 몇 차례 정권이 바뀌는 기운데 진행돼야 하고요. 노무현 정권 말기였던 2007년 7월에 추진단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정권이 바뀌어도 사업의 지속성에 큰 문제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까요?


이병훈: 문화사업은 지속성이 생명입니다. 정치적 간섭은 바로 사업을 망칩니다. 문화사업의 정치적 중립, 당연하지만 지키기도 어려운 말입니다. 문화사업이 정치적 판단만으로 흔들리고, 정치적 상황에 따라 예산이 표류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화사업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비전을 갖고 가야만 합니다. 여기서 정치적 중립성은 굉장히 중요한 변수임에 틀림없습니다.


김상수: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예산과다 문제로 사업축소시비가 있었지요?


이병훈: 새정부가 들어섰을 때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이 규모가 너무 크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사업의 지속성과 타당성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습니다. 정부는 이 사업에 애정을 가져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이미 낳은 자식이라고도 했고요. 잘 키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정부는 이 문화도시의 조성을 통해서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나마 유인촌 장관이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이 크고 아시아문화전당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습니다.


김상수: 유인촌 장관이요?


이병훈: 사실입니다. 유 장관의 그런 높은 이해도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겁니다.


김상수: 장관이 새로 바뀌고 몇 달이 지났어요.


이병훈: 예. 새로 부임하신 정병국 장관도 균형감각을 지니고 계십니다. 지난번 국회 문화체육관광통신위의 인사청문회에서 “김대중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10명의 문화부 장관 중 업무성과가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의원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당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국민의 정부 당시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업무성과가 가장 뛰어난 장관으로 꼽았습니다. 박지원 대표께서 장관 당시에 획기적으로 변화를 이뤄 현재 우리나라 문화 예산이 전체 예산의 1%를 상회해서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하시는 걸 보면서, 아 저분이 장관으로 오시니 광주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흔들리지 않겠구나, 다행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상수: 국가예산의 규모에 비추어 문화예산 1%는 한심한 경우입니다.


이병훈: 그러나 그 이전엔 그 수치에도 미치지 못했으니까요. 
 

광주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2023년까지 총 5조3000억 원 투입


김상수: 엄청난 돈이 투입됩니다. 투자대비 과연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이병훈: 국고 지원은 2조8000억 원, 지방비가 8000억 원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조8000억 원은 소요액입니다. 그 범위 안에서 쓰라는 뜻은 아니고요. 매년 예산을 짜서 국회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변수가 있습니다. 국고 지원의 경우 확정 예산이라고 보기는 곤란합니다. 민간 투자유치가 1조 5000억 원 예상합니다.


김상수: 민간투자라고 하지만, 민간이 무슨 돈이 있습니까? 재벌투자겠지요. 서울에 있는 예술의 전당 등, 수많은 예술기구들이 경영정상화 운운하면서 민간 투자라는 이름으로 재벌들에게 공공시설을 장사하는 장소로 끌어들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공적인 공간이 장사치 공간으로 점유되고 있단 말입니다. 소위 얘기들 하는, 선진국이라는 국가들은 공공예술장소에 서비스료나 부대시설 사용료가 일반영업 장소보다 그렇게 비싸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시민들의 예술수용장소가 일반 영업장소보다 더 비쌉니다. 커피 한잔이 고급호텔 값입니다. 국가가 왜? 존재합니까? 세금은 왜? 거두어들이고, 공공서비스 개념이 실제적으로 널리 확충되어야 합니다. 민간투자? 저는 경계해야 한다고 봐요.


이병훈: 전체를 살피면서 하나하나 따져나가면서 변화를 일으켜야 할 겁니다. 
 

김상수: 제 생각엔 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가 시설은 규모를 작게 하고 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운영기금을 확보하는 게 먼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에요. 대규모의 시설은 전근대적이지요. 1972년 건설이 시작돼 77년에 완공된 프랑스 국립 조르주 퐁피두 예술문화센터(Centre National d'Art et Culture Georges-Pompdou)도 건축예산은 우리 돈으로 1500억 원이었는데, 그동안 돈의 가치가 아무리 떨어졌다 해도 아시아문화전당 건축비만 7040억 원은 너무 과다투입이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 보상비를 빼도 실재 건축비만 3500억 원이 넘습니다.


이병훈: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전시나 공연공간만은 아니에요. 세계최초의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여러 개 공연장과 전시장을 같은 부지에 들여놓는다는 의미에서의 복합이 아닙니다. 차원이 전혀 다릅니다. 약 12만8000㎡(약 3만9000평) 부지에 건립되는 이 전당에는 5개 공연장과 3개 전시관이 들어섭니다. 또 문화전당은 민주평화교류원, 아시아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아시아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 등, 5개원으로 구성됩니다. 또 시설보다 기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연구인력을 투입해 아시아의 문화 콘텐트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위한 공간이 됩니다. 문화중심 도시의 첫 번째 과제인 문화전당 건립은 문화 교류의 중심이자 문화중심도시의 핵심 거점시설로, 아시아 문화의 창조적 에너지를 광주에서 시작해, 전국, 아시아로 공급하는 문화발전소로서 7개 문화권과 문화터, 문화방 등을 잇는 문화시설 네트워크를 통해 창조적인 아시아문화의 에너지를 도시 전체로 확산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여전히 왜? 하필 광주에?


김상수: 왜? 하필 광주에 그런 시설을 만드느냐는 시각도 여전히 있습니다. 계속해서 설명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이병훈: 그렇습니다. 말씀처럼 왜?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하필이면 광주인가? 이 질문에 계속해서 확연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광주뿐만 아니라, 한국의 도시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성장의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하여 답을 찾아나가야 하는 과제입니다. 하지만 선험모델이 없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책 문화 프로젝트이자 미래형 도시 만들기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그 개념과 지향점, 의미 등에 대해 다양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의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그것은 많은 도시 중에 왜? 광주를 문화중심도시로 조성하게 되었는가? 그리고 왜 아시아이며 또 문화중심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대화의 처음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좀 더 얘기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먼저, 왜 광주인가에 대한 의문입니다. 광주는 분단 이후 근대화의 전 과정에서 한국의 역사적 지향들을 견인한 거점이자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소위 근대화 100년 사이에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평화의 가치를 지켜내는 거점이자 동력으로 작동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광주는 식민지, 반독재 등 아시아의 근대화의 전 과정을 겪어왔고, 이것을 극복해낸 저력과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한국의 근대화와 민주주의 정신의 내면을 채워내는 자산이 되어야 할 뿐 아니라, 세계의 보편적 가치로 공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광주는 바로 이러한 가치를 구현하는 장소로서 적합한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의 광주는, 우리나라 근대화 과정에서 드러났던 난개발이나 환경파괴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권탄압과 군사적 억압, 농촌해체와 무분별한 도시집중, 소외의 문제 등을 중첩적으로 겪어온 곳입니다. 이는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말레시아, 인도네시아, 몽골뿐만 아니라, 거대한 건설 붐이 일어난 중국 등, 근대화 과정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아시아 전반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문제입니다. 다시 말해 광주는 아시아 근대화의 전반에 대한 반성적인 한 틀로써, 아시아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를 극복하고, 대안을 만들어 내는 사례를 창출하는 공간일 수 있습니다.
즉 광주는 모두가 동의하는 아시아 민주화의 한 발아점이며 인권, 평화 등, 근대적 가치들로 정체성을 이어온 도시로서 아시아 문화의 새로운 소통과 교류를 위한 장을 만들기에 적절한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상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현장인 광주의 조건은 그리 좋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요. 각종 경제지표에서는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최하위권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뒤집어서, 역설적으로, 문화가 중심인 문화도시로 새로 태어나야 하는 당위가 되기도 하겠지요.


이병훈: 바로 그 점입니다. 그리고 광주에는 유구하게 흘러온 남도 전통문화가 지닌 고감도의 문화적 감수성과 장인적 문화생산 방식은 탈대량 생산시대의 뛰어난 적응력 및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미래형 문화경제도시로서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봅니다. 소리, 색채, 형태 등에 대한 토착적인 지식, 감각, 인지구조가 비교적 잘 남아있고, 현대사회에서도 이것들을 응용하는 예술적 경향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라 고 할 수 있습니다.
향후 서구적 예술 인지와 차별성을 갖는 문화콘텐츠 개발방식에서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김상수: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광주광역시라는 특정지역에 주는 특혜라는 시비와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과 설명이 계속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이병훈: 예. 조성사업의 취지를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성사업은 아시아 문화를 중심으로 세계와 공존하려는 국가적, 범아시적 차원의 사업입니다. 지역사업이라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는 취지를 소극적으로 이해하는 측면입니다. 지역사업이라면 굳이 국립의 국책사업이라 할 수 없지요. 따라서 광주를 기반으로 하되, 부산이나 경주, 전주, 부천, 안동 등 문화도시를 추구하는 우리나라 및 아시아 각국의 문화 주체들 간에 긴밀한 네트워크가 형성될 때, 효과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함을 조성기반의 사업내용으로 이미 적시하였습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아시아 문화자원을 매개로 다른 도시들이 더욱 문화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인적 물적 네트워크와 정보를 제공하면서 국내 다른 도시와 상생적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김상수: 또 한 번 더 묻습니다. 왜? 문화도시의 대상이 아시아인가? 입니다.


이병훈: 또 부연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웃음) 무엇보다 명확하게 해야 할 점은, 이 사업에서 지칭하는 아시아는 지리적, 국가적인 단일 범주를 넘어선 개념입니다. 아시아의 문화적 정체성은 다양성에 있으며, 아시아는 유럽사회의 다양성보다 훨씬 차별화되고 분명한 자기 문화적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문화 속에는 다양한 문화적 양식들만큼이나 다양한 문화적 특성과 토착적인 지식이 내재되어 있으나, 아직 제대로 자원으로 활용된 바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아시아의 정체성이 집결된 공간의 구성이 필요하며 이러한 공간이 구성되면 여기서 우리는 열등과 우위, 중심과 주변이 아닌, 대등한 교환과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또한 현대문명의 발전이 한계에 부딪치자 서서히 아시아로 눈을 돌리는 서구인들의 태도에서 보듯이, 미래사회에서는 아시아의 정치·경제적 가치와 높아진 아시아 위상에 부응하는 아시아문화교류 및 공감대 형성이 필요합니다. 서구중심주의에서 탈피한 아시아 문화의 정체성 정립 및 아시아연대에 대한 요구와 치열한 국가경쟁력의 핵심동력 확보노력 등의 요구가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적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대응과 이에 대한 시의 적절한 미래설계 로드맵을 만드는 출발점에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인구의 2/3가 아시아에 살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고요. 


대화, 또 대화, 끊임없는 대화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


김상수: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문화발전기지인 아시아문화전당 건립은 랜드마크 논란이 있었고, 도청별관 보존 문제로 시민단체들과 충돌도 해야 했습니다. 시민단체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고 저는 봤습니다. 물론 시민단체의 의견들이 중지를 모아 같은 의견으로 모아지지 못하고, 의견이 산발적인 것과 합의된 논의가 뒤집어지고 진전되지 않는 점도 문젭니다만. 


이병훈: 2008년 6월 문화전당 기공식 직후부터 도청별관 문제가 본격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논란이 계속돼 왔습니다. 2009년 9월 장관과 광주시장 등 지역 민선대표로 구성된「10인대책위」가 도청별관을 부분보존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먼저 도청별관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했습니다. 진단결과는 구조적으로 취약하여 건물 활용이 어려운 E등급이었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합의정신을 존중하여 별관 보존방식을 마련했습니다. 작년 7월 정부가 발표한대로 별관 30m는 그대로 보존됩니다. 추가로 나머지 24m에 대해서는 강구조물을 덧붙여 도청별관 전체 형태가 그대로 남게 됩니다.

이 안의 장점은 5.18광장에서 아시아문화광장으로 들어가는 주 통로를 확보하면서도 도청별관 전체 형태가 유지되는 방식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상생적 해법으로 제시한 이 안은 문화전당과 5.18과 관련된 여러 고려요소를 감안하여 만들어진 겁니다. 저는 여기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란 비전을 통해 5·18 정신의 가치가 훨씬 더 지금보다 확대 재생산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5·18이 광주 시민만의 것, 또는 5·18 관련 단체만의 것으로만 한정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살아있는 토대로 만들어, 미래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더 역점을 둬야 합니다. 과거와 미래는 서로 충돌되는 것이 아니라, 5·18의 가치가 아시아문화전당의 문화적 가치에 녹아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서로 조화를 이루고 문화 예술적으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아시아문화전당의 가치가 높아지면 더불어 5·18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집니다. 전당이 세계적인 가치를 가진다면, 5·18 정신의 의미와 가치 또한 세계적으로 전파됩니다.

이제부터는 아시아문화전당 완공 후 문화전당에 담길 콘텐츠를 논하는데 지역의 역량을 지금부터 모아야 합니다. 문화전당 내 민주평화 교류원, 문화 창조원, 예술극장 등, 5개원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 또 어떻게 보여주어야 할 것인지, 저희와 지역이 함께 연구와 고민을 해야 합니다. 이제 이 사업은 2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2004년부터 2008년이 1단계인 기반조성 단계였고, 올해부터 2014년 완공까지는 본격추진단계입니다. 전당 완공을 대비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하고 아시아 여러 나라와 네트워크도 구축해야 합니다. 


준비, 또 준비, 실천하는 문화도시 구현을 위해 


김상수: 아시아문화의 콘텐츠 구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이병훈: 아시아를 권역별 특성을 살려 5개 문화권으로 나눴습니다. 동남아는 전통음악, 남아시아는 전통무용, 중앙아시아는 신화와 설화, 서아시아는 첨단영상, 동북아는 전통연희로 묶었습니다. 권역별 콘텐트 수집, 분류, 축적작업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김상수: 마침 오늘 아침에 추진단 사무실을 찾았을 때, 세미나실에서 아시아 지역 암각화의 문화적 가치발굴과 콘텐츠 자원화 사업, 현지 조사 보고를 하고 있더군요. 암각화작업은 바위에 고대인의 문화, 생활, 그리고 정신세계까지 담겨있는 돌에 새긴 그림들입니다. 그 그림들을 탁본으로 채취하는 작업은 문화의 뿌리를 확인하는 중요한 작업인데요. 이걸 디지털로 데이터화하고 여러 가지 문화예술 행위에 응용한다는 태도는 바람직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병훈: 암각화의 연구는 정밀한 판독작업을 거친 후 그림이 새겨진 연대를 측정하고, 그림이 무슨 의미인가를 해석, 그 결과를 통해서 그림이 새겨진 당시의 문화를 복원해내는 일입니다. 고고학, 민속학, 그리고 구체적인 조사방법에서 첨단과학의 방법이 사용됩니다. 전문가 분들의 얘기로는 보존상태가 좋은 것은 금방 어떤 것인지 알아볼 수 있지만, 풍화작용에 의한 마멸이나 인위적인 훼손으로 정확한 형태를 읽을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최고의 전문가들의 안목이 필요합니다. 마침 이번 몽골 암각화채취는 몽골국립박물관과 저희 추진단이 MOU 체결이후, 몽골 1차 현지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한 겁니다. 최고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김호석, 임세권 교수께서 험난한 현지 일정을 무릅쓰고 임무를 수행해주셨습니다.


김상수: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 천억씩 들여서 건물만 덩그렇게 짓는 게 아니고, 지금부터 콘텐츠를 개발해 나가겠다는 실천을 세미나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병훈: 건축만 완공되면 저절로 아시아의 문화중심이 될 것이란 착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말씀드렸듯이, 중심이란 말도 내용적으로는 배제합니다. 지금 아시아의 문화 예술은 현재 베이징 또는 상하이가 번창해보입니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부족한 광주는 이 간극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를 진정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경청하겠다는 태도를 지니고자 합니다. 비판은 힐난이나 비방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부족한 건 서로 채워나가자는 입장입니다.

아시아, 더불어 같이

김상수: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이란 문화전당의 주제를 표현한 예술작업이 이미 시작됐더군요. 


이병훈: 음악으로 하나 되는 아시아, 아시아 11개국의 전통악기가 만들어내는 세계 최초의 하모니,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를 2009년에 창단했습니다.  한국과 브루나이, 캄보디아,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11개국 62종의 전통악기, 80명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세계 최초의 오케스트라입니다.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아시아 음악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방안입니다. 서양 악기는 빼고 아시아 전통악기로만 악단을 구성하자는 제안으로 3차에 걸쳐 협의 끝에 마침내 창단됐고, 2009년 5월 제주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오케스트라의 진가가 확인됐습니다. 아세안 10개국 정상들과 그 때 그 자리에 있었던 외국 관객들이 한국이 수용하고 용해해 만들어낸 새로운 오케스트라의 모습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줬습니다. 각기 다른 문화와 언어들을 이용하는 나라들이 함께 어울리는 화합의 장이자 아시아 문화 고유 가치의 하모니를 발견한 겁니다. 여러 나라의 전통악기만으로 모인 오케스트라는 이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는, 독특한 음색을 자랑합니다. 이렇듯 아시아문화중심은 이미 실천되고 있습니다. 


김상수: 요즘 자주 떠들썩하게 거론되는 한류의 방향성도 보이는군요.


이병훈: 한류는 일방통행식입니다. 곧 한계에 부딪칠 수 있습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우리 것을 일방적으로 아시아나 전 세계에 전파시키는 개념이 아닙니다. 아시아 국가들이든 어떤 나라든, 협업이라는 방식을 통한 공동창작을 실천합니다. 예를 들어 시나리오 원천이 되는 스토리텔링은 몽골이나 중앙아시아 것을 가져오고, 감독은 일본 사람이 할 수도 있고. 이렇게 공동으로 만들어가는 겁니다. 문화적 교류를 통해 다른 나라 문화를 알고, 우리 문화를 알아 장점을 결합시키는 것, 그래야 문화가 발전하는 것이지요. 이런 작업을 아시아문화전당에서 해나갈 계획입니다.


김상수: 전남 보성 출생으로 줄곧 문화행정가로의 길을 걸어오셨더군요.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 그간 청와대, 광양군수, 전남도청, 전남도의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거쳤습니다. 문화 행정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2001년에는 <문화 속에 미래가 있다>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책에서 "개발하지 않는 것도 관광"이란 신념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전략을 다룬 '문화도시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연구'란 박사학위 논문도 있고요. 추진단이 문화부 본부직제로 추진되면서 추진단 단장으로 발탁된 연유를 알 것 같습니다. 국책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중앙행정의 경험과 지방행정의 경험, 무엇보다 광주라는 지방의 정서를 잘 읽어내는 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단장 맡으신지 벌써 5년짼가요?


이병훈: 시간이 빠르게 갑니다. 하루하루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는 사명감도 있고요. 때때로 소통의 문제에서 고통스러운 때도 있습니다마는 최선을 다하겠단 일념입니다. 


국가프로젝트는 겸손하고 진실하게 접근해야


김상수: 저도 과거정부에서는 국가프로젝트에 관여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실력보다는 끼리끼리의 인연으로 치고 들어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대형프로젝트일수록 구상은 성급하게 만들어지고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도 부실하고 결과는 형편없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거기에다가 부패라는 병인도 있습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국민들이 노동한 수고로 세금을 낸 것인데, 바르고 옳게 자원과 기회가 사용되어져야 합니다.


이병훈: 고개가 숙여지는 말씀입니다. 정말 국가프로젝트를 임할 때는 겸손하고 진실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명제만큼은 꼭 지켜져야 한다는 일념으로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김상수: 거대프로젝트가 조심해야 할 것은 개발토건사업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구체적 인간을 대상으로 해야 합니다. 경쟁과 투쟁이 아닌, 호의롭고 평화로운 사회적 생존을 의식해야 합니다. 국가프로젝트가 관료체제, 과시성 전시효과, 추상적이고 실체를 알 수 없는 행정체제에 매몰되어서도 안 됩니다. 인간적 사회의 비전과 현실을 일깨우는 역할에 문화예술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병훈: 저는 문화예술이 사실세계에서 인간적인 희망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언제나 낯선 사람의 친절’이 우리들 생을 풍요하게 한단 얘기가 기억납니다. 과문합니다마는 예술이나 문화는 인간이 인간됨을 잊지 않고, 그 근거와 다양한 표현을 서로 나누고 확인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근대화가 산업화 민주화라는 양대 축으로 발전해 왔다면, 이제는 실제적인 민주화와 산업화로 잃어버린 인간화를 찾아 나서야할 때라고 봅니다.


원융과 화해 조화와 창의의 원리


김상수: 저는 과거정부에 나라의 예술 정책을 새로 세우고자 한다면, 원효(元曉)사상을 원용할 것을 권유한바 있습니다. 원효의 사상과 철학은 오늘 날과 같은 정신의 혼돈과 극단적인 분열의 사회상(社會相)에서 통합의 원리를 제시했습니다. 1천 3백 년 전에 이 땅에 살았던 원효는 분열과 반목의 그 시대를 뚫고, 인간의 마음에 골고루 따뜻함과 부드러운 화엄의 화평이 깃들기를 설파한바 있습니다. 원효의 철학과 사상 정신은 특정 교리의 견해로만 국한되지 않고, 사고의 일반적인 원리로서 보편성을 지닙니다. 오늘, 우리들 삶의 처지는 또 다른 사회 문화적인 여러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회 문화적인 억압기, 혼돈기, 황폐화의 과정을 극복하는 현실인식이 요청되는 때입니다. 원효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일방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서로 다르고 대립되는 두 가지 조건을 함께 의논하고, 중용을 실현해야 올바른 인식이 이루어진다는 의미를 강조했지요. 
             

이병훈: 광주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전망, 이념, 가치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인간이 자연의 미숙한 일부임을 자각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문명의 길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미래의 평화, 아시아를 위한 교류와 문화창조ㆍ연구ㆍ집적ㆍ순환되는 문화도시, 미래형 도시 발전 모델을 조성해, 문화국가의 이정표를 세우자는 의미입니다. 도시의 공기가 자유롭게 다가오는 도시, 민주ㆍ인권ㆍ평화의 가치들이 창조적 상상력으로 넘치는 새로운 문화적 표현을 통해 삶이 고양되는 도시, 그래서 아시아의 평화놀이터가 되는 도시, 세계를 향한 아시아문화의 창으로 도시의 역할, 그래서 문화가 경제 발전의 동력이 되는 미래형 아시아평화예술도시, 신인본도시(Neo-Humanic City)가 우리가 실현하고자 하는 광주문화도시의 꿈입니다. 정체되어 있는 도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움직여나가면서 새로움을 생성하는 과정의 유기체로서 생성의 도시. 공동체가 요구하는 가치들과 도시경관이 조화로운 도시, 시민 자치적, 시민 주체적인 다양한 형태와 목적을 지닌 문화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통해 시민의 문화적 상상력과 문화적 자긍심이 촉발되고, 이러한 커뮤니티가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전국, 아시아, 세계로 확산되어 나갈 수 있는 도시 말입니다.


김상수: 문화예술의 전반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어떤 예술정책이 세워지고, 어떠한 정책변화와 정책실천이 있어야 하는가는 아주 중요합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예술이 지닌 근본적이고 고유한 가치를 재인식하고, 일상의 생활 속에서 예술의 가치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확산시킬 수 있는가가 관건일 것입니다. 국립광주아시아문화전당이 예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과 실천이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대과학과 기술의 측면, 특히 테크놀러지와 커뮤니케이션, 나아가 과학 전반과 예술의 상관성, 정보의 흐름과 문명의 흐름, 자연과 생태의 이해, 예술의 세계성과 고유성, 멀티미디어 매체나 예술의 디지털화, 문화와 산업의 이분법을 극복하는 문제, 예술의 기능과 역할에서 동태적인 변화를 읽는다는 것, 예술 장르가 혼합되고 융합되는 감각의 발견, 문화적 이상과 현실에서 그 간격과 조화를 다루는 방법, 점점 다원화되는 가속적인 시, 공간의 변화와 현상 등에 주목할 것을 특별히 권하고 싶습니다.   


이병훈: 그렇습니다. 저희 추진단은 문명과 과학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하는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받아들일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사업은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하는 사업입니다. 왜 광주에다가 국비를 20년간이나 지원해 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저는 추진단 단장으로 일차적으로 답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추진단과 광주현지지역의 소통이 더 원활해야함도 뼈아프게 체험했습니다. 이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과 콘텐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겁니다. 그래서 도시발전의 핵심전략으로서의 문화와 예술을 발전시키는 발전기지로의 문화전당을 만드는 것에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아시겠지만 문화도시는 문화적 요소를 개발하여 도시경영 전략에 접목시킴으로서 도시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방안입니다. 문화적 예술적 창의력은 너무나 중요한 현실이 됐습니다. 


김상수: 아시아문화전당이 개발위주의 도시발전계획에서 탈피하여 문화를 중심에 두는, 새로운 도시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를 간절하게 바랍니다. 끝으로 당부를 드린다면, 지금부터 2년 후인 2014년 개관할 때까지의 문화전당 개관프로젝트의 원심과 구심이 확연하게 보이는, 획기적인 스토리텔링한 프로젝트가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전당 건립프로젝트는 계속해서 국민 대중들에게 들리고 보여져야만 하고, 아시아와 세계를 연동하는 프로젝트가 지금부터 기획되어 추진단의 움직임이 드러나고 활력을 가져야만 한다고 봅니다. 사업홍보도 보다 체계화해서 더 많이 알려야합니다. 오늘 긴 시간 고맙습니다.


이병훈: 진실로 실력 있는 분들의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광주시민들의 참여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광주까지 다녀와 주시고, 너무나 감사합니다. 자극도 되고 유익한 대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