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작가 김영아를 통한 도자(陶瓷) 예술의 스펙트럼-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13-12-03 15:21     조회 : 9674    

도예작가 김영아를 통한 도자(陶瓷) 예술의 스펙트럼-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3420                                                                                                             

젊은 도예작가 김영아(金暎我)의 도예(陶藝) 작품에는 깨끗한 힘과 정연한 완결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일정하게 규격적인 형태를 수직으로 쌓아가거나 수평으로 배열하여 음악적인 리듬감이 느껴지는 축조나 배치로, 단순하지만 정교한 형태미의 배열에서 현대 도예미술의 새로움을 접하게 되는 경험이다. 기실 현대 도예미술 또는 현대도자기에 대한 형태나 표현의 다양한 실험은 오랜 시간 ‘그릇’의 용도로부터 완전히 다른 용도나 다른 미적 대상으로의 도자(陶瓷)예술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미술표현의 미디어(媒體)로, 또 디지털 아트(digital art)와의 결합으로 빛, 소리, 움직임 등의 ‘오브제 아트’(objet art)로도 도자예술은 넓고 다양하게 표현되어 전개되고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김영아의 도예작품 연작시리즈 <기억, memory>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도자예술로 '디지털 아트'와의 결합을 통해 도자예술의 지평을 열고 있는 증거와 사례로의 스펙트럼(spectrum)을 보여준다. 


물질의 밀도를 알아보는 ‘능력’

도자예술의 과정은 ‘흙’을 발견하고 ‘흙’을 만드는 도토수비(陶土水飛)로부터 시작된다. 도토수비(陶土水飛)란 채취해온 사토를 잘게 빻아 물에 넣고 저어서 침전된 미세한 흙을 내려 받는 과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차 재료로의 ‘흙’이다. 어떤 ‘흙’이 자기가 빚고자 하는  도자작업에 적절한지를 가늠하고 알아보고 ‘흙을 만드는 능력’은 따라서 도예인의 중요한 기본 자질이다. 김영아의 아버지 김명갑(金明甲) 도공예인(陶工藝人)이 서울근교 망우리(忘憂里)-지금의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자신의 도요(陶窯)를 짓고 가마에 불을 댕기다가 같은 도공인이자 시인(詩人)인 부인 조현숙(曺賢淑)과 슬하에 2녀 1남을 데리고 1990년 경기도 광주시 초월면 지월리에 설월도예연구소(雪月陶藝硏究所)를 마련하고 맨 처음 열중한 것도 자신만의 ‘흙’ 재료를 연구하고 만들어서, 이를 꼼꼼하게 데이터화(data file)하는 습관은 지금 그대로 큰 딸 김영아에게 전수되었다. 
특히 김영아에게 있어서 도예제작 과정의 특이성은 성형(成形)과정에 있다. 드레인 캐스팅(drain casting)과 솔리드 캐스팅(solid casting) 즉, 주입식 성형방법을 쓴다. 석고 틀을 제작한 이후 ‘흙물’을 주입하여 석고 틀의 흡수성을 이용해 약 10분 정도(작품의 크기에 따라 시간의 차이는 있다) 기다리다가 ‘흙물’을 따라내면, 얇은 ‘흙물’이 굳어서 형태가 되게 하는 성형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흙물’의 정확한 밀도다. 너무 성기지도 않아야하지만 묽어도 안 된다. 곧 물질(物質)의 물성(物性)을 알맞게 다루는 ‘능력’에서 고운 형태가 만들어짐을 알기 때문에, 각별한 노력과 집중이 요구된다. 여기서 ‘캐스팅’이란 석고의 특성인 흡수성을 이용하여 물레나 손으로 만들기 힘든 형태를 제작할 때 이용하는 방식으로, 같은 형태를 반복해서 여러 개 만들 때의 기법이다. 다른 성형방법보다 창의적인 디자인과 석고를 다루는 섬세한 기술이 요구된다.
따라서 김영아에게 있어서는 ‘그릇’을 만들 때의 일반적인 생산과정인 초벌구이를 하여 유약을 칠한 다음 다시 재벌구이를 하는 전통 도자기 제작방식에서의 유약 만들기로 잿물(釉藥)을 사토 미음물과 혼합하여 유약을 만들어 바르는 식은 아니다.   
문제는 김영아 나름으로 만든 도자형태를 가마 안에 쌓아 놓고 서서히 가열하여 구을 때인 소성(燒成) 시에, 받침을 함께 제작해야만 하는 수고가 뒤따른다는 점이다. 형태에 따라 간단한 소성도 있지만, 개중에는 가마 소성 시에 형태가 변형되기 쉬운 예민한 디자인이기에 여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가마 소성은 경험에 의해서만 축적되는 일종의 고난도 기술이다. 가마 속의 불이 어떤 기계식 수식(數式)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 아니기에, 항상 변수를 염두에 두면서 김영아 자신의 감각과 소성 경험만으로 독자적인 기법을 만들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점은 김영아가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저는 아버지처럼 유약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형태와 디자인에 더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빛과 조화하여 보이지 않았던 작품의 효과를 찾아내고 싶습니다. 단순한 형태이지만 여러 형태로 바뀌면서 갖게 되는 느낌 또한 색다르기 때문입니다. 제 작품을 보시면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가지런한 작품과 어느 정도의 각도를 달리한 작품의 느낌들의 미묘한 차이 말입니다. 물론 제가 하는 작업 제조공정에서 특이한 사항은 없습니다. 하지만 미래에 더욱 많은 재미있는 작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무한한 디자인과 유약에 의한 색의 변화에서도 분명 다른 느낌의 작품도 나오리라 생각은 합니다.”

김영아, “나의 학교는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
김영아는 한국과학기술대학과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예를 공부했다. 그러나 기실 그의 ‘도예학교’는 도예공인이었다가 2001년 지병으로 고인이 된 자신의 아버지와 시창작과 도예작업을 같이하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가 바로 ‘김영아의 학교’였다. 김영아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그의 부모의 예술적인 삶의 환경에서 고스란히 읽혀진다. 어릴 때부터 점토 작업을 하는 아버지 가까이에서 같이 점토를 만지며 자라는 과정이 그의 ‘학교’였다. 그런 예술적인 환경이 그를 키워냈다. 전통도자기의 현대화 작업에 충실했던 부모(父母)의 모습에서 김영아는 한발 더 나아가, ‘투명함과 가벼움’이 주는 실험에 착안하게 된다. 이 과정은 도예의 형태와 개념을 부모들의 방식으로부터 달리 하는 것으로, 기본 점토 조작기술을 사용하여 조각을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접근인 가연성의 타이밍 등, 도예제작의 다양성과 실험을 진행하면서 자신만의 제작방식으로의 도예를 발견하고자 노력하기 시작한 것에 있다.

부모가 만들어 온 기존의 전통방식의 현대화 작업의 도예양식과 사례, 점토의 인식방법 등을 토대로 하여 기존의 도예 기술 교육을 넘어서서, 새로운 도예작업의 의미로 확장하기 위해 그의 시선은  색의 마술사인 ‘앙리 마티스’(Heinri &Eacute;mile-Benoit Matisse), 표현의 ‘놀라운 간단(簡單)’을 위한 공부로 이탈리아 화가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세라믹 타일 제작의 모범적인 아티스트인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 고무와 유리 등의 일반적인 재료를 이용하는 조각가 빈센트 펙테우(Vincent Fecteau), 점토의 물성 그대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조각가 ‘레이첼 해리슨’(Rachel Harrison) 등과 같은 서양의 현대미술 작가들에게도 시선을 돌렸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도예 재료와 도예 제작 과정에서의 새로운 관계를 탐구하는 것에 집중되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에 대한 통찰력과 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프로세스를 구하는데 있어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도예 제작기술도 심지어는 새롭게 해석되고 재발견되었다. 한국의 전통적인 도예 제작기술에 이미 녹아있었지만 자신은 그동안 잘 몰랐거나 깨닫지 못했던 현대적인 방식과의 컨텍스트(context)를 한국 전통의 제작방식에서 재발견하고, 자신의 작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그의 도예작가로의 시선은 거푸집을 사용하여 모델링을 하면서 건축기술까지 공부해야 한다는 시야로 진전되고 구체화되었다. 유달리 그의 도예에서 ‘쌓고. 축조하는 방식’인 건축적 양식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부모가 일러준 백자(白磁)의 아름다움
한국의 현대 도예예술에서 조선 전통 도예예술의 진면목을 제대로 일깨운다면, 그것은 중국도예와 일본의 도예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고유성으로의 백자도예의 아름다움이다. 중국 전통 도자의 화려한 자기(CHINA)는 오랫동안 유럽인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어딘가 기괴하고 요란한 형태와 채색은 한반도 전래의 삶과 자연에는 맞지 않았다. 17세기 일본은 임진왜란 이후 한반도(朝鮮半島)에서 도공을 일본에 데리고 돌아가 아리타(有田)에 정주시키고 조선 전래의 양식에서부터 중국양식, 염색(染色), 백자, 청자(靑磁)라고 하는 다양한 수법을 잇달아 소화하면서 자신들 식의 제조법을 개발해 나갔다. 한 때 전 유럽을 휩쓸었던 도자로 유럽인들은 일본의 자기기술을 배워 18C초에는 소의 뼈를 태운 재를 첨가한 본차이나(Bone China)를 생산, 유럽자기를 만드는데 성공하게 된다. 오늘날 이마리도자기-아리타도자기(伊万里焼-・有田焼)가 바로 그것들의 뿌리다.     
그러나 조선은 조선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것을 찾았다. 그것이 독자적인 백자문화다. 기품이 있고 간결미가 있는 순백자. 중국의 자기나 일본의 자기와는 뚜렷이 대비되는 독특한 품격으로 청아(淸雅)하고 결백(潔白)하며 간결(簡潔)하고 깨끗한 아름다움. 이 조선백자의 표현과 특징을 김영아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전통도예의 현대화 작업으로부터 물려받았다. 

윤회(輪廻)의 무한한 바다

도자예술은 그 질료로 땅으로부터의 ‘흙’이라는 자연소재와 축조기술이라는 인공의 다양한 유산이 서로 삼투(滲透)하여 제작되었다. 도자라는 매체는 자연에, 풍경에, 문화에, 예술작품으로뿐만 아니라 인간의 직접적인 환경과 생태의 상호성으로 긴밀하게 상관된다. 점토는 특히 환경과 관련하여 인류 지각의 변동을 땅의 지하에 ‘바코드’처럼 등록하기도 했다. 점토의 순응성은 지구가 인간을 어떻게 변화, 변경시켰는지, 어떻게 인간은 다시 지구와의 관계를 교정할 수 있는지, 그 방법까지 점토의 토출(吐出)에서 살필 수도 있다.

태어나고, 자라고, 일정 기간이 되면 땅으로 꺼진다. 사람의 살가죽도 뼈도 점토에 일일이 녹아든다. 이것이 자연의 위대함이고 자연의 대순환이자 윤회의 무한한 바다다. 

김영아는 이렇게 말한다. “도예예술은 인간의 프로세스의 절정을 보여주기도 합니다만, 만들었지만 부시고 다시 만들듯이, 또 만들었지만 저절로 깨지고 부서져 나가기도 합니다. 자연의 위대한 속성이 조각조각으로 분해됩니다. 어떤 것이든 그렇습니다. 전통도자와 현대도자, 산업도자, 환경도예 등, 무엇이든지 말입니다. 여기서 저는 반복과 시간의 축(丑)에 기억의 단면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기억, memory> 시리즈의 작품들은 시간과 기억의 지속에 저의 예술적 관점을 두고, 무수한 기억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보다 간단하고 단순한 표현에 주력했고요. 단순화된 형상들의 반복에서 이뤄진 곡선들을 재구성하여 다양한 리듬을 생성하고자 했습니다.”   


기억의 표상으로의 시리즈작품 <기억, memory>

김영아는 그의 작품 <기억, memory>에 대하여 말하기를, “기억은 때때로 의식에서 삶을 고정시키기도 하지만, 기억은 현재의 빛 속에서 과거의 빛을 찾아나서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저의 과거를 기억합니다. 그 기억은 저의 미래의 단초가 되어 저 자신의 윤곽을 뚜렷하게 합니다. 기억을 쌓는 데는 작고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일에도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좋은 기억은 삶의 활력소가 되고, 나쁜 기억은 저를 더욱 강하게 하는 저의 근원이 됩니다.”


<기억, memory>의 ‘빛’

김영아의 시리즈작품 <기억, memory>은 ‘빛’과 조화시켜서 표현된다. ‘빛’에 의한 음영(陰影)의 효과로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영아가 얘기하는 자신의 시리즈작품 <기억, memory>에서 ‘빛’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우리의 옛말에 ‘아띠 빛’이란 말이 있습니다. ‘아띠’는 진정한 친구 또는 사랑을 뜻하는 우리말로 모든 이들 곁에 늘 따스한 에너지와 치유의 역할을 하려는 자연을 닮은 다양한 빛깔로, 건강을 돕는 치유의 빛이 있습니다. 그것이 ‘아띠 빛’입니다. 옛날 ‘등잔불’이 그랬습니다. 이렇듯 ‘빛’은 항상 우리에게 따스함과 희망을 주는 좋은 친구입니다. 사람들이 ‘빛’으로 나누어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절제, 단순화,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스러움

김영아의 시리즈작품 <기억, memory>은 표현의 절제와 단순함이 돋보인다. 반복해서 같은 형상으로 구축되거나 배열되어 인공적이지만 자연스럽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영속성과 자연주기(自然週期)의 무상(無常)을 탐구하는 태도로도 보인다. 도자예술의 재료와 도자의 이력(履歷)이 혼합되어 현대 도자예술의 개념에 도전하는 ‘스펙트럼’한 인상도 있다. 전통을 재발견하고 부활시키는 미술로, 공예로, 또 디자인으로, 빛과 소리와 움직임의 형상으로의 ‘디지털 아트’로, 도자예술 현재의 추세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실험성도 엿보인다. 도자예술의 혼합 매체로 설치 개념적인 시각 예술로 도자예술의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하여 그 미래를 상상하게 하기도 한다. 그의 도자예술은 점토의 유연성을 함께 보여주면서 도자예술의 새로운 잠재력을 일깨우고 있다. 그의 최근 전시 ‘Love in Chelsea Exhibition'(2013)는 지난 11월 19일부터 11월 23일까지 미국 뉴욕 '쿠하우스’(Coohaus) 갤러리에서 있었다. 

 https://www.facebook.com/kim.s.soo.1 (2013년 12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