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죽어서는 인된다.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06-11-13 20:27     조회 : 8134    

오늘 나는 고등학교 1년 후배로부터 고등학교 2년 아래 한 후배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서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 후배는 내 기억에 해맑고 수줍어했고 내성적이었지만 문학에 재능이 있었고 예의가 있는 사람이었다.
매사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그런 사람으로 후배는 기억된다.
학창시절 그 무렵, 이제 15,6세니 청년이라고 할 수도 없었고 정확히는 소년의 나이였지만
그 후배는 나이에 비해 퍽 조숙했던 인상으로 남아있다.
딱 하나 안타까웠던 건 어릴 때 앓았던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했다.

대학을 마치고 성년이 된 이후 문예반 모임에서도 몇 번인가 만날 때마다 그의 환한 웃음은 참 따뜻했다.

그가 죽었다고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로.
밝은 성격이라 매사 낙천적이었던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은 의외였고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를 가까이 아는 후배의 전갈에 의하면 그는 밖으로는 밝은 인상을 보이려고 했고 옷도 깨끗하게 입고 다녔지만
좋은 배필도 만나지 못했고 경제적으로는 너무나 팍팍한 삶을 살아 자신의 신상을 비관하면서 살았단다.
책을 좋아하고 문학을 좋아해서 없는 돈에 서울 변두리에 책방까지 열었지만 사람들은 책을 사지 않았고
그는 빚만 잔뜩 지고 하루하루 시름을 술기운에 의존해 살았다는 것이다.

난 명복을 빌었지만 불쑥 소리치고 싶었다.
왜? 왜? 무슨 이유로 자살을 하는가?
얼마나 삶이 고단했고 막막했으면 스스로 단 한번뿐인 삶을 스스로 끝을 냈을까마는, 난 화가 났다. 그리고 소리쳤다.

어떤 이유로든 무슨 까닭에서든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자살은 절대 안 된다는 엄연한 진리를 난 확고하게 믿는다.

세상에 한 생명으로 태어나 자연의 순리에 따름이 우리들 인간의 삶이 아닌가.

난 삶이 어렵고 시련에 빠질수록 더 강력한 삶을 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더 끈질기고 더 치열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깊은 생의 성찰로 자신을 더 깊이 사랑하는 힘으로 한 일생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난 내 삶을 믿는다. 패퇴하지 않고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 내 삶을 살 것이다.
마찬가지로 난 특히 한국의 젊은 사람들, 난 그들의 의식 속에 밝은 지성의 눈을 키우길 바란다.
세상에 바르게 눈 뜨고 삶의 이치를 깨우치는 기쁨으로 일상의 나날을 존엄하게 살기를 난 바란다.

후배의 명복을 빈다.
SWISS zurich 2006. 11. Kim Sang Soo Ph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