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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2001년 1월 31일자 문화면
'섬' 8년만에 앙코르 '2000 서울 연극제' 최고 화제작은 단연 미국 연출가 로버트 윌슨의 <바다 위의 여인(Lady from The Sea)>(헨릭 입센 작)이었다. 배우들의 절제된 움직임, 운율 가득한 대사, 핀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섬세한 조명으로 세련된 '이미지'를 무대 위에서 그려냈다.
창작 이미지극 <섬>이 1~ 9일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8년 만에 앙코르 공연된다. 왁자지껄 대사를 내지르는 사실주의 연극에 익숙해진 팬들에게, 마치 <바다 위의 여인>처럼 차분한 감성으로 다가선 작품. 설치미술가 겸 연출가인 김상수씨는 지난 92년 <섬>을 초연했다. 그 이듬해 <짜장면>을 끝으로 연극무대를 떠난 뒤 미술과 영화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16개 TV 모니터가 무대에 일렬로 배치됩니다. 가로 세로 8m의 대형 거울을 바닥에 깔아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을 표현했습니다." 조명과 의상은 블랙 엔드 화이트. 옷깃 스치는 소리까지 잡아내 음향효과로 활용한다. 극도로 단순하면서도 섬세한 무대를 통해 팽팽한 긴장감을 줄 계획.
섬의 남정네들이 바다로 떠난 사이, 처녀가 아이를 가진다. "요지경이다"며 입방아를 찧는 여인네들. 고기잡이 배가 돌아오다 풍랑을 만나고, 남정네 7명이 섬에 돌아오지 못한다. 섬사람들은 "부정을 탔기 때문"이라며 처녀를 무인도로 내?는다.
"섬 처녀 이야기는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형태로 전해 옵니다. 거기서 소통의 단절이라는 문제를 끌어내고 싶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2001년 1월 31일자 CULTURE
국립극장 ‘섬’…강렬한 빛과 소리로 폭력 고발 섬에 사는 처녀가 임신을 한다. 때맞춰 고기잡이를 나갔던 남자들이 거친 풍랑을 만나 물에 빠져 죽는다. 마을 사람들은 처녀가 아이를 뱄기 때문에 섬 귀신이 화가 나 풍랑을 일으켰다며 처녀를 무인도로 혼자 떠나 보낸다. 극은 그 다음부터다. 무인도에 유폐된 여인이 한과 울분을 털어놓는다. 그녀의 독백은 한시도 무대에 머무르지 못한 채 곧바로 객석을 향해 쏟아진다. 그것은 항변이라기보다는 절규에 가깝다. 스토리 위주가 아닌 만큼 따로 신경을 쓸 필요는 없지만 관객은 그 말 속에서 여인이 겪은 상황을 조합해내야 한다. 그리 어렵지는 않다. 강렬한 빛과 소리의 이미지가 더해져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다가오기 때문. 때로는 단조로울 것으로 여겨지는 극은 시각과 청각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긴장을 유도한다. 관객은 오히려 그녀를 섬에 가둔 마을사람이거나 이런 사실을 못 본 채 한 방관자가 돼 섬뜩한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무대는 간결하다. 검은 배경막 아래에는 영상이 아닌 빛으로 느낌을 극대화하는 15대의 모니터가 설치돼 있고 바닥은 직사각형의 반사막이 깔려 있다. 모니터에서 흘러나온 불빛은 바닥에 반사돼 물빛처럼 흔들리기도 하고 화면의 지직거림은 울렁대는 땅빛처럼 보이기도 한다. 배우들의 동작을 따라 살아 움직이는 조명과 음향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한다. 소통의 부재로 인한 오해와 불안,집단의 무차별적인 폭력,그리고 죽음 등 여러 메시지가 이 모든 조합으로 형상화된다. 연출가 김상수는 ‘섬’을 “어떻게 하면 삶의 진정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그에게는 이번 공연이 8년 만에 연극 무대로의 귀환을 알리는 기회이기도 하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연출가,설치미술가 등으로 열정을 드러내고 있는 그는 지난 93년 공연한 ‘짜장면’을 끝으로 연극에서 한동안 떠나 있었다. ‘섬’은 92년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선보여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출연진은 모두 세 명. 모두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지난해 ‘물 위에 왈츠’로 인상을 심은 김광덕(26)과 ‘허탕’ ‘지피족들’ 등에 출연한 김성미(30),그리고 MBC 탤런트로 연극 무대에 처음 서는 이정화(25)가 다른 목소리로 하나의 인물을 연기한다.(02-2274-3507)
1월26일자 조선일보, 매일경제신문 공연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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