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김상수의 작품


                                                                      김상수
이제 2001년 새 천년의 시작이다.

인간의 미래는 희망이 있는가. 아니면 21세기 인류는 종말론적인 물음 앞에 속수무책으로 서 있을 뿐인가. 현실을 조명한다는 것은 이런 양극단의 착시(錯視)만은 아닐 것이다. 오늘의 상황은 이 조명과 이해의 작업을 어느 때보다도 복합적인 것이 되게 한다. 인간을 규정하는 모든 제도와 함께 인간의 내적 능력의 인식과 변용을 역사의 이해로 고찰하고자 하는 노력은 인간 역사의 이름으로 정당한 작업이다. 지금의 단계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철저하게 자기 반성적 사유이다. 우리는 독단론과 부정과 소통의 불확실성을 뛰어넘는 인간의 언어에 끈질긴 관심을 지닐 수밖에 없다. 작가이기 때문이고 연극을 하기 때문이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새로운 사고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희망조차 무망한 것이 아닌가.

인간과 인간, 자연 속에 인간, 인간과 우주, 이 상생(相生)의 문제만큼 새 천년의 날카로운 질문이 어디 또 있겠는가.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문명의 대안으로 새삼 인간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를 따지고 캐물어야 할 것이다. 유서(由緖) 깊은 인간은 인간의 이름으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 연극 <섬>의 주제 정신은 바로 이것에 있다.

한국 현대 연극의 역사는 소외의 역사다. 연극 자체로부터도, 이 땅에 사는 사람들로부터도 연극은 계속 소외되어왔다. 이는 한국 현대 예술사의 전반적인 문제지만 특히 연극의 소외는 한국연극의 일그러진 전통과 찌그러진 의식, 무자각의 모습들이 날카롭게 반증해준다. 이런 엄밀하고 냉정한 현실인식을 전제로 하지 못한다면 한국 연극은 단 한 걸음도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에서 점점 연극은 위축되어가고 있다. 연극은 이미 붕괴되었는지도 모른다. 연극은 종교와 같은 것이라고 나는 본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 우위로 얘기되는 물질문명의 과도한 집착은 인간들에게 근원을 보는 힘을 잃게 하였다. 연극은 인간의 양심과 정신에 관여하는 예술이다. 연극이 조잡한 현실논리에 압사되어 장사나 생각한다면 그건 이미 연극이 아니다.

김상수의 작품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