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잃은 것과 얻은 것, 작위(作爲)와 무위(無爲)
  글쓴이 : 김상수     날짜 : 08-01-11 18:17     조회 : 23488    

아침 9시에 사진 현상소를 가려고 마당에 나왔더니 자전거가 없어졌다.
이 나라 뉴질랜드엔 큰 도독은 없지만 자잘한 좀 도독은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직접 경험한 셈이다. 방심했다.

오전 10시에는 설치미술과 조각을 하는 이곳의 예술가 Peter Majendie가 오늘 자기 집으로 나를 초대를 한다고 해서 집으로 데리러 왔다.
수십 년 평생을 예술만을 업(業)으로 하는 뉴질랜드 예술인은 큰 명예와 경제적 보상을 바란 것도 아니고 자신의 믿음으로 자신을 ‘표현’한 삶이고 예술이니 삶이 검소하고 소박했다.

돌아오는 길에 들과 바다를 끼고 있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새삼 내 삶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많이 알려진 미(美)를 아름답다고 알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 그렇지 않다.

皆知善之爲善 斯不善已
많이 알려진 선(善)을 착함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 착하지 않다.

위에 노자(老子)의 구절처럼 작위(作爲)를 배제하고 자연스러움에 삶과 예술이 있을 수 있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나는 작위를 위해서 애를 태웠던가.
부질없는 노릇인지 안다고 스스로 여기면서도 어김없이 작위로 되돌아오지 않았는가.
넉넉한 뉴질랜드 자연의 풍광, 여기서 조급한 성정(性情)을 버리고 천천히 걸어갈 수 있는 마음을 배울 수 있어야 하겠다.

돌아 오는 길에 들녘을 지나면서 꽃을 찍었다.
작위가 아닌 무위(無爲), 흐르는 자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