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von river에 햇살
나흘간 계속해서 내리던 지겨운 비가 드디어 멎었다.
비가 내리는 동안은 몹시 추웠다.
이상기온이라고 한다. 겨울이 아닌데 장마 비처럼 내리는 경우란 여기선 드물단다. 기후(氣候)가 이상난동(異常亂動)이라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기후가 아니라 인간들이 난동을 피워대니 지구가 그 영향을 받는 게 당연하단 생각이 든다.
햇살이 쫘-악 온 세상을 비추자 맨 먼저 새들이 일제히 노래를 하면서 아침을 맞았다.
풀들이 기지개를 펴고 모락모락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고목(枯木)들도 한껏 대기의 기운을 기세 좋게 빨아들였다.
여기 이곳에 태양의 강렬함은 유럽의 지중해 햇살과는 비교도 안 된다.
유럽의 지중해 햇살의 뜨거움이 어쩌고저쩌고 문학적인 ‘포우즈’로 막 떠들어대지만 남극 가까이 이곳에 햇살은 뜨거운 정도가 아니라 일시에 다 태워버릴 것 같은 극렬(極烈)함이 있다.
알제리 출신 프랑스 작가 Albert Camus가 살아있을 때 만약 이곳 뉴질랜드를 다녀갔다면 그의 산문에 수없이 등장하는 지중해 태양의 유별성 운운(云云)은 스스로 일대 수정을 가할 게 틀림없다.
오늘 아침에 반가운 햇살 앞에 얼굴을 잠시 드러내고 글을 써다가 이내 오른쪽 뺨이 화끈거려 얼른 노트북을 들고 그늘로 자리를 옮겼다.
불과 3,4분여, 잠시 더 지체하면 틀림없이 화상(火傷)을 입을 수 있었다.
작년에 처음으로 Australia에 왔을 때 얼굴과 양팔에 큰 화상(Sunburn)을 당해 한 달 이상 혼이 난적이 있었다.
이후 햇살에 맨살을 그냥 드러내는 무모함은 절대 피해야 한다는 충고를 고통으로 각인(刻印)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흘 만에 보이는 햇살의 반가움에 잠시 얼굴을 태양에 드러내는 가벼움을 떨었다.
찬연(燦然)한 빛의 장관(壯觀)앞에 인간이 까불댄다는 건 무모함이 아니라 간단히 절명(絶命)할 수도 있음은 진리(眞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