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곤노가즈오(今野和代)
Photo , Tokyo - KIm Sang Soo


빈털털이 바람

그날 뉴욕 세계 무역 센터 빌딩에 비행기가 찔러들어
거대한 빌딩이 모래탑이 되어 쏟아졌다
그리고 내 안에서
자꾸만 얼토당토할 키다리 빌딩이 솟아올라
폭포처럼 무너져 떨어지고 있다

눈은 붉은 가시에 찔렸다
「면도칼 장수 오뎅집 과일 가게
우리네 부부, 고생 고생하면서 둘이서
꾸려왔어」
가라호리(空掘) 주변의 하늘이 활활 타올라  (역주1)   
소방차가 달려간다
경련하는 사이렌 소리
침묵의 귀로 듣고 있다

헬라트의 하늘    (역주2)   
칸다하르의 하늘
파다흐샨의 하늘
하자라자트의 하늘
아프가니스탄의 첫눈 내리는 하늘을
존 스터플빔 작전차장 총지휘에  (역주3)   
B52 산탄 폭탄이
천이나 만이나
비명과 공허를 품은 채
튀어 빛난다
그래도
죽음의 국경
을 넘어
몰려 오는
산 것의 목소리

오사카(大阪) 다마쓰쿠리(玉造)의 「도라쿠야(道樂屋)」  (역주4)
나는 빈털털이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쓰루하시(鶴橋) 「아리랑」 이쿠노(生野)「사이조(材藏)」 (역주5)
텐노지(天王寺)의「잇신(一心)」
술취한 방탕녀가 되어 흐른다
쥬소(十三)의 「코네트」에서는 춤춘다    (역주6) 
그러자
「어,어 어디든지 가자
가,가, 갈 데까지 가자」
뜨거운 만신창이가 쓰러져 온다
그러자
초승달 걸린 푸른하늘에서
또 하얀 모래가 되어 비명의 거대빌딩이
복부 언저리에 내려 앉는다
내 방탕한 젓가슴을
복숭아 빛으로 물들이며

언젠가
눈 속의
내일이 천천히 닫혀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나는 빛나는 재 먼지가 되어
하늘로 피어오르겠지

그때까지는

(역주1)  가라호리(空掘):오사카 시내의 오래된 상가 지역. 본래 [가라호리]란, 성(城)을 둘러 싼 해자(垓子)의 물이 마른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물기가 없는 건조한 지역을 이미지한 것임.
(역주2)  9.11 테러 이후, 미국이 공습한 아프가니스탄의 지역들
(역주3)  미군 작전 지휘관
(역주4)  도라쿠야(道樂屋):작가의 상상 속의 술집
(역주5)  쓰루하시(鶴橋), 이쿠노(生野), 텐노지(天王寺):오사카 시내의 지명
(역주6)  쥬소(十三):오사카 시내의 환락가. 러브 호텔, 폭력배들이 밀집한 지역으로, 예술가가 모이는 곳이기도 함. 나라(奈良)시대부 귀화한 도래인들이 다수 거주하던 지역, 코네트: 라이브 하우스.
 

飜譯 - 장귀자, 이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