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를린에서 자동차로 3시간 거리인 함부르크로 가는 도중에,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텔레비전 뉴스로 본 독일인 친구 Marc가 승용차로 돌아와서는,
"한국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운명했다는 뉴스가 지금 막 나왔어. 그가 어떤 사람이야?"
순간 '쿵'하는 떨림이 내 온몸에 느껴져왔다.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사적인 인연은 없다.
2000년에 청와대에서 예술하는 사람들을 초대하여 대통령과 식사를 같이 할 때 나도 끼어서 악수를 나눈 사실은 있다.
나는 그 분을 응시했지만 그 분 눈은 아래를 향하고 계셨고 고개를 숙이면서 손을 내미셨다. 특별한 인상은 받지 못했다.
그 날 초대받은 자리에서는 특유의 달변이 있었고 사람들은 차려진 밥상 앞에 모두 우두커니 앉아서 대통령의 '말씀'을 들었다. 밥이 식고 있었다.
예의 박학다식했지만 그의 '말씀'은 나에겐 공허하게 들려왔다.
나는 그 당시 김대중 정부에 보다 '반듯한 역할'을 기대했지만 내 기대나 예상은 크게 빗나가고 있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당시 그의 얘기는 나에겐 모순으로 들렸다.
나는 그 만남 직전에 <착한 사람들의 분노>라는 사회 문화 비평집을 낼 정도로 김대중 정부에 비판적이었고 애증(愛憎)이 있었다.
대통령 당선 직후, 반란군 전두환 노태우 집단을 사면시키자고 당시 김영삼 현직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도 나는 못마땅했고,
국가의 기간(基幹)과 기초를 튼튼히 히는 것보다는 방임(放任經濟)경제로 몰고가는 현실은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지금 생각하면 전 대통령 김대중 정부 시절, 우리 사회를 보다 확연하게 민주주의를 실현시키는 역할로 그가 대통령 직을 수임했었다면
오늘처럼 뜻밖의 운명을 맞지는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며
후임자인 노무현 대통령도 민주주의를 제도로 일상으로 더 구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듯 나는 오늘 이명박 집단의 등장 원인에는 전 대통령 김대중과 전 대통령인 노무현의 실정(失政)에 큰 연원이 있다고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현직에 있는 막바지에 만약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다면 나라가 어지러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 보긴 했다.
그러나 오늘처럼 이런 무인지경일 정도라고는 아마 상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명박의 이런 오늘의 막장 현실까진 예상하지는 못한듯 하단 말이다.
만약 오늘의 사태를 진작 냉철하게 내나볼 수 있었다면, 자신의 정치적 타살이란 비참까진 이르진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좋은 사람'은 악질인 사람을 영영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운명하기 직전까지 나라의 민주주의가 붕괴되는 참담한 현실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운 여러 '말씀'을 했지만
재임중 역사의 과거, 현재, 미래를 냉정하게 투시(投視)하고 응시(凝視)할 수만 있었다면,
거듭 말하지만 오늘같은 이런 본인의 참담은 맞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나는 본다.
지금 나라는 온통 시련이다.
이런 시기에 전 대통령의 연속적인 서거는 너무나 안타깝다.
인동초(忍冬草), 김 대중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