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aly Milano 2006. 11
패션은 문화이면서 산업이다. 이태리의 주요 국가 수입원중에 패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패션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수출을 하면서 경제를 활성화시킨다.
전통적으로 이태리 패션 산업은 이태리 북부지방 밀라노를 중심으로 발전했지만 이즈음들어서는 중,남부 지방까지 지방의 고유성을 살려내는 독특한 디자이너들이 나오면서 이태리의 지방 경제를 살찌운다. 중간 가격의 대표적인 브랜드 베네통은 작은 마을의 골목 어귀에서 손뜨게질로 시작했지만 세계 브랜드가 된지 이미 오래다.
어떤 분야든 기술자, 즉 장인을 존중하고 키우는 전통적인 풍토에서 이들의 토대가 마련된다. 전통의 양식을 기초로 새로움을 받아들이면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계발하고 경쟁하는 현실이 이태리 패션산업의 면모다.
김대중 정부시절 '밀라노 프로젝트'라고 명명하면서 대구시를 중심으로 섬유산업을 되살리고 우리나라도 패션디자인을 산업으로 육성시켜야 한다고 떠들면서 몇백억의 국고를 쏟아부었다. 이후 그 결과는? 예산을 집행한 이들이 돈을 주물럭거리다가 감옥을 갔다는 뉴스가 들렸고 인건비에만 의존하던 섬유산업 자체가 휘청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파탄과 도산을 맞았다.
디자이너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있었지만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키워낼건지는 오리무중이었고 제 살 뜯어먹기식의 내부 과다경쟁은 산업 자체를 위축시켰다.
내가 1992년에 당시 한국에서는 대표적인 패션브랜드인 오리지날리의 이신우 선생님을 내 연극에 의상스탭으로 모시고 연극을 하고자 했을 때나, 이듬 해 1993년에 패션디자이너 홍미화씨를 연극 의상스탭으로 초빙했던 것도 그 때나 지금이나 패션을 너무나 중요한 예술 문화의 요소로 의식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파리 런던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명망의 디자이너를 20 여명 이상을 길러낸 사실은 개개인 디자이너들의 노력도 주효했겠지만 결정적인 사실은 국가나 정부가 패션을 일찌기 문화산업으로 주도한 안목에 있었다.
창의성을 존중하고 실력을 인정하면서 세계를 무대로 나가고자 할 때는 과감하게 투자를 뒷받침한 것이다.
왜?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가 우리나라에서는 나오지 못하는가? 이 물음에는 참으로 간단하지 않은 대답이 뒤따를 것이다.